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 본격화..곡물값 더 오른다

류지민 2022. 4. 12. 22: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곡물값 급등에 농산물 펀드는 방긋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농산물이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떠올랐다. 밀,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세계 3대 곡창지대이자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장기화로 공급 차질이 빚어진 데다 비료나 씨앗, 사료, 제초제 등 농업 전반의 생산 비용 상승이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밀, 옥수수, 보리, 쌀 등 주요 곡물의 국제거래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곡물가격지수는 지난 2월 기준 144.8포인트로 전월 대비 3%, 전년 동월보다 14.8% 상승했다. 농산물에 투자하는 농산물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대부분의 농산물 펀드는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스타브로폴 지역에서 밀을 수확하는 모습. (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라니냐로 남미 생산량 급감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불러온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주요 농산물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 1위이며 우크라이나는 5위다. 두 나라가 세계 밀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유럽 곡물시장 전략연구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수출 시장에서 지난해와 올해 생산된 밀 공급량이 약 1100만t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수출도 세계 4위로 전 세계 수출량의 16.4%를 담당한다.

설상가상 러시아는 최근 수요 곡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러시아 농업부는 지난 3월 14일 “3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밀·보리·호밀·옥수수 등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정부령을 발표했다.

최근 라니냐에 따른 가뭄으로 주요 곡물 산지 중 하나인 남미 지역 생산량이 급감한 것도 농산물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라니냐는 남미 페루 앞바다의 적도 부근 동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통상 라니냐가 발생하면 태평양 서쪽 지역에는 이상 저온 현상이, 동쪽에는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나타난다. 라니냐가 심해질 경우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여름에 가뭄 피해와 겨울에 추운 한파 피해 가능성이 확대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개월 연속 해수면 온도가 영하 0.5도를 밑도는 등 라니냐 발생으로 남미 지역 가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 농무부(USDA)는 대두, 소맥, 옥수수의 생산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최소 4월까지는 농산물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곡물 재배에 필수적인 비료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글로벌 최대 비료 산지인 중국이 인산비료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료 생산업체 수출을 중단시켰다. 러시아는 매년 전 세계 비료의 13%에 해당하는 약 5000만t의 비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칼륨, 인산염, 질소 함유 비료의 주요 수출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협력한 벨라루스도 비료 생산에 필수적인 염화칼륨 수출을 중단했다. 벨라루스는 세계 염화칼륨 수출 2위로, 전체 염화칼륨 수출량의 41%를 차지한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수출 중단으로 비료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비료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인 CRU그룹에 따르면 비료 가격은 2020년 대비 약 서너 배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료 가격 상승으로 농업 생산량과 식품 가격이 모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비료 부족이 곡물 경작 면적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펀드 수익률 ‘톱’

▷비료·사료주 주가 급등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농산물 가격 불안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김지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해외농업관측팀 전문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이 3~6개월 후에 거래가 이뤄지는 선물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에 베팅한다면 펀드나 관련 파생 상품을 통한 간접 투자 방식이 대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상장된 옥수수, 대두, 밀 등 3대 농산물 선물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3대농산물선물’은 올 들어 3월 말까지 21.97% 올랐다. 미국 상품선물 시장에 상장된 밀, 옥수수, 대두, 설탕 등의 농산물 선물 가격(S&P GSCI Agriculture Enhanced Select Index ER)을 추종하는 ETF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은 같은 기간 17.69% 상승했다. 다른 농산물 대신 콩에만 집중 투자하는 ‘삼성KODEX콩선물’도 수익률이 20.32%에 이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9개 농산물 펀드는 올 들어 평균 17.62% 상승하며 테마형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원자재 펀드(17.58%), 금 펀드(7.27%) 수익률을 웃도는 성적표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펀드는 ‘키움Commodity인덱스플러스’로 연초 이후 26.47%가 올랐다. 이 펀드는 농산물 외에도 에너지, 산업용 금속 등으로 구성된 ‘S&P GSCI 다이내믹 롤 셀렉트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다. 농산물에 집중 투자하는 ‘신한포커스농산물’ 펀드도 18.25%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품에 직접 투자하고 싶다면 DBA(Invesco DB Agriculture Fund·11개의 농산물·곡물·육류로 이뤄진 대표 ETF), CORN(Teucrium Corn Fund·옥수수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유일한 ETF), JO(iPath Series B Bloomberg Coffee Subindex Total ETN·커피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유일한 ETN) 등이 있다. DBA는 올 들어 S&P500지수가 5.06% 하락하는 동안 11.24% 상승했다.

관련 수혜 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비료와 사료, 농기계 관련 주식이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료 가격이 치솟자 비료를 사용해 생산하는 곡물 가격이 또다시 급등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 감소 범위가 원재료, 중간재, 비료, 곡물 등 모든 밸류체인에서 나타나고 있고 각 분야의 10~40%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료주는 최근 증시에서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지는 업종 중 하나다. 현대사료는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한 달(4월 6일 기준) 동안에만 주가가 다섯 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한일사료(45.7%), 미래생명자원(15.6%), 대주산업(15.5%) 등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배합사료에 사용되는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남해화학, 효성오앤비, 대유 등 비료주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곡물 재고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다 비료 수요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비료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과거 애그플레이션 사이클이 도래했을 때 남해화학 등 국내 비료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0~600%씩 증가했다.

다만 곡물 가격 상승이 곧바로 사료·비료업체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은 만큼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관련주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어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면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꺾일 우려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4호 (2022.04.13~2022.04.1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