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00만명이 찾는 걷기 명소.. 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대전현충원']
[우희철 기자]
▲ 현충원 외곽을 한바퀴 도는 보훈둘레길은 ‘대전의 걷고싶은 길’ 12선에 뽑힐 정도로 사랑받는 트레킹코스다. |
ⓒ 우희철 |
보훈둘레길은 말 그대로 국립대전현충원의 외곽을 따라 크게 도는 길이다. 하지만 단순한 길은 아니다. 잘 보존된 현충원의 자연환경 속에 보훈이라는 정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길은 수많은 대전시민이 찾는 사랑을 받는 휴식처이자 트레킹 코스가 되었다. 대전의 걷고싶은 길 12선에 꼽힌 보훈둘레길은 도보 산책을 하거나 사색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트레킹을 하기 위해 전국 산악회에서 찾는다. 한해에만 100만 명의 사람들이 이 길을 찾는다.
보훈둘레길은 7구간으로 구분하여 빨강길(1.4㎞), 주황길(1.3㎞), 노랑길(1.4㎞), 초록길(2.2㎞), 파랑길(0.84㎞), 쪽빛길(1.4㎞), 보라길(1.5㎞)로 구성된다. 7가지 무지개 색깔로 명명을 해서, 일명 '무지개길'이라고도 한다. 2007년 9월 현충원 입구 주차장 쪽 매점에서 시작하는 1구간을 개척하기 시작해 2015년 11월에 8.2㎞로 1차 완성이 되었다. 2016년부터 제7묘역이 새로 조성되면서 초록길, 쪽빛길, 보라길을 연장해 총 10.04㎞에 이르게 되었다.
거리도 적당하고, 경사도 완만하고, 공기 좋고, 경치가 좋아 걷기 좋은 길로 소문이 나 시민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호국철도기념관, 소나무숲, 대나무숲, 전망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며 환경도 잘 보전된 곳이어서 자연 생태를 배울 수 있다.
▲ 빨강길은 보훈둘레길 시작 구간이다. 초입에 보훈둘레길이라고 새긴 비석이 있다. |
ⓒ 우희철 |
1구간(빨강길)은 애초 대전현충원이 조성될 때 평지였다. 현충탑 등 공사를 하면서 나온 흙을 쌓아 만든 인공산이다. 묘역과 민간 주택지를 분리하는 산을 만들었는데, 이곳에 길을 내면서 둘레길이 조성됐다. 오른쪽으로 장병 1묘역을 끼고 걸을 수 있으며 도중에 호국철도기념관도 관람할 수도 있다.
한국전쟁 당시 약 2만여 명의 철도인이 조국수호 일념으로 군사 수송 작전에 참전해 287명이 순직했다. 또 1899년 철도 개통 이래 공무수행 중 약 2500여 명의 철도인이 순직했다. 호국철도기념관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철도영령의 숭고한 넋을 추모하고 철도 발전상을 알리기 위해 건립했다.
호국철도기념관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길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초록으로 가을에는 붉은색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빨강길은 경사도가 아주 완만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코스 마지막 지점에는 '한얼지'라고 명명된 저수지가 있는데 백로와 흰뺨검둥오리 등이 한가하게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2구간은 주황길이다. 독립유공자 제1묘역과 국가사회공헌자 묘역 방향으로 걷다가 국가원수묘역 쪽 숲으로 접어들면 바로 대나무숲길과 이어진다. 이 숲길은 '청백리길'로 명명이 되어 독립지사들과 세계 유명인사들의 명언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 주황길에서 볼 수 있는 한얼지의 모습 |
ⓒ 우희철 |
3구간(노랑길)은 순환 코스다. 오른쪽으로 돌든, 왼쪽으로 돌든 한바퀴 돌아 원점으로 회귀한다. 일반적으로 왼쪽 코스는 오르막으로 시작하고, 오른쪽 코스는 내리막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오르고 내리는 것은 어느 쪽으로 가든 똑같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길 양쪽으로 대나무가 빽빽하게 솟아있다. 대나무숲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비석이 보이고 그 너머로 오래된 묘가 나온다.
▲ 노랑길에서 볼 수 있는 가을 풍경 |
ⓒ 우희철 |
제4구간(초록길)은 개별 구간 중 가장 긴 코스다. 새로 조성된 장병7묘역을 끼고 북쪽 끝을 돌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 그릇이 출토된 지역이 나온다. 예전에 사기 그릇을 제조했던 곳이다. 조금 지나면 보훈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계류가 나온다. 이곳부터는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둘레길 중 가장 힘든 코스다.
▲ 초록길에서 볼 수 있는 대전현충원의 파노라마 |
ⓒ 우희철 |
제5구간(파랑길)은 채 1㎞가 안되는 가장 짧은 구간이다. 이 구간의 백미는 1004전망대다. 맞은편으로 갑하산과 두리봉, 신성봉 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운 좋으면 호기심으로 서성이는 고라니를 만날 수도 있다. 전나무 숲을 지나 피톤치드를 마시며 걷다보면 어느새 사병 제3묘역이 내려다보이며 구간이 끝나고 제6구간(쪽빛길)이 시작된다.
▲ 쪽빛길을 걷다보면 충혼당 앞 왕벚꽃이 흐드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
ⓒ 우희철 |
충혼당에서 후문 나가는 길목이 마지막 구간인 제7구간(보라길)의 시작점이다. 보라길은 가을에 걸으면 좋다. 시작부터 억새길이 반겨준다. 황톳길을 지나 오르막에 서면 아래로 현충지가 내려다보이고 맞은편에 현충탑이 우뚝하다.
▲ 가을에 걸으면 좋은 보라길의 모습 |
ⓒ 우희철 |
보훈둘레길을 걷다보면 꿩이나 까치, 까마귀, 오색딱따구리, 산비둘기 등 만날 수 있고, 다람쥐나 청설모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운 좋으면 사슴이나 고라니도 볼 수 있다. 길목 곳곳에는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놓아 수목을 공부하며 걷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봄, 여름, 가을에는 둥굴레, 각시붓꽃, 은방울꽃, 하늘말라리, 까치수염, 인동, 비비추, 용담, 상사화, 구절초 등 각종 야생화도 즐비하다.
또 보훈둘레길에서는 곳곳에서 양성평등화장실을 만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화장실을 7대3으로 건립한 화장실인데, 이팝나무화장실, 철쪽화장실, 진달래화장실 등 각종 수목을 화장실 이름으로 명명했다.
권율정 전 대전국립현충원장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예산을 들이지 않고 조성한 길이고 둘레길 통해서 시민들이 현충원을 찾아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 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