김수현 전실장이 97%라던 6억이하 아파트, 지금은 멸종위기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었던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지금은 멸종위기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만2013가구로, 10만 가구를 밑돈다. 전체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121만2897가구의 7.6%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은 그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2011년)'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은 아무리 많아도 3%가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94%가량이 6억원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말을 기준으로 해도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의 62.7%(78만7277가구)였다. 비중이 90%가 넘는 자치구도 강북구(98.0%), 노원구(97.8%) 등 8곳이나 됐다.
하지만 5년 새 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도봉구(32.9%), 노원구(21.9%), 금천구(25.9%) 등 6곳을 제외한 다른 자치구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5년 전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48.7%였던 성동구에는 단 한 가구도 남지 않았다.
6억원 이하 아파트가 크게 줄면서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19.0%(23만9073가구)에서 24.6%(29만7805가구)로 늘었고, 9억원을 초과한 아파트는 18.3%(22만9578가구)에서 67.9%(82만3079가구)로 5년 전 18.3%보다 많이 증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30대 젊은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이 구간대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올랐다"며 "6억원 이하는 여전히 대출이 용이하다 보니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출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36.9%(2426/6569건)가 6억원 이하였다. 올해 거래된 6억원 이하 아파트의 평균 전용면적은 37.9㎡(11.5평)로 공급면적으로 계산해도 10평 후반대에 불과하다. 주로 1~2인 가구가 몰리는 것이다.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씨가 마르면서 빌라나 경기·인천 등을 선택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빌라 매매는 총 3303건으로 전체 주택 매매(5098건)의 64.8%로 2006년 이후 월별 거래량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에도 이 비중은 62.8%였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 자료를 보면 최근 1년간(2021년 5월~2022년 4월) 서울을 벗어난 이동자 수는 모두 53만728명이다.
이 중 62.08%(32만9468명)가 경기도로 전입했다.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자료를 봐도 서울 거주자가 경기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가 지난 3월 1610건에서 4월 3148건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규제 지역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제약이 뒤따르면서 자금 부족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은 보금자리론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론은 서민을 위한 정책성 주택담보대출로 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최대 70%(최대 3억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지역·주택가액별로 60~70%로 적용되던 LTV 규제를 80%까지로 완화하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최대 50년 주택담보대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50년 만기는 주택 가격 6억원 이하인 보금자리론에만 적용되고, LTV를 80%까지 높이는 방안 역시 9억원 이하 주택까지 적용되지만, 대출한도가 4억원으로 제한돼 사실상 6억원 이하가 사실상 혜택을 보는 구조로 설계됐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주택 가격 등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이와 연동하는 규제를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가격을 통제하는 것보다 현실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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