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최저 임금받으면서도 일하는 이유는.."

은평시민신문 김주영 2022. 4.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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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은평구 아동·청소년들의 마지막 지킴이, 갈현지역아동센터 청년 교사들

[은평시민신문 김주영]

 왼쪽부터 갈현지역아동센터 청년 교사 이효식, 김아영, 김범수 님 (사진 : 김주영)
ⓒ 은평시민신문
기자 집 바로 근처에는 갈현지역아동센터(서울시 은평구 갈현동)가 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때때로 들려오는 관현악 선율에 지나칠 때마다 귀가 쫑긋 세워진다. 기자도 군 제대 후인 2014년도 초에 교육봉사에 참여한 적도 있다. 학생들과 나눈 추억이 있는 만큼 아동센터에 좀 더 눈 길이 가는 것일 수도.

갈현지역아동센터는 지역아동센터만큼은 변함없이 늦은 밤 전등이 켜져 있었다. 유리문 넘어 분주하게 움직이던 젊은 교사 세 분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오후 8시, 열정적인 청년 교사 세 분 이효식(특수목적 교사), 김아영(아동돌봄 교사), 김범수(사회복무요원)씨와 만남을 가졌다. 

-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이효식 : "2018년 무렵 영어교육 봉사활동으로 갈현센터와 인연을 맺은 후 현재 풀타임으로 근무 중인 4년 차다. 여기 청년 그룹에선 선임 격이다. 원래 경기도 지축에 살다가 재개발되면서 청소년 시절 은평구로 넘어와 대성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갈현센터 인근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하혜영 센터장님을 알게 됐고, 뜻이 맞아 봉사에 참여했었다."

김아영 : "은평구 토박이다. 2021년 9월부터 갈현센터에서 근무했다. 사회복지 전공자로 그전에는 은평구 내 타 아동센터에서 생활복지사로 1년 8개월 근무했다."

김범수 : "올해 11월 소집해제를 앞둔 갈현센터에 발령받은 공익근무요원이다. 은평구 토박이다. 졸업하자마자 병역의무를 빨리 끝내고 싶어 구청 공고에 근무 시작 시기를 보고 지원했다." 

- 요새 외지에서 유입된 은평구 1인 청년 가구가 부쩍 늘었다. 세 분 모두 은평구 출신으로 지역사회에 남아 생활하는 게 흥미롭다. 효식씨도 혹시 사회복지 전공자인가?
이효식 : "학부 때는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하 센터장님 권유로 교육봉사에 참여했는데 그때 아이들과 교류하며 진로가 바뀐 경우다. 그때 봉사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도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 공부를 이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 봉사 경험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된 건가?
이효식 : "일단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교육수요가 높은 TESOL(국제영어교사 자격증)도 땄다. 봉사하는 과정에서 갈현센터 내 여러 문화 프로그램(캠핑, 꿈꾸는 아이들 등)을 통해 아이들과 친밀해졌다.

나아가 개인 관심 영역이 '잘 가르치기(teaching)'를 넘어 한국에서 '좋은 교사' 양성을 위한 교수법 연구로까지 확장됐다. 여가 시간에 외국 무료 온라인 수업(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등) 플랫폼을 이용해 공부할 정도로 진심이다."
 
 김주영 시민기자와 갈현지역아동센터 청년 교사들
ⓒ 은평시민신문
- 봉사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아영씨는 두 곳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해본 소감이 궁금하다. 
김아영 : "먼저 두 시설 규모 차이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다르다. 전 직장은 29인 시설이고 여기 갈현센터는 49인이다. 아이들 특성에 맞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청소년 우범지역으로부터 안전한 보호시설 역할 하는 것이 공통된 지역아동센터 특징이다.

단 앞서 말한 시설 규모(예산)에 따라 운영 가능한 사업 프로그램 수와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생활복지사+외부인력+자원봉사자의 수가 아동 사업 운영에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 사회복무요원인 범수씨는 군인이라기보다 아동센터 교사 느낌이 강하다. 적응을 잘한듯한데.
김범수 : "첫 근무 시작할 때 아이들이 저의 덩치 큰 빡빡이 모습에 무서워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웃음). 고교 시절 콜센터나 주차 알바는 해봤는데 아동시설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1층에 오픈 카페가 있다(코로나19로 미운영)는 것과 아동들이 악기(우클렐레, 플롯, 클라리넷, 트럼본, 튜바 등)를 배우며 관악단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영상미디어 촬영·편집 작업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좋게 보면 덕분에 프리미어 프로 등을 익혔다는 것이다. (웃음)."

- 본인도 갈현센터를 지나가며 관현악단 선율에 이런 것도 하는구나 감탄했다. 다양한 영상작업을 많이 했다니 의외다. 코로나 영향이었나?
일동 : "코로나로 센터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정부·지자체 방역 지침에 따라 법정 종사자를 제외한 외부 인력, 자원봉사자 등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다 보니 업무량이 늘었다. 학교 등 여러 교육시설이 문 닫을 때도 지역아동센터만큼은 열었다. 코로나로 사회가 가장 힘들 때 의료진 못지않게 고생했다."

- 아이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셨다. 감사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일동 :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명감으로 버텼다. 코로나19 기간에 늦은 밤까지 일했다고 해서 금전적 보상은커녕 잘했다는 외부 칭찬 한 번 들은 적 없다.

다른 교육·사회복지 기관(학교 등)에 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가 지급된 데 반해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접촉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지원에서 제외됐다. 교사들은 사비로 구입해야 했다."  

- 긴급 돌봄 업무까지 맡는 마당에 그런 사소한 지원에서도 배제됐다니. 청년 교사들 최저 급여 대우도 속상한데 국민 한 사람으로서 참 민망하고 좀스럽다. 
이효식 : "지역아동센터가 이 정도로 일이 많을 거라곤 상상 못했다. 봉사자와 근로자 신분에서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이젠 길 가다가 야밤에 불 켜진 센터가 보이면 어떤 상황인지 그려진다. '급여도 최저시급 기준인데 차라리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의점에서 (야간 수당 받으며) 책 보며 일하는 게 더 낫지 않냐' 말하는 지인도 있을 정도다. 단지 아이들이 좋아서 버티고 있다."

- 아동들과 보통 언제 신뢰관계가 형성되는가?
일동 : "갈현센터에는 다양한 교육사업이 있는데 그 중 일 년에 두 번 있는 캠핑과 같은 행사에서 친밀도가 많이 상승한다. 아동들과 수많은 대화와, 또 체력을 요하기에 청년 교사들의 장점이 가장 부각되는 센터 사업이기도 하다.

심지어 코로나 때도 6인 방역수칙 지켜가며 제주도를 다녀왔다. 5명씩 팀을 구성해 총 9팀에서 비용, 일정 등을 직접 조사하고 발표까지 하는 '스스로 찾아가는 캠핑' 방식이었다. 함께 다녀온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 

- 혹시 근무하며 마음 아팠던 순간도 있는가?일동 : "연신내 맥도날드 뒷골목은 비행청소년 아지트로 유명하다. 거기서 대장처럼 앉아있던 낯익은 학생을 봤다. 문제 원인은 결국 '연신내 로데오' 거리의 열악한 환경이다. 갈현동만큼 초중고가 밀집된 지역도 없을 거다. 반면 유흥거리가 학교와 너무 가깝다.

술병과 담배로 어질러진, 밤새 울리는 고성방가로 질서와 치안이 무너진 연신내 거리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많다. 궁여지책으로 센터에서 청소년들을 오후 10시까지 데리고 있는데, 이는 아이들을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함이다. 인근에 청소년 임시 보호시설까지 있을 정도다. 연신내는 각별히 청소년 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
 
ⓒ 은평시민신문
- 젊은 교사들 시각에서 사회복지 인프라부터 청소년 이슈까지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안고 간다. 코로나 방역 지침이 점차 해제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동 : "코로나19로 청년들이 일자리 구하기 힘든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당장의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지금껏 그랬듯이 사명감 갖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그리고 갈현지역아동센터 차원에서 5월 5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우리 은평구 지역아동센터 연합회에서 온·오프라인(장소: 증산초) 축제 한마당 행사를 계획 중이다.

흔히 행사하면 빠질 수 없는 문화공연, 체험부스 및 놀이터는 물론이고, 우리 청년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을 총 발휘하여 온라인상에서도 게임대회부터 음식, 장난감 만들기 등 아이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거 준비한다고 또다시 청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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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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