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1년간 한시 배제.."다주택자 매물 나올 듯"

김원 2022. 3. 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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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오는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업무보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인수위는 이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발표된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이 매우 올라갈 것으로 보여 미리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1주택자의 보유세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올해 상승한 공시가격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양도세 중과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우선 추진을 약속했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결국 매물 잠김 등 시장 왜곡을 가져왔고,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주택 시장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강력한 양도세 중과 제도를 시행했다.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10%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를 기본세율에 각각 가산하는 양도세 중과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 7·10 대책에서는 2주택자는 20%P, 3주택 이상자는 30%P를 기본세율에 더하는 것으로 폭을 넓혔다. 이에 지난해부터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중과되는 세율까지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커도 양도세 때문에 매각 대신 증여 등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인수위는 "이번 조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가 보유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주택을 매도할 수 있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양도세 완화로 다주택자가 시세 차익을 실현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매물 출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 시장 상황을 고려해도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전세 물건이 나오는데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앞으로 4년간 매도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 매도를 유도하기에 적기"라고 평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실제로 지난해 다주택자 대상으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기 직전 5월 거래량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일부 매물이 시장에 출하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 보유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한시 유예했던 2019년 12·16 대책 발표 직후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서울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7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6월 이전에 일부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대출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거래 절벽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새 정부가 여러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추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다주택자들이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주택자가 서울, 수도권 등 외곽지역 보유 주택을 매도하고, 강남 등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수요가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교수는 "강남 재건축 등 요지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여전히 증여 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일부 외곽 지역 주택 매각을 먼저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상급지 또는 지역 대장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이는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모든 세금을 한꺼번에 완화하면 다주택자의 매도 유인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또 주택 매수에 영향을 미치는 대출규제, 임대차3법 등도 함께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폐지 등이 함께 이뤄져야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이는 방향으로 전면적인 세제 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위원도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장 매물 잠김 현상을 정상화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려면 대출에 대한 일부 제도 완화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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