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논두렁 잔디 그 후.. 두번 실수는 없다는 목동운동장의 준비

서호정 기자 2022. 4.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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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22시즌 초반 K리그를 휩쓸고 간 화두는 잔디 문제였다. 최근 수년간 급변한 기후로 인해 여름철 잔디 관리에 애를 먹긴 했지만 올 시즌처럼 초반부터 시선이 집중되긴 처음이었다. 역대 가장 이른 개막의 여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중 몇몇 경기장의 심각한 잔디 상태가 도마에 올랐다. 최상의 경기력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와 도자, 그리고 그 경기력을 볼 권리가 있는 팬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프로축구연맹도 최근 수년간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난해부터 손잡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산하 잔디환경연구소와의 컨설팅을 한층 강화했다. 


'잔디 논란'의 중심에 섰던 팀 중 하나는 서울이랜드FC였다. 창단 이래 긴 시간 홈으로 활용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 '잠실 스포츠, MICE 복합단지 조성 계획'으로 올해부터 개보수 공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서울시와 협의 후 목동종합운동장을 개보수 공사가 끝날 때까지 홈구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목동종합운동장의 잔디 공사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프로팀이 없는 목동종합운동장은 활용 폭과 관리의 용이함을 통해 일반 생활체육인들에게도 개방하기 위해 2006년부터 인조잔디로 필드 재질을 선택했다. 15년 간 인조잔디 상태였던 목동종합운동장에 다시 프로팀이 입성하게 되면서 천연잔디로의 변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공사 시기가 너무 늦었다. 인조잔디를 철거한 뒤 11월에야 천연잔디를 깔았는데, 유럽이 원산지인 한지형 잔디는 영상 5도에서 25도 사이에서 생육이 이뤄진다. 11월은 잔디의 생육이 사실상 멈춘 시점이었고, 당연히 활착(뿌리 내림)이 이뤄지지 않았다. 뿌리가 10cm 이상 단단히 자리를 잡아야 선수들의 격렬한 움직임에도 파이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목동종합운동장은 지난 3월 17일 충남아산을 상대로 첫 홈 경기를 했을 당시 활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선수들의 태클이나, 슈팅에 잔디가 힘 없게 들렸다. 추위가 3월 초까지 이어졌고, 경기를 앞두고는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토양의 습기가 올라가 잔디는 한층 약해졌다. 


충남아산과의 6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서울이랜드는 8일 뒤로 예정된 FC안양과의 7라운드 홈 경기를 잠실주경기장으로 급히 옮겨 진행했다. 당시에도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주말 동안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적극 나서며 교통정리를 했다. 공연 준비 전 일찌감치 경기장 내 시설을 최소한으로 쓰는 조건 하에 그라운드를 활용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일단 8라운드 전남드래곤즈(4월 2일), 9라운드 부천FC(4월 5일)와의 경기는 프로축구연맹과 상대 구단의 협조로 서로의 홈과 원정 경기 일정을 바꿨다. 원정 4연전을 감내했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 결국 경남FC와의 12라운드(4월 23일)도 홈과 원정 일정을 서로 바꿨다. 그렇게 하면서 목동종합운동장은 5월 17일 김포FC와의 경기까지 일정을 비울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자라는 한지형 잔디는 생육 조건이 꾸준히 형성되는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녹색을 띄고, 뿌리가 깊게 내려 활착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잔디 상태를 최상으로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 일선 관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인데, 목동종합운동장은 한달 넘게 개점 휴업하며 상태가 호전됐다. 


최근 확인한 목동종합운동장 잔디의 뿌리내림은 8cm 수준이다. 다음 홈 경기 일정까지 3주 가까이 시간이 있기 때문에 김포전에는 활착이 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주부터는 그라운드에 무늬를 넣고, 필요한 여러 선을 마킹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로 진땀을 흘린 서울이랜드의 김은영 사무국장은 "여전히 송구스럽다. 경기장 문제와 닿아 있는 많은 곳에서 협조를 해 주신 덕에 겨우 한 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홈 개막전의 이른바 논두렁 잔디 사태는 많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됐고, 서울시를 긴급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체육시설사업소 외에 시 정책과에서 나서 직접 챙길 정도였다. 사업소는 잠실주경기장을 관리하는 베테랑 인력을 목동종합운동장에 꾸준히 파견해서 관리를 도왔다. 매주 수요일에 구단과 사업소 측이 정기 회의를 통해 개선을 촉직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맹 관계자가 지속적으로 현장으로 나와서 체크를 했다. 잔디환경연구소 측에 목동종합운동장의 잔디 표본을 정기적으로 보내 생육 상황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보냈다. 구단에서도 켄싱턴리조트 가평 내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의 그라운드를 관리하는 인력을 목동종합운동장에 파견했다. 지난해 훈련장 2면을 확보하며 공사를 진행하는 경험이 있는 인력들이었다. 그 정도로 목동종합운동장의 잔디 상태를 살리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김은영 국장은 "서울시와 체육시설관리사업소, 프로축구연맹, 잔디환경연구소,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홈 경기 변경 요청을 최대한 이해하고 수락해주신 전남, 부천, 경남 구단에 감사를 드린다. 남은 시간 동안 더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김포전부터는 같은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월 17일 열리는 김포와의 경기를 통해 목동종합운동장의 잔디는 재평가 받는다. 이후 5월 28일, 6월 4일, 8일, 12일까지는 무려 홈 4연전을 치르는데 이때가 본격적인 잔디 관리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전망이다. 김포전을 일주일가량 앞두고는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강도 높은 움직임에 잔디가 어느 정도 버티는지, 디봇(파임) 현상은 어느 정도인지도 체크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이랜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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