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감시 체계, 우리은행 횡령에 '무용지물'이었다

김진욱 2022. 5. 11. 16: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당국의 외부 감시 체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대로 된 외부 감시 체계가 있었다면 첫 횡령 직후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금융위·금감원은 '개별 금융사도 몰랐던 개인의 일탈을 우리가 어떻게 잡느냐'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당국의 외부 감시 체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사실이 확인됐다. 개별 금융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허울뿐인 당국의 감독·감시 체계를 근본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우리은행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614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전모 차장은 2012년 12월 173억원·2015년 9월 148억원을 각각 수표로, 2018년 6월 293억원을 계좌 이체 방식으로 빼돌렸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일탈 행위를 막기 위해 고객 확인제(CDD)·의심 거래 보고제(STR)·고액 현금 거래 보고제(CTR)를 운용하고 있지만 전 차장 수법에는 무용지물이었다.

CDD는 ‘고객이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을 할 우려가 있는 경우’ 거래자 신원과 거래 목적 등을 파악하는 제도다. 우리은행 내부자의 범행이므로 이 제도로 걸러내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STR·CTR은 사정이 다르다. 거래자가 아니라 자금 흐름에 초점을 맞춘 제도인데도 횡령 시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STR은 ‘특정 거래 자금이 불법 재산이라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거나 자금 세탁 행위로 여겨지는 경우’ 각 금융사가 FIU에 보고하는 제도다. 전 차장이 돈을 빼돌린 2012~2018년 금융사로부터 보고된 STR 건수는 399만건이다. 1년에 57만건꼴로 직원이 100명에도 못 미치는 FIU가 일일이 들여다보며 거래의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양이다.

CTR은 ‘1거래일 동안 1000만원(2010~2019년까지는 2000만원) 이상 현금을 입·출금하는 경우’ 신원·거래 금액 등을 자동으로 보고받는 제도다. 다만 이는 현금을 직접 입·출금하거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 돈을 넣고 빼는 거래를 대상으로 한다. 수표 출금과 계좌 이체를 이용한 전 차장의 일탈을 걸러내지 못한 이유다.

금융감독원 감독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이 기간 우리은행을 총 11차례 종합·부문 검사하고 상시 감시 체계까지 가동했지만 사고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금감원 검사의 경우 각 금융사가 내부 통제 체계를 꼼꼼히 구축했는지,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둔다. 개별 금융사가 보유한 수백만~수천만 개의 계좌나 문서를 전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전 차장이 거액을 횡령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작정하고 테마 검사에 돌입하지 않는 한 잡아낼 수 없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대로 된 외부 감시 체계가 있었다면 첫 횡령 직후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금융위·금감원은 ‘개별 금융사도 몰랐던 개인의 일탈을 우리가 어떻게 잡느냐’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