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의사 국시 거부' 딸에 "우리 사회 '연좌죄 사회' 아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 정모(29)씨가 본과 4학년이었던 2020년 의사 국가고시 응시 거부 선언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 측은 "성인 자녀의 의사표현까지 후보자의 문제인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씨는 2020년 8월 19일 국가고시 응시 거부 선언에 서명한 경북대 의대 본과 4학년 97인 중 한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선언문에서 “정부 측에서 의과대학의 정원을 10년에 걸쳐 총 4000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공공의대를 설립해 졸업 후 공공의료 분야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시키겠다는 입법안을 내놓았다“며 “의사들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의료정책에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일절 담기지 않았다”며 “학생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국가고시 거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북대를 포함한 전국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책에 반발해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2020년 치러진 국시에는 3000여명의 대상자 가운데 400여 명만 시험을 치렀다.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2021년 1월, 국시 응시를 거부한 나머지 2700여명에게 시험을 볼 수 있는 추가 기회를 열었다. 정씨 역시 2021년 2월부터 경북대병원 전공의(인턴)로 합격한 것을 고려하면 추가 시험에 지원해 합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최 의원실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게 될 예비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의사 표현 방식으로써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사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시 의료계, 특히 젊은 의대생들로서는 의사인력 확충 필요성이나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발표가 부당하다고 받아들이고 반발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바람직한 의사표현 수단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인력 확충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하고 방안을 마련하기로 공감대를 가진 바 있고,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의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국시에 응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또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자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성인이면서 동시에 전문 직업인으로서 당시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라며 "우리 사회는 ‘연좌제’ 사회가 아니며, 인사 청문회는 장관 후보자의 정책적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성인 자녀의 의사표현까지 후보자의 문제인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최혜영 의원은 “정 후보자는 지난 24일 질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료계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라며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해 의사 국시 거부 서명에 참여한 딸의 아버지가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올랐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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