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나온 켈로이드 흉터… 수술·방사선으로 제거" [헬스조선 명의]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2022. 6. 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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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켈로이드 흉터 치료 명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성형외과 박태환 교수

  

흉터라고 다 같지 않다. 크기, 위치에 따라 흉터의 파괴력은 달라진다. 어떤 흉터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주변 피부와 동화되며 눈에 띄지 않지만 어떤 흉터는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얼굴처럼 잘 보이는 곳에 생긴 흉터는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점점 커지고 부풀어 오르며 정상 피부까지 침범하는 켈로이드는 차라리 마음의 흉터라고 부르는 게 나을 정도다. 누가 볼까봐 목욕탕에도 가기 꺼려지고 또 다른 켈로이드가 생길까봐 괜히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치료도 어렵다. 켈로이드 흉터를 제거하는 방법은 많지만 특유의 재발률 때문이다. 외과적 수술로 절제했을 때 문헌상 재발률은 80~100%에 이른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성형외과 박태환 교수는 켈로이드 흉터 치료 명의다. 그에게 가장 효과적인 켈로이드 흉터 제거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성형외과 박태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흉터는 왜 생기나?

예상치 못한 외상이나 수술로 피부가 손상되면 우리 몸은 이를 치유한다. 이 과정엔 여러 세포가 관여하는데 섬유모세포가 대표적이다. 섬유모세포는 증식 및 콜라겐 합성을 통해 벌어진 상처를 메꾼다. 흉터를 들여다보면 섬유모세포에 의해 생성된 콜라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흉터에도 종류가 있나?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숙한 흉터와 미성숙한 흉터다. 성숙한 흉터는 표면이 편평하고 부드러우며 주변의 조직과 잘 융화될 수 있는 색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홍조기가 있거나 딱딱하고 통증 및 가려움증을 유발한다면 미성숙한 흉터로 분류한다. 미성숙한 흉터는 다시 비후성 반흔과 켈로이드 흉터로 나뉜다.

-미성숙한 흉터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상처 치유 과정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염증기-증식기-성숙기인데 2번째 단계인 증식기는 보통 상처 발생 후 2~3주 때다. 이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 상처를 메꿔주는 콜라겐이 과도하게 형성돼 미성숙 흉터가 발생할 수 있다. 증식기가 길어지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피부 장력, 피지, 염증 반응 등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현재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박태환 교수​가 켈로이드 흉터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비후성 반흔과 켈로이드 흉터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교과서적으로 두 상처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비후성 반흔은 원래 상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흉터고 이러한 비후성 반흔이 상처 범위를 넘어서면 켈로이드 흉터라고 분류한다. 또 흉터가 저절로 낫는다면 비후성 반흔이고 유지되거나 악화한다면 켈로이드라고 본다. 조직병리학적으로는 흉터에서 매우 두꺼운 ‘eosinophilic’ 콜라겐 다발이 발견되거나 콜라겐 섬유 배열이 무작위라면 켈로이드 흉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 흉터가 계속 고통을 준다면 켈로이드라 보는 게 맞고 그에 준해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후성 반흔과 켈로이드를 구분하는 건 임상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쥐젖이라 불리는 연성섬유종은 켈로이드 흉터랑 또 어떻게 다른가?

연성섬유종은 흉터가 아니다. 정상 노화 과정에서 생기며 보통 피부 탄력성 소실이 원인으로 꼽힌다. 얼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주로 생기는 좁쌀 크기의 양성종양으로 대개 유경성(목이 있는 형태)이며 말랑말랑해서 켈로이드 흉터와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co2 레이저로 치료하는데 얼굴과 목은 경우에 따라 과색소 침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치료 후 관리가 중요하다.

-켈로이드 흉터가 자주 생기는 위치가 있나?

피부가 잡아당기는 힘, 장력이 강한 부위인 가슴, 어깨에 주로 발생한다. 귓불과 귓바퀴에 생긴 켈로이드 흉터로 내원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이곳은 주로 피어싱에 의한 염증 반응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 외에는 모근이 있는 턱 부위, 제왕절개 흉터, 요즘에는 복강경, 로봇 수술의 주요 절개 지점인 배꼽 부위에도 많이 발생한다.

-본인이 켈로이드가 잘 생기는 체질인지 알 방법이 있다면?

어렵다. 일부 연구자들은 어릴 때 결핵 예방을 위해 맞는 BCG 주사에 의해 발생하는 어깨 켈로이드로 체질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BCG 자체가 유발하는 염증반응이 클 수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켈로이드 체질인지를 판단하는 건 매우 제한적이다. 다만 살면서 상처가 발생한 부위마다 켈로이드가 생겼거나, 신체 3부위 이상에서 켈로이드가 발생했다면 유전적인 소인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박태환 교수가 귀 켈로이드 흉터를 가리키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켈로이드 흉터를 치료하는 방법은?

암 치료와 마찬가지로 여러 방법이 있다. 우선은 수술적 치료다. 흉터 부위 진피층에 있는 콜라겐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액화 질소를 활용한 냉동 치료가 시행되기도 하고 최근에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 방사선 치료도 적용된다. 프락셀(Fraxel)이라고 하는 흉터 치료 레이저나 색소(혈관) 레이저가 활용되기도 한다. 블레오마이신(5FU bleomycin), 인터페론 (interferon) 등의 항암제 복용도 있다. 이 외에도 스테로이드제, 실리콘 겔 시트, 압박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다만 각각의 치료법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레이저 치료는 켈로이드 덩어리를 제거하거나 콜라겐을 변화시키는 효과가 미미하고 항암제는 국소적인 괴사를 유발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사실 이렇게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는 건 완전한 치료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술만 단독 적용했을 때 재발률이 80~100%라고 하는데?

맞다. 이와 관련해선 환자들에게 암 치료에 비유해 설명하곤 한다. 현미경으로 켈로이드 흉터를 이루고 있는 섬유모세포를 관찰하면 암세포와 매우 유사한 모양과 생존 주기를 보인다. 암 치료도 일부 피부암을 제외하곤 수술만 적용했을 때 대부분 재발한다.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혹은 면역 치료가 동반되는 이유다. 마찬가지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켈로이드 흉터를 치료할 때 재발률을 낮추려면 수술과 함께 다른 부가적인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무엇인가?

현재로서는 수술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경우, 수술로 흉터를 제거한 뒤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 재발률이 가장 낮다고 보고된다.

-왜 그런가?

저선량 방사선이 섬유모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콜라겐 합성도 억제돼 재발률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실제 가슴 켈로이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약 20명 환자의 가슴 켈로이드 흉터를 완전 절제한 당일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다. 그런 다음 환자들을 1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재발률이 한 10% 정도로 관찰됐다.

박태환 교수가 방사선 치료법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렇다면 수술이 어려울 수도 있나?

켈로이드 흉터가 가슴 부위에 좁쌀 모양으로 수백 개 이상 생겼다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엔 그 부위 전체를 드러낸 다음 다시 덮어줄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피부를 절개하면서 또 다른 켈로이드 흉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보통 15cm보다 큰 범위 내에 좁쌀 모양의 켈로이드가 다발성으로 있는 경우에는 수술하지 않고 있다.

-켈로이드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고는 실제 효과가 있나?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연고는 대부분 콜라겐 섬유를 재배열 및 안정화해 홍조기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생긴 지 오래된 켈로이드 흉터에 갑자기 연고를 바른다고 없어지거나 크기가 작아지진 않는다.

-켈로이드 체질이라면 피해야 할 것들은?

실제 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많은 귀 켈로이드 환자들이 치료가 끝난 뒤 다시 귀를 뚫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답변은 깨끗한 환경에서 뚫을 수 있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귀 켈로이드는 보통 피어싱에 의한 염증 반응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소독을 철저하게 한 다음에 귀를 뚫는다면 켈로이드 흉터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타투는 얘기가 다르다. 신체 3부위 이상에 켈로이드 흉터가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별다른 소독 없이 표피나 진피에 상처를 내서 잉크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켈로이드 흉터가 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쌍꺼풀 수술을 해도 되느냐고 묻는 환자들도 있다. 사실 상·하안검은 우리의 피부 중 장력이 가장 약한 부위로 알려져 있다. 켈로이드 흉터 발생이 보고된 적 없는 부위이므로 쌍꺼풀 수술은 괜찮다고 볼 수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성형외과 박태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박태환 교수는

건국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대 의대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는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성형외과 전문의다. 미국 성형외과학회, 국제 창상학회 등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태환 교수는 켈로이드 치료의 권위자다. 생후 9개월 된 아이의 귀 켈로이드를 치료해 세계에서 가장 어린 켈로이드 환자 치료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해당 치료사례는 2012년 12월 미국 소아과학회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또 2021년 6월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30년간 출판된 켈로이드 관련 논문을 분석한 연구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권의 영향력을 보이는 저자로 박태환 교수가 소개됐다. 켈로이드 치료 관련 특허를 3개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논문만 100여 편 이상 집필했다. 최근엔 켈로이드 흉터의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치료법 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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