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나종덕→투수 나균안 "롯데 팬들 기립박수 소름 끼쳤죠"

김효경 2022. 4. 20. 10: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롯데 투수 나균안. [사진 롯데 자이언츠]

타자 뒤에 서다 앞에 서니 야구 인생이 바뀌었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나종덕에서 변신한 투수 나균안(24)이 활짝 날개를 펼쳤다.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6으로 뒤진 6회 초 나균안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롯데 팬들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팀은 크게 뒤졌지만, 멋진 투구를 했기 때문이다.

선발 이승헌이 1회에만 4실점해 급하게 나선 나균안은 6회 2사까지 5이닝 5피안타 2실점했다. 최고 시속 145㎞의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포크볼을 섞어 개인 최다인 10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열흘이 지났지만 나균안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박수를 보내주셨다. 소름끼쳤다. 그런 환호를 오랜만에 받아서 정말 기분좋았다. 경기 끝나고도 여운이 오래 가더라. 가족들도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롯데 팬들이라 그런 환호가 가능했다. 우리 선수들도 관중 입장과 육성 응원이 돼 힘을 많이 받는다. 지고 있어도 팀 분위기가 팬들 덕분에 뜨겁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포수 나종덕 시절의 모습.

몇 년 전까지 그는 환호보다 비난을 더 많이 받는 선수였다. 2017년 마산용마고를 졸업한 그는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단했다. 당시 포지션은 포수. 2014년 2년 선배 김민우(한화 이글스)와 함께 노히트노런을 만들었고, 청소년 대표로도 활약한 대형 유망주였다.

때마침 주전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면서 나종덕은 프로 2년차 때부터 1군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2년간 팀내 포수 중 가장 많은 128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까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나균안은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간이 길어서 힘들었다"며 "첫 해엔 '괜찮아지겠지'란 마음이었지만 나중엔 야구장에 나오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가끔 기사 댓글을 봤는데, 상처받진 않았다. 가족에 대한 비방이 있을 땐 가슴 아팠지만,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20년 투수가 됐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왼손목 골절 부상을 입은 나균안에게 전향을 권했다. 중학 시절까지 투수를 한 적이 있지만, 포수가 천직이라 생각한 나균안은 아쉬웠지만 받아들였다. 1년 동안 2군에서 투수와 포수를 함께 했다. 이름도 '종덕'에서 '균안'으로 바꿨다. 개간할 균(畇)자에 기러기 안(雁)자. 노력한 만큼 더 높이 오르라는 의미였다.

지난해 나균안은 포수 미트를 내려놓았다. 1군에서 투수로 경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구력을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5월 1군 데뷔전을 치렀고, 6월엔 선발로 나와 데뷔 첫 승까지 거뒀다. 2020년 결혼한 그는 지난해 11월 딸 리율까지 얻었다. 연봉도 4300만원에서 5800만원으로 인상됐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다짐한 나균안은 더 강해졌다. 아직 세 경기만 치렀지만 7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5개나 잡았다. 아웃카운트 3분의 2 이상이 삼진이다. 임경완 롯데 불펜코치는 "빠른공 구속이 지난해보다 2~3㎞ 향상됐다. 그러면서 포크볼의 위력도 좋아졌다. 타자들 입장에선 배트가 따라나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지난 14일 광주 KIA전도 뜻깊었다. 딸의 육아를 도와주는 장인, 장모님 앞에서 1과 3분의 2이닝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나균안은 "부모님과 처가 식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아직 딸이 어린데 제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 세이브를 거둔 켄리 잰슨(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KT 위즈 김재윤도 포수에서 전향한 사례다. 둘은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나종덕은 다양한 구종을 앞세운 '기교파'에 가깝다. 임경완 코치는 "포수 출신인데도 손재주가 좋아 투수 입문 2년 만에 다양한 변화구를 익혔다. 포수로서 경험 덕분에 타자 심리도 잘 읽고, 영리하다"고 했다.

사실 포수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지운 건 아니다. 나균안은 "투수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미련이 있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평생 해왔던 포지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내 포지션은 투수고, 1군에서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하니까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팬들은 제구력이 좋은 그를 '나덕스(나종덕+그렉 매덕스)'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잰슨과 합친 '종덕 잰슨'이란 별명도 있다. 하지만 나종덕이 가장 좋아하는 건 '나균덕'이다. 투수 균안과 포수 종덕이 합쳐진 이름이다. 나균안은 "나덕스보다는 친근감 있고 듣기 좋다. 팀원들도 균덕이라고 자주 부른다. 선배님들이 급하게 포수가 없는 상황이 되면, 나종덕으로 유니폼 갈아입고 나가라는 동담도 하신다"고 웃었다.

나균안의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더 많다. 더 많이 마운드에 오르고, 기회가 된다면 태극 마크도 달고 싶다. 나균안은 "아직은 완벽한 1군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