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朴 때가 더 살만했다?..'경제로 본' 문재인 정부 5년
[편집자주]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 가치를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 놓고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를 따져보자.
6일 머니투데이가 통계청과 한국은행 통계를 바탕으로 역대 정부의 임기 중 평균 '경제고통지수'(물가상승률+실업률)를 산출한 결과 문재인정부(2017년 2분기~2022년 1분기)가 5.19%로 박근혜정부(4.62%)보다 0.57%포인트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고통지수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한 것으로,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 수록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제고통지수는 군사독재 이후 지난 30여년간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면 추세적으로 떨어져왔다. 실업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며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의 평균 경제고통지수는 9.76%에 달했다. 문민정부(김영삼 정부)는 마지막해에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급등했지만 평균으로는 7.75%로 낮아졌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악영향이 본격화된 탓에 분기 평균 경제고통지수가 8.18%로 올랐다.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때 6.43%으로 낮아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이명박정부 때는 6.64%로 소폭 상승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고통지수가 박근혜정부보다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20년 1분기 전까지 분기 평균 물가상승률은 1.2%에 머물렀으나 이후에는 분기 평균 물가상승률이 1.8%로 0.6%포인트 올랐다. 실업률도 3.7%에서 3.8%로 0.1%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경제성장률도 역대 정부 가운데 문재인정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한국 경제가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한데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저성장형으로 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문재인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3%로, 분기 평균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온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이다. 평균 경제성장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노태우정부 8.7% △김영삼 정부 7.6% △김대중 정부 6% △노무현 정부 4.8% △이명박정부 3.2% △박근혜정부 3.1% 등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대개 세계 전체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는데, 그 차이도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작았다. 문재인정부 연평균 성장률은 약 2.3%로 해당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세계은행 기준) 평균 2.11%과의 격차는 0.17%포인트(p)에 그쳤다. △노태우정부 6.28%p △김영삼 정부 5.06%p △김대중 정부 2.75%p △노무현 정부 0.75%p △이명박정부 1.31%p △박근혜정부 0.26%p에 비해 차이가 줄었다.
인구구조의 변화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019년 8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5~2.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1~2005년의 연평균 5~5.2%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또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0년 동안 잠재성장률을 처음으로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2005년 실제 성장률은 연평균 5%로 잠재성장률을 달성했다. 2006~2010년은 실제 연평균 성장률이 4.3%로 잠재성장률(4.1~4.2%)을 초과했다.
2011~2015년(잠재성장률 3~3.4, 실제 3.1%)과 2016~2020년(잠재 2.7~2.8%, 실제 2.7%)도 잠재성장률을 달성했으나 2019~2020년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0.7%로 잠재성장률(2.5~2.6%)을 크게 미달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률(-0.9%)을 기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1년) 동안 경제성장률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해당기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0.2%보다 7.5배 높다. 미국(1%)과 호주(0.6%), 캐나다(-0.4%), 프랑스(-0.9%), 독일(-1.1%), 일본(-1.4%), 이탈리아(-1.6%), 영국(-1.7%)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최근 다섯 번의 정부 가운데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집권 마지막해 간 국가채무비율 차를 구한 결과 문재인정부(2021년-2016년)가 이전 정부들에 비해 11%포인트로 가장 많이 확대됐다. 이외에는 △노무현 정부 10.5%p △김대중 정부 5.6%p △박근혜정부 5.2%p △이명박정부 3.3%p 순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늘었다.
국민들의 소득분배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지난 2016년 0.355에서 0.331로 0.024포인트 하락했다. '불평등지수'로도 불리는 지니계수는 소득이 얼마나 불균등하게 분배되는지 알려주는 지표로, 0(완전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불평등)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10년 전인 2011년(0.388)에 비해서는 0.057포인트 개선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긍정적인 측면은 경상수지 흑자, 한미 통화스와프(통화맞교환) 등을 통해 코로나 사태에도 국가신인도가 높게 유지됐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가 정치화 돼 포퓰리즘이 성행하면서 재정적자가 늘어나 국가부채가 늘어났으며, 소득주도성장이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것은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주택가격이 두세 배 올라 임금인상을 자극하고 부의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고 평가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낙수효과를 부정하면서 부채주도성장을 안 하겠다고 한게 이번 정부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많이 부채를 이용한 정부가 됐다"며 "정부주도형 경제정책이었는데 실질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코로나 핑계는 대겠지만, 코로나 이전 3년 동안도 대부분 일자리가 정부주도로 만들어져 본인들이 주장하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정부주도 일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과 과가 있는데 일반적 경제 부문에선 과가 좀 있고 환경 부문에서는 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탄소중립은 조금 급하게 추진한 부분이 있으나 숙고하면서 (계속) 가야할 부분은 끌고 가는 게 맞다"고 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론적으로 '참패'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요 억제 정책 위주로 스무번 넘는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집값이 오른 유주택자도, 집이 없는 무주택자도 모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집값을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고 집값 상승이 전세계적인 현상이었지만 상대적 평가와 별개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은 역대급이었다.
◇문재인 정부 5년, 집값 정확히 2배 뛰었다..강남 아파트값은 해마다 2억씩 급등
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시세 기준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1000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6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억4000만원이었다. 5년간 집값이 정확히 2배 뛴 것이다. 강남3구 아파트값은 더 극적으로 올랐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구의 경우 이달 평균값이 26억원에 달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의 12억9000만원 대비 13억1000만원 뛴 가격이다. 지난 5년간 매년 강남 아파트 가격이 2억~3억원씩 올랐단 뜻이다. 강남 아파트 보유자는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연간 2억원씩 재산이 불었다.
아파트를 포함한 종합 주택 매매가격 기준(한국부동산원)으로 보면 전국 주택가격은 2021년 9.93% 올랐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1.48%, 2018년 1.10%였던 변동률은 2019년에는 심지어 0.36% 하락했다. 하지만 이듬해 2020년 5.36%로 뛰었고, 2021년에는 무려 10%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연간 9.93% 상승은 부동산원이 200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11.58%가 역대 가장 높았던 때다.
물론 집값 상승세는 저금리 기조하에 전세계적인 흐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 가운데서는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한국의 집값 명목지수는 2017년 102.85에서 2021년 116.89로 5년 새 13.6% 증가했다. 문 대통령 주장대로 변동률 비교가 가능한 조사대상 43개국 가운데 8번째로 낮다. 이 기간에 터키 집값은 89.4% 올랐고, 헝가리(61.9%), 체코(53.9%), 룩셈부르크(53.7%)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지수 역시 2017년 100.00에서 지난해 107.97로 7.96% 증가했다. 이는 조사 국가 가운데 10번째로 낮은 수치다. 다만 국가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제출하는 집값 자료 기준이 제각각이라서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극심한 자산양극화, 서울서 월급 한푼 안쓰고 17년 모아야 '내집마련'...임대차3법·주임사는 차기정부 숙제로 넘겨져
전국민의 40%는 무주택자다. 집값이 단기간 너무 오르면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 자산 양극화가 역대급으로 심화했다. 집이 있는 사람은 지난 2년간 저절로 재산이 2배 불어난 셈이고, 집이 없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패닉바잉'이 한창이던 2020년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영끌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당시 집을 산 사람이라면 집값 폭등기에 재산이 2배 불었다.
수도권에서는 직장인이 월급으로 내집 마련을 하려면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8년을 모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2020년 7월~12월 표본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은 수도권 기준으로 8배였다. 전년 6.8배 대비 급등했다.
서울만 따로 떼어내면 PIR은 훨씬 높아진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2021년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이 산출한 서울 부동산의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7.6배로 집계됐다. 17년 이상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지역 PIR은 2018년 말 14.3배, 2019년 말 14.5배, 2020년 말 16.8배로 매년 오름세를 이어가더니 2021년에는 절정에 달했다.
그 결과, ㎾h(키로와트시)당 90원이 채 안됐던 전력도매가격이 문재인정부 5년동안 2배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전력생산단가 상승압력이 거세졌다. 임기 말 글로벌 경기 침체와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해 전기요금 상승을 막아온 탓에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은 20조원대 적자 위기에 처했다.
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원전 설비용량은 2만3250㎿(메가와트), 지난해 연간 가동률은 76%로 집계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79.9%였던 원전 가동률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있었던 2017년 71.3%로, 이듬해인 2018년 66.5%까지 급락했다. 이후 원전 가동률은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2019년 71% △2020년 74.8% 등으로 재상승했다.
현 정부 임기 초반 원전 가동률이 급락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취임 한달여만에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언한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안전 심사가 강화됐다. 예정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됐고 건설을 마무리한 신한울 1호기와 2호기 역시 원안위의 운영허가가 지연되며 아직 상업운전을 개시하기 전이다.
원전 발전량도 문재인정부 시작과 함께 내리막을 걸었다. 2016년 16만1995GWh(기가와트시)였던 원전 발전량은 2017년 14만8427GWh로 8.4% 줄어들었고 2018년에는 13만3505GWh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2019년 14만5910GWh △2020년 16만184GWh △2021년 15만8015GWh 순으로 집계됐다. 2016년 원전은 전체 발전량의 30%를 책임졌으나 2018년 23.4%까지 발전 비중이 떨어졌다.
문제는 최근 5년간 전력 생산 가격이 두배 이상 급등했다는 점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상 올해 2월 지역합계 기준 SMP(계통한계가격)는 ㎾h당 197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SMP는 한전이 발전자회사와 민간에서 전력을 사오는 전력 도매가격을 말한다. 2016년 12월 SMP가 ㎾h당 87원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력 도매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전기원가 상승요인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며 2020년 12월 도입한 연료비연동제는 오히려 전기요금 인상을 막는 장치로 작동 중이다. 연료비연동제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 시 물가와 가계 부담을 고려해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전 분기 대비 최대 ㎾h당 3원, 연간 ㎾h당 5원까지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한 조항 탓에 2배 이상 오른 전력도매가격을 반영하지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온 문재인정부가 임기 후반부 원전가동률을 올린 것도 전력도매가격 상승에 따른 공공부문 적자 확대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에 대해 침묵을 지켜오던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2월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싸게 전기를 사와서 싸게 팔아야하는 적자구조를 당장 해소할 수 없는 탓에 한전은 올해 20조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역시 문재인정부 5년 간 사실상 원전 생태계가 고사됐다고 본다. 새 프로젝트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하고 인력을 키울 기업은 없다. 원전을 중심에 두고 승승장구했던 두산그룹은 결국 주력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운명을 산업은행에 맡겨야 했고 각종 원전공기업들은 사업영역이 크게 위축됐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심각한 건 원전설비와 원전부품 등 시장의 기반이 되는 중견기업들이 사업을 줄줄이 접었다는 것"이라며 "새 정부 들어 원전 사업을 다시 육성한다고 해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정부가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6년 2만5836GWh에 그쳤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지난해 4만3085GWh로 66.8% 불어났다. 그린뉴딜을 포함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보급 등 새 에너지원 산업 조성에 주력한 것 역시 에너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소는 말 그대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 주력기업들이 수소시장에 발빠르게 진출할 수 있도록 장려한 점은 문재인정부 에너지부문의 성과라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소는 개별 산업으로 존재한다기보다 신재생에너지와 연결된 에너지 산업, 수소연료전지 등을 통해 열리는 모빌리티산업 등으로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새 정부 에너지믹스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 친화적 공약을 내세웠다. 취임 후 임기 초반에도 실제로 그런 기조로 노동정책을 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다 영세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진 탓에 이후 속도를 늦췄고,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한편 코로나19(COVID-19)란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률을 기록하는 등 취업자 측면에선 성공적이란 평가다. 다만 민간이 아닌 국가 재정이 만든 일자리란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최저임금 인상 과속…"아마추어 정책"
6일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 이뤄진 2017년 7월 위원회에서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로 결정했다. 인상액은 1060원이나 됐다. 다음해에도 10.9% 인상률을 결정,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2년 만에 8350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정권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대다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쪼개기 계약 성행, 초단기직 등장 등 노동시장 교란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개선 효과를 부르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인상하는 바람에 큰 부작용도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체를 봤을 때 이전 정부보다 인상률이 낮다는 것은 소탐대실한 결과"라며 "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올려야 하는데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률을 결정한 건 아마추어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이후 3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로 결정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과 관련된 질문에 "(현 정부에서) 점진적으로 올렸다면 더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 가운데 또 하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추진했지만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청년층 반발을 사게 됐다. 고용 개연성 등 문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신분 변동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민감한 공정성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면서 MZ세대에게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고 민간으로 확장하지 못한 정책이 되면서 성과는 크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서도 "첫 두해에 급격하게 인상한 것이 소득재분배 효과는 이뤄냈지만 7~8% 인상률을 꾸준히 유지했던 박근혜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널뛰기 인상이 이뤄지면서 전략적으로는 실패했다"고 했다.
◇역대 최대 고용률..."나랏돈으로 만든 일자리" 비판도
문 대통령은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ILO(세계노동기구) 핵심 협약을 비준했고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제 시행으로 노동 분배를 크게 개선해 일과 생활의 균형에 진전을 이뤘다"며 "코로나 위기 이전의 고용 수준을 조기 회복한 것은 봉쇄 없는 방역의 성공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만1000명이 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3월 기준으로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증가 폭이 컸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1.4%를 기록했는데 이는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로 최고치다.
이 교수는 "산재사고나 일자리 문제, 노동지표를 개선하는 데 정책의지를 보였고 지표가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며 "최저임금은 논란이 많았지만 분배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와 주52시간 근무 법제화 등을 통해 전향적으로 근로시간 단축하면서 장시간 노동국가에서 벗어나는 물꼬를 만든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재정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급급한 결과, 민간 일자리 창출 측면에선 성과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사업 예산은 2017년 1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0조6000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국가직 공무원 정원도 박근혜정부(103만2000명)와 비교하면 12만9000명 늘었다.
박 원장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면 민간으로도 확대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이어지지 못하고 재정만 풀린다면 인플레이션만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전 내세운 첫 번째 금융정책이지만 지금도 가계부채 위험은 그대로다. 오히려 지난 5년간 500조원 넘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J노믹스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큰 몫을 했다.
과도한 금융산업에 대한 개입과 규제 중심 정책에 아쉬움도 남는다.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서민·포용금융 강화 등은 문재인 정부가 남긴 성과 중 하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속도...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1.7배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8%(136조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519조6000억원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100조원 이상 가계부채가 증가한 셈이다.
경제규모 성장과 함께 가계빚은 자연스럽게 증가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2020년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상황에 이르렀고, 지난해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6.1%로 집계됐다. 5년 사이 18.8%포인트 상승했다. 비율과 증가속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금, 보험료 등을 빼고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배에 이른다. 부채 부담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저성장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해외기관에서도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를 경고한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경제학회에서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 응답한 27명의 교수 모두 가계부채 규모가 높은 수준(혹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교수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89%가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서비스 자금 수요'를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강화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 단계적 도입을 실행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내세워 사실상 직접적인 대출 통제에 나섰다. 전세대출을 조이려는 움직임에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높은 가계부채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도 큰 부담이다.
◇인터넷은행·핀테크 활성화 성과...'금융산업' 육성 정책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서민 재산형성과 금융지원 강화'도 주요 금융정책 목표로 삼았다. 또 소비자 보호 중심의 금융관리·감독체계 마련도 강조했다.
이 같은 정책목표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과 핀테크 활성화,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법정 최고 이자율은 지난해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됐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두 차례 낮췄다. '포용적 금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지나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와 개입으로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 이자부담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낮은 이자에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 사금융에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과도한 금융관리와 감독은 여러 분쟁을 불러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또 금융산업 자체를 위한 정책은 사라지고, 다른 산업 혹은 정책을 위한 보조적 역할로 그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바꾸고자 빅테크를 활용하면서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발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서 금융정책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펴다보니 금융업권의 자율성도 떨어지고, 시장 질서도 많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정책을 민간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시장의 플레이어로 참여하다보니 나오는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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