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2년' 7월에 전세 확 오르면 월세수요 폭증할 수도

김민영 2022. 5. 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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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세의 월세화' 가속

대출규제·금리인상 겹쳐

서울·중구·종로구·관악구 등 저가주택 밀집지역서

월세화 현상 더 두드러져

5월 서울 아파트지수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

전세, 내집 마련 사다리인데…월세부담으로 요원해질수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동표 기자]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하반기에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법 2년을 맞이하는 오는 7월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큰 데다가 대출 규제 조치와 금리 인상으로 비용 조달 부담까지 겹쳐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임대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보다 배꼽’ 전세 4억 빌리면 한 달 126만원 ‘이자 폭탄’= KB국민은행에 따르면 5월 서울 지역의 연간 전·월세 전환율은 3.19%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 2억원을 월세로 돌릴 경우 연간 638만원, 매달 53만원 정도를 월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252만6000원. 전세 계약을 맺기 위해 4억원을 추가로 빌려야 한다고 가정하면 3.8%의 금리를 적용해도 한 달 이자만 126만원에 달한다.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더 많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상승과 연동해 대출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계의 금융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금리 인상, 갭 투자 수요 감소, 대출 규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들로 전세보다 월세로 선회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종로·관악구서 월세 비중 ‘껑충’= 특히 이러한 월세화 현상은 서울 중구, 종로구, 관악구 등 저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김 수석위원은 "올해 2월부터 서울의 경우 강남, 용산 등 9개 지역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전세 거래보다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았다"며 "관악구의 경우 월세 비중이 62%에 달할 만큼 월세 거래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 증가와 임대차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됐다면 올해는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까지 겹쳐 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이해 5%룰을 적용받지 않는 전세 매물 위주로 가격이 오를 경우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가격이 폭등 수준까지 오르지는 않겠지만 지난 2년 사이 오른 전셋값을 어느 정도 반영한 물건들이 나올 것이어서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세가격도 고공행진…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최고치= 현재 월세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를 보면, 이달 서울의 아파트 월세지수는 102.3으로 지난해 동월 96.3 대비 6.7(6.95%) 상승했다. 2015년 12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다. 인천(103.2)과 경기(103.3)도 지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수도권(103.3) 지수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KB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용면적 95.86㎡ 이하 중형 아파트의 월세 추이를 조사해 산출한다. 전셋값 상승과 보유세 부담 증가에 따라 임대인들이 월세가격을 올리는 데다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셋값 부담이 커지자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도 늘어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의 전월세전환율은 지난달 기준 4.77%를 기록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은 지난해 11월 4.64%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임대·임차인의 월세선호 현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세의 월세화, 월세가격 상승은 당장에 무주택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세라는 제도는 무주택자가 주거비용을 낮게 가져갈 수 있는 수단이었고, 이를 통해 내집 마련 이전까지 ‘사다리’로 기능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전세가 사라지게 되면 월세 부담으로 내집 마련이 요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세의 소멸’로 갭투자가 사라지고, 집값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일리가 있는 말"이라면서도 "당분간 주택 공급 부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임대인보다는 임차인이 힘든 상황이 일반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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