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허락 없이 외국 가져가면 안 된다는 풍뎅이?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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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기자]
투탕카멘 왕릉에는 소똥구리가 태양을 굴리는 모양을 도안한 목걸이가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소똥구리가 똥을 굴리지 않으면 세상 만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믿었다. 태양신 라의 분신인 케프리(Khepri)가 소똥구리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만물의 생성과 재생'이라는 뜻이다. 소똥 속에서 나온 딱정벌레가 다시 소똥을 굴린다는 사실이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신과 인간을 연결한 소똥구리를 스캐럽(Scarab)이라고 불렀으며 파라오의 이름을 새겨 옥새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부적이나 장신구로 사용했다.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케라토카리윰속(Ceratocaryum argenteum) 식물은 도토리 비슷한 검은색의 씨앗을 맺는데 기발한 방식으로 세대를 이어간다. 이 지역에 사는 영양의 배설물과 생김새가 똑같으며 냄새마저 구린내가 난다. 소똥구리는 이 열매에 속아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굴려가 땅 속에 파묻는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촌에서는 소똥구리를 쉽게 접할 수 있었으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전멸해버렸다. 풀 대신에 사료를 먹고 싼 똥에는 섬유질이 부족하고 묽어서 소똥구리가 경단으로 뭉칠 수 없으니 알을 낳지 못한다. 산란을 하더라도 항생제와 질소 성분이 가득하여 메탄 가스가 발생하므로 유충이 살 수 없다. 우리나라 소똥구리과에 속하는 곤충은 모두 33종인데 소똥을 경단처럼 만드는 녀석은 단 3종(왕소똥구리, 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이다.
▲ 보라금풍뎅이 포유동물의 똥을 처리한다. 외국 반출시 정부 승인이 필요함. |
ⓒ 이상헌 |
현재 대한민국에서 스캐럽과 비견될 만한 곤충으로는 보라금풍뎅이가 있다. 햇볕 아래서 보면 검보라색 컬러가 띄는 녀석으로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 청색 기운과 녹색끼도 살짝 감돈다. 외모는 화려하나 개똥은 물론이요 사람의 똥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원도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외국으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생물학적 방제곤충으로 맹활약
▲ 풀잠자리 알 우담바라로 잘못 알려져 있다. |
ⓒ 이상헌 |
간혹 가다 사찰의 전각이나 부처상에 머리털보다 가느다란 하얀 실 위에 밥풀처럼 보이는 알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별안간 풀처럼 보이는 것이 피어났으므로 곤충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이 착각했던 것이다.
풀잠자리는 풀잎 아래에 알을 붙여 놓는데 이따금 엉뚱한 곳에 알을 슬어놓기도 한다. 부화한 애벌레는 길쭉한 타원형 몸매에 아주 긴 턱을 갖고 있다. 꽃이나 풀잎 위를 돌아다니며 진딧물이나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살며, 주변의 나뭇가지 부스러기와 사냥감의 사체 등을 자신의 몸에 붙여 위장한다.
▲ 칠성풀잠자리 레이스 천 같은 날개맥을 갖고 있다. |
ⓒ 이상헌 |
영어권에서는 개미귀신(Ant Lion)에 빗대어 진딧물사자(Aphid Lion) 또는 진딧물늑대(Aphid Wolf)라고 부른다. 어미는 일생동안 약 3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나뭇잎에 거꾸로 매달려 꽁무니에서 끈적한 실을 뽑아내며 마지막 순간에 알을 붙여놓는다.
실은 무척이나 가늘어서 개미가 오르지 못하고 몹시 질겨서 끊어낼 수도 없다. 풀잠자리가 이렇게 알을 슬어놓는 이유는 개미와 같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애벌레끼리 서로를 잡아먹지 않도록 하는 배려다.
성충은 약간 거슬리는 냄새를 풍겨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에 영어권에서는 구린내파리(stinkfly) 또는 뜨개질날개(lacewing) 라고 부른다. 어른벌레도 작은 곤충을 사냥하므로 근래에 들어와서는 무당벌레와 함께 생물학적 방제 곤충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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