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패]① 서울 성동구 삼성래미안 5.6억→14.5억.. "월급 모아 집사기는 하늘의 별 따기"

연지연 기자 2022.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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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 결산]
집값 잡겠다고 무리한 규제 남발
결국 집값은 못 잡고 정권 말기 사과
중산층이 월급모아 집 사기는 2배 힘들어져

2022년 4월 현재 전용면적 84㎡짜리 국민평형 주택 시세표.

경기도 평촌 푸른마을 인덕원대우 전용면적 84㎡ 10억원. 경기도 남양주 다산동 다산e편한세상자이 전용면적 84㎡ 10억원. 서울 성동구 금호동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84㎡ 14억5000만원. 서울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 29억원.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47억원….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아파트 값이 2~3배가 됐다. 평촌 푸른마을 인덕원대우는 2017년 5월까지만 해도 4억2000만원에 실거래됐고, 서울 금호동 삼성래미안은 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부자 중에 부자만 산다는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18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이 있다던 문재인 정부가 5월 9일이면 막을 내린다. 2017년 임기 초 수준으로 집값을 낮추겠다는 공언을 했음에도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은 내릴 줄 모르고 있다. 통계상 5년 임기 내 서울 집값은 40% 정도 급등했다. 체감하는 아파트 값 상승 폭은 2~3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시대라는 점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지만, 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시장 욕망을 인정하지 않은 점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첫 번째 요인이라고 꼽았다. 양질의 주택이 부족한 상황인데, 문재인 정부는 주택은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주택 공급 확대를 미뤘다.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제공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고 ‘적폐 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무조건적인 주택수요 말리기 정책이 시장 공포를 자극해 왜곡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문 정부 5년간 어떤 부동산 정책이 나왔고 결과는 어땠을까.

그래픽=이은현

◇ “집 가진 죄인인가”… 세금강화·대출규제로 점철된 부동산 정책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옥죄는 대표적인 수요억제책이었다. 이는 주택 공급은 충분한데, 투자수요가 부동산으로 흘러들면서 집값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7년에만 부동산 정책이 총 6번 나왔다. 6·19 대책, 8·2 대책, 9·5 후속조치, 11·29 대책, 12·13 대책이다. 이에 따라 전국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경기 광명, 부산 기장, 부산 진구는 6월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서울 전역과 과천, 세종은 8월에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됐다.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는 9월에 투기과열지구가 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2주택 이상 보유가구는 집을 새로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양도세도 중과된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되고,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제한된다.

2017년에 가장 강력했던 정책은 8월 2일에 발표된 주택 가격 안정화 대책이었다. 문재인 정부판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강력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 1순위 제도 강화 등이 총망라돼 ‘’부동산 규제의 완결판’으로 인식됐다.

규제가 나오고 잠시 술렁이는 같았지만,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2대책 이후 1년간 6.60% 올랐다. 이는 8·2대책 이전 1년 상승률(4.74%)보다 2% 포인트 가량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당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 위주로 상승세가 더 심해졌는데, 세금이 오르다보니 ‘똘똘한 한 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면서 투자 쏠림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상승할 지역을 찍어준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시장 과열양상이 심했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집 살 때 대출 못 받는다 공포에 매수자들 쫓기듯 집 매수”

2018년에도 총 6번의 대책이 발표됐다. 가장 강력했던 건 9·13 대책.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저인망식 대책으로 불렸던 이 정책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새로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했다.

서울 25개 전 지역을 포함해 분당, 과천, 하남, 세종 등이 대상이었다. 여기에 2주택 이상자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했다. 부동산 관련 세율도 올렸다. 기존에 3주택 이상자에 초점을 맞췄던 다주택자 세율 강화는 2주택 이상자로 확대했다. 종합부동산세율은 최대 3.2%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또 과표기준 3억원(시가 18억원) 이상은 현행세율을 유지하되 과표기준 3억원에서 6억원(시가 23억원)은 종부세율을 0.2%에서 0.7%까지 추가로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13 대책 실행 1년 뒤 서울 아파트 실거래 평균가를 비교해보니 서울 25개구 아파트값이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4억원까지 올랐다.

이는 더 이상 집을 가질 수 없다는 공포감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출을 받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히는 현금부자인데, 대출길이 순차적으로 막히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감이 커졌고 수요가 더 몰렸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가 나오면 잠깐 위축됐다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었다”면서 “그 당시 거래가능했던 집은 딱 한 채, 여기에 매수희망자만 6~7명이라서 한꺼번에 집 구경을 시키고 경주하듯 가계약금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점심, 저녁을 다 거르고 일했던 때”라면서 “그래도 그 때가 마지막 불꽃일 줄 알았는데, 그 뒤로 이렇게 더 오를 줄은 일하면서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 사상 초유의 대책 등장… 집값 15억원 이상은 대출금지

이후로는 무리한 정책도 입안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2019년 12·16 대책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9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로 대출 한도 제한을 걸었다.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3구 쏠림 현상에 따른 조치다. 당시 정책 입안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의 환금성을 낮추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현금부자만 강남 3구 진입을 용이하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발표 하루 만에 결국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판대에 오르기도 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헌법 제23조가 정한 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하고, 이 조치는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없어 헌법이 정한 법률유보원칙도 위반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예비 매수자들은 ‘영끌투자’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영끌투자는 모든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사는 행위를 뜻한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신용대출이 막히자 사업자대출로 우회해 집을 사는 경우가 늘었난 것이다. 대출규제에 따라 법인투자도 횡행했다. 법인을 세워 대출을 받으면 자금조달계획서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서울 압구정동의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모가 자금력이 있는 집인 경우 자녀가 법인을 세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부모가 뒤로 대출을 갚아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자금조달계획서를 대출로 채워 의심받지 않게 한 것”이라고 했다.

2020년 이후부터는 주택 공급정책 위주로 방향을 틀었지만 시장에선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8·4 대책에선 3기 신도시를 포함해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2021년 2·4 대책에서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으로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는 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토지는 상대적으로 대출이 쉽다는 점에서 투자자금이 토지로 일부 이동한 데다 개발 기대감에 따라 보상금액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커질대로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일부가 개발계획을 미리 알고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결국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임했다. 2·4 대책은 변 장관이 진두지휘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힘쓰지 못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금리 기조에 투자자금이 시중에 많았고 주택공급을 주저하는 사이 집값이 올라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됐다”면서 “주택 공급을 빨리 결정하지 못하고, 세금으로 다주택자를 억눌러 매물 실종 상황을 만든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 중산층(중위소득 3분위)이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중간 가격대(3분위) 집을 사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거의 2배가 됐다. 2017년 문 정권이 출범하던 5월만하더라도 PIR이 10.9였는데, 지난해 12월엔 20.1까지 오른 것이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주택가격과 가구소득은 각각 1분위(하위 20%)~5분위(상위 20%)로 분류돼 총 25개의 PIR이 산출된다. 주로 중위소득(3분위) 가구가 중간 가격(3분위)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을 오판해 역효과만 낸 정책을 지속했던 것이 문제”라면서 “이 때문에 결국 정권 말에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의 말까지 했지만, 패배감이나 절망감 등 그 후유증은 온전히 국민 개개인의 몫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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