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아까시나무!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최문갑 2022. 5.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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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박용준 원장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 ‘과수원길’의 한 소절이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아카시아의 꽃을 따먹어본 기억을 가진 우리에게 친숙한 아카시아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는데 바로 ‘아까시나무’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인데 여기서 pseudo-는 ‘가짜’란 뜻으로 진짜 아카시아와 비슷하긴 하지만 같은 나무는 아님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하는 나무는 호주가 원산인 ‘꽃 아카시아’와는 다른 종이다. 아까시나무가 실제로는 더 정확한 이름이다. 아까시나무는 영어로는 Black locust 또는 False acacia라고 불린다.

하지만 도입되던 일제 강점기부터 아카시아라고 불러왔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이름이 모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아까시나무로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같은 콩과에 속하지만 진짜 아카시아는 미모사아과이고, 아까시나무는 콩아과이다.

진짜 아카시아의 잎은 미모사를 닮아 작은 잎이 총총히 마주 보고 있는 형태이고 꽃은 공모양에 노란색으로 핀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황기나 고삼의 잎처럼 조금 더 크게 자라며, 꽃은 하얀색으로 포도송이처럼 늘어져 피고 향기가 짙게 난다. 요즘은 관상용으로 홍색의 꽃이 피는 아까시나무도 있는데 같은 콩과 식물인 등나무꽃과 그 모양이 많이 닮았다. 

아까시나무는 본래 한국에는 없던 나무로, 북미가 원산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서 철로 주변에 심기 시작한 나무로, 번식력이 매우 강한 나무이기 때문에 과수원이나 벼농사, 밭농사에는 방해가 된다. 또한 묘지 주변에도 한번 뿌리를 내리면 제거가 어려운 만큼 미움을 많이 받는 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한 산림을 복원하는데 공이 큰 나무가 바로 이 아까시나무이다. 

왼쪽부터 아까시나무, 아카시아, 회화나무.

아까시나무에는 장점이 많다. 전형적인 콩과 식물이라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시켜, 특별히 비료를 안 줘도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황폐한 민둥산을 푸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까시나무가 자라면 뿌리혹박테리아의 영향으로 주변 나무들도 덩달아 잘 자란다. 잎은 영양가가 높아 사료용으로도 좋다. 아까시나무에서 나는 꿀은 그 양이 많아서 대표적인 밀원수(蜜源樹)이기도 하다. 불을 붙이면 오랫동안 타고 화력이 강하며, 연기가 적어 땔감으로도 적합하다. 훈제요리를 만드는 훈연목 재료로도 이용된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목재로도 쓸 만한데 질기고 단단하며 비교적 빠른 시간에 크게 자라는 아까시나무는 내구성이 좋아 공사장 방벽이나 받침목 등의 자재로 쓸 수 있다. 

아까시나무를 ‘가시가 달린 회화나무’라는 뜻에서 가시 자(刺), 회화나무 괴(槐)로 자괴(刺槐)혹은 ‘서양 회화나무’라 하여 洋槐(양괴)라고 한다. 아까시나무 꽃은 약재로 사용하는데 자괴화(刺槐花)라고 한다. 아까시나무 꽃에는 아카세딘, 카타리나. 타닌.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다. 토혈. 대장하혈. 변비, 치질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한의학적인 기미론으로 살펴보면 맛은 약간 맵고 약성은 평(平)하다

아까시나무 뿌리껍질은 자괴근피(刺槐根皮)라고 부르는데, 해독작용 등 항염증 작용으로 관절염에 좋은 로비닌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5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해 6월까지 거리 곳곳에 늦봄의 절정을 알려주듯 특유의 향기를 진하게 퍼트린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는 산불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기 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산림청 공무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는 별명도 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는 국유림을 중심으로 아까시나무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화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괴(槐)이다. 나무 목(木)과 귀신 귀(鬼)로 이루어진 괴(槐)자는 잡귀를 물리친다 하여 신성한 나무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왔다. 회화나무의 꽃이 핀 후, 초여름에 꽃봉오리 상태일 때 채취하여, 잘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는데 모양이 쌀을 닮았다 하여 ‘괴미(槐米)’라고 부른다. 아까시나무의 꽃과 마찬가지로 각종 출혈증상을 다스리면서 또한 중풍 예방과 중풍 후유증 치료에도 좋다. 그래서 가지를 잘라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지팡이를 만드는데 이용하였다. 아이가 공부에 집중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뜻으로 회초리로 사용한 나무도 회화나무의 어린 가지였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삼괴구자(三槐九棘)라 하여 회화나무 세 그루, 멧대추나무 아홉 그루로 궁에 심어 삼정승과 다른 신하들의 자리를 표시하고 그 아래에서 나랏일을 논의했다. 또 왕의 능에는 소나무, 왕족의 묘지에는 측백나무, 학자 가운데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의 묘에는 회화나무를 심게 했다. 그래서 회화나무의 영어이름이 중국학자나무, Chinese Scholar Tree이다. 

선비의 기개를 나타내는 곧게 자라는 대나무와 달리 회화나무는 가지들이 제멋대로 뻗는 모양인데 이는 자유롭고 넓게 사고하는 유연한 학자의 기개로 봤다. 옛 천 원권 지폐 뒷면에는 퇴계 이황이 심었다는 회화나무가 그려져 있었을 만큼 학자들의 기개와 자세를 나타내는데 회화나무가 이용되었다. 아카시아 또는 아까시나무가 하얀색 꽃을 활짝 피우는 시기가 지나면 노란색의 회화나무 꽃이 그 뒤를 이어 핀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아까시나무, 회화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행복감을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누려보기에 좋은 시기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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