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이어 가뭄, 바싹 마른 경북..운문댐 저수율 30% 아래로

김정석 2022. 5.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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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댐 운문호 모습.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누런 흙바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석 기자

12일 오후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댐. 평소에는 바로 눈앞에 보여야할 운문호의 수면이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운문호 가장자리 바닥은 누런 흙바닥을 드러낸 채 바싹 말라 있었다. 이날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 끼어 있었지만 끝내 비는 내리지 않았다.

대구 동부권 일부와 경북 경산시·청도군 주민들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운문댐 운문호 저수율이 가뭄으로 인해 30% 아래로 떨어졌다.

13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운문댐 저수율은 29.8%다. 평년 같은 시기 저수율(44.9%)이나 전년도 같은 시기(46.2%)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운문댐은 만수위 때 저수량이 1억6000만여t이지만 9일 현재 운문댐 저수량은 4800만여t까지 떨어진 상태다. 해수면 기준으로 댐 수위도 133.94m로 크게 낮아졌다. 전년 같은 시기 운문댐 저수량은 7400만여t, 수위는 139.77m였다.

이처럼 운문댐 저수율이 크게 낮아진 이유는 낮은 강수량 탓이다. 최근 6개월간 경북에 내린 강수량은 162.5㎜로, 평년 대비 67.2%에 그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211.4㎜의 강수량을 보인 서울·경기나 263.3㎜가 내린 전북과 대조적이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220.1㎜로 집계됐다.

운문호가 평소 수위를 보이고 있을 당시의 모습. 사진 청도군


건조한 날씨는 지난 3월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의 원인이 됐다. 울진군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맞물려 2만923㏊ 면적을 태웠다. 축구장 전용면적(0.714㏊)의 2만9303배 크기다. 산불이 이어진 기간도 가장 길어 213시간을 기록했다. 산불이 난 지역에 비가 내리고서야 주불이 잡혔다.

오랜 가뭄으로 인한 산불 사태 후 이번엔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 됐다. 당분간 비 소식도 없을 것으로 예상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운문댐 물을 원수로 쓰는 고산정수장 수돗물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하루 27만여t씩 대구로 공급하던 생활용수를 15%가량 줄이고 대신 문산정수장, 매곡정수장 등을 통해 낙동강 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운문댐이 가뭄의 영향으로 저수율이 크게 낮아지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에서 물을 울산과 나눠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3월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본 산들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뉴스1


앞서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담긴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의결했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운문댐 물 7만t 이상을 공급받는 방안이다.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하지 않으면 선사 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환경부는 내년 말 완료를 목표로 운문댐 물 공급량·시기 등을 포함한 타당성·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43㎞ 길이의 취수관로를 통해 운문댐 물을 울산 천상정수장으로 취수하는 방안을 놓고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 환경부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지자체 간에 운문댐 물 배분 문제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울산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 때문에 기존 급수 지역에 물이 부족해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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