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4월 추천도서③]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서믿음 2022. 3. 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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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책나눔위원회’를 운영하며, '인지심리학은 처음이지?'(북멘토) 등 7종을 ‘4월의 추천도서’로 발표했다.

‘책나눔위원회’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출판수요 확대 및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등 7개 분야의 도서를 매달 추천사와 함께 소개한다.

‘4월의 추천도서’는 ▲'인지심리학은 처음이지?'(북멘토) ▲'아주 편안한 죽음'(을유문화사)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메멘토) ▲'노명우의 한 줄 사회학'(EBS Books)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반니) ▲'식물상담'(북하우스) ▲'단어의 여왕'(비룡소) 등 총 7종이다.

책나눔위원회는 정수복 위원장(사회학자)을 비롯해 권복규(이화의대 교수), 류대성(작가), 조경란(소설가), 진태원(성공회대 교수), 최현미(문화일보 기자), 표정훈(평론가) 위원이 참여한다.

책나눔위원회의 추천도서와 추천사 등 자세한 내용은 출판진흥원 누리집 또는 독서IN 누리집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 철학의 개념과 번역어를 살피다 | 신우승 외 2인 지음 | 메멘토 | 224쪽 | 1만3000원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를 시도하는 책이다. 서양철학이 우리의 교육제도에 편입된지 80년 가까이 되었고,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하면 100년이 훌쩍 넘는다. 그동안 서양철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는 큰 발전을 이룩했고, 철학과의 테두리를 넘어 다른 학문 분야 및 교양 대중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한국에서 철학하기, 특히 서양철학하기가 주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흔쾌히 긍정하기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철학계에서 사용되는 서양철학의 주요 개념들 및 용어들 가운데 우리의 일상적 한국어와 너무 큰 괴리를 보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내 철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철학 개념들이 과연 적절한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는지 철학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통해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사소해보일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하면서도 유익한 시도다.

예컨대 데카르트의 철학 개념으로 유명한 “명석판명”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이 프랑스어 “claire et distincte”(영어로는 “clear and distinct”)의 번역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현대 한국어 용법을 고려하면, 왜 clear를 “명석한”이라고 하고 distinct를 “판명한”이라고 하는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 일본어 번역을 국내 철학계에서 그대로 답습해온 것인데, 이런 불편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이 번역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없었다. 이 책의 필자 중 한 사람은 철학적 논증을 바탕으로 이러한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명료하고 구별되는”이라는 새로운 번역어를 제시한다. 그 다음 이 번역어에 대해 두 명의 공동 필자는 나름대로 평가와 더불어 반론을 제시하면서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그 결과 “분명하고 명료한”이라는 최종 대안이 제기된다. 칸트 철학의 핵심 개념인 “transcendental”이라는 용어도 예전에는 주로 “선험적”이라고 번역되어 왔는데, 이 책에서는 앞서 말한 절차에 따라 “초월론적”이라는 대안적 번역어를 제시하고 있다. 그밖에도 “형이상학”, “미학”, “인식론”, “공리주의” 같은 서양철학의 주요 용어들이 비판과 토론, 대안 제시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새 용어들 가운데는 어색하고 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들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3명의 젊은 철학도들이 진행하는 문제제기, 논증, 토론의 절차다. 오래된 관습을 두려워하지 않고 비판적 지성의 힘을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사유의 길을 모색하는 이 과정 자체가 철학의 고유한 미덕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 진태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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