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아 조혈모세포 이식·항암 신약 치료 권장

민태원 2022. 3. 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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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에 희망을] <4> 극희귀혈액암
30대 혈액암 환자가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상담을 받고 있다. 혈액암의 항암 치료는 다양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어 혈액암 의사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안과 내분비내과 재활의학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치과 등 다양한 의료진이 참여해 치료 방침을 정한다. 국립암센터 제공


TV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인 혈액암은 걸리면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깊다. 더구나 환자 대부분이 머리를 빡빡 깎은 어린이로 그려져 소아암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혈액암은 종류가 다양하고 병의 특성에 따라 예후에도 차이가 있다. 또 성인들이 잘 걸리는 유형이 존재한다.

백혈병이나 악성 림프종 등 일부 혈액암은 그나마 미디어 노출을 통해 조금은 일반 대중에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극희귀혈액암은 혈액종양내과 의사들도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법이나 전문의 정보를 접하기는 더 어렵다.

모구형질세포양 수지세포종양(BPDCN)과 포엠스증후군(POEMS syndrome)이 대표적이다. 수지세포종양은 백혈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에서 암이 기원한다. 다른 병명으로 불리다가 2008년에서야 세계보건기구(WHO) 지침 개정에 따라 지금의 진단명으로 분류됐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정종헌 전문의는 28일 “국내에 200~3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전에는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으로 취급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세포가 공격적이고 예후가 좋지 않은 진행성 혈액암에 속한다.

사진은 수지세포종양 환자의 피부 병변. 국립암센터 제공


주된 증상은 피부의 병변이다. 얼굴이나 몸통, 팔다리 피부에 갈색이나 보라색 결절(혹)이 튀어나오거나 피부 밑에서 만져질 수 있다. 반점이나 궤양 등 다양한 형태로 보일 수도 있다. 다만 피부 병변으로 혈액암을 의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정 전문의는 “특히 피부암인 ‘악성 흑색종’과 감별이 중요한데, 모양이나 색으로는 구분이 힘든 만큼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수와 림프절 침범으로 인한 빈혈과 멍, 출혈 등도 나타난다. 왼쪽 윗배 쪽에 위치한 비장에 암이 퍼지면 복부 포만감과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건강검진 복부초음파 검사결과 간이나 비장이 커져있고 피검사에서 백혈구 수치에 이상이 발견되면 정밀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급성 백혈병이나 악성 림프종에 쓰이는 항암제를 사용해 치료하지만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동종(형제간) 조혈모세포이식 시행이 권장된다. 이 경우 3년 생존율이 약 60%로 알려져 있다. 또 2018년 수지세포종양에 발현되는 암 표지자(CD123)를 표적으로 한 항암 신약(엘존리스)이 개발됐지만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정 전문의는 “이 신약은 첫 투여 환자의 90% 이상,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약 67%에서 반응을 보여 국내 환자 생존율 향상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포엠스증후군은 50대 이후 호발하는 혈액암인 다발성골수종의 아형이다. 아이들에게는 생기지 않는다. 이 병명은 다발성 신경병증(Polyneuropathy), 장기 비대증(Oranomegaly), 당뇨 등 내분비 기능 장애(Endocrinopathy), M-단백질(M-protein), 피부 증상(Skin change) 등 5가지 특징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붙여졌다. 국립암센터 이은영 전문의는 “손발 저림과 다리감각 마비, 통증, 근력 약화 같은 신경병 증상을 100% 겪기 때문에 루게릭병 등 신경계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50~80%에서 피부 증상을 겪는데, 술 마신 것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되거나 피부색이 거뭇거뭇해지기도 한다.

다발성골수종과 증상 구분이 필요하다. 다발성골수종이 척추와 골반뼈가 점차 약해져 통증이나 골절을 경험하는 데 비해 포엠스증후군은 뼈가 오히려 딱딱해져 통증은 없고 신경손상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 방법은 뼈 병변과 골수 침범이 있으면 다발성골수종과 비슷한 항암치료를 한다. 이 경우 혈액학적 반응률은 40~80%, 신경증상 호전율은 100%다. 비급여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만 두 가지 항암 신약(볼테조밉과 레날리도마이드)을 병용할 경우 치료 반응률은 70~100%에 이른다. 환자 부담을 덜기 위한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한 실정이다. 나이가 비교적 젊은 환자인 경우 자기 혈액을 이용하는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전문의는 “포엠스증후군의 병명은 시적이지만 환자들이 겪는 증상이 대부분 신경병증이기 때문에 거동이 어려워져 실제 투병 생활은 결코 시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어 “특히 신경병 증상 호전에는 최대 3년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좌절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끈기를 갖고 치료하면 포엠증후군의 중앙 생존 기간은 14~15년으로 다발성골수종(5.5년)에 비해 훨씬 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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