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둔촌주공, 파행? 공사비·분양가 갈등에 일반분양 안갯속

정다운 2022. 3. 2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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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 2019년 말 착공해 2년 넘게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이 분양 지연,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갈등을 빚으면서다. 급기야 시공사업단은 당장 4월 15일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재건축 조합 측은 소송전을 불사하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정말 공사 중단, 소송전 등 파국으로 치달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지난 3월 14일 강동구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공사 중단을 예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를 헐고 62만6232㎡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동, 총 1만2032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신도시급 규모를 자랑했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보다도 2522가구가 많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렸다. 일반분양 물량은 4786가구로 예정됐고 조합원 수만 6000명에 육박한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4곳이 공동으로 시공한다. 지난 2020년 2월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으며 현재 전체 공정의 절반 정도가 진행됐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재건축하는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시공사 “2년 넘게 공사비 못 받아”

▷조합 “2020년 계약 건은 무효” 주장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 일반분양 일정이 당초 계획과 달리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2년 넘게 공사비를 못 받은 탓에 금융 비용 부담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또 공사 과정에는 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체 자금 1조6000억원을 들여 사실상 ‘외상’ 공사를 했는데 조합은 분양을 계속 늦추고 설계 변경에 따른 정당한 공사비 증액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고 분양 절차를 시작하지 않으면 오는 4월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도 물러서지 않는다. 분양이 늦어지는 것은 정부 규제로 적정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한 탓이 크고, 시공사가 주장하는 공사비 증액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2020년 상반기 3.3㎡당 3550만원 수준으로 일반분양을 추진했지만, 분양가를 3000만원 이하로 책정한 HUG의 보증을 받지 못해 연일 분양 일정을 미뤄왔다.

지난해 5월 새로운 조합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분양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잠시, 이후 시공사업단과 ‘계약 무효’ 논란까지 불거졌다.

2020년 6월 당시 조합 집행부는 가구 수를 늘리고(1만1106가구→1만2032가구)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공사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공사비는 2016년 10월 계약한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이 계약을 맺었다가 두 달 후 조합원으로부터 해임당했다. 이후에 새로 들어선 조합 집행부는 2020년 당시 조합장이 조합원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3조2000억원대 공사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거친 만큼 이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조합 측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50만원씩 책정하는 내용 등이 공사비 증액의 전제조건이었으나 당시 HUG가 제안한 분양가는 3.3㎡당 2950만원 수준으로 현실과 달랐다”며 “시공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분양가 추정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분양이 밀리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문제가 불거진 공사비 계약서가 유효한지 법원에서 시비를 가려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소송 결과와는 상관없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은 여전하다. 시공사업단은 둔촌주공 정비사업 집행부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2019년 12월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을 조합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6년 공사비 계약은 1만1000가구 기준이었지만 가구 수가 그사이 1만2000가구로 늘었고, 2010년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사업이 10년 넘게 지체된 만큼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 공사비 인상 요인이 특히 많았다는 점도 시공사업단이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다.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50%가량 올랐다. 인건비도 공정에 따라 10~30%씩 올랐다. 올 3월부터는 시멘트 가격도 평균 18% 올랐다. 그러면서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조합 측 주장에 대해서도 “그간 들어간 공사비에 이자를 추가해 2조원이 훌쩍 넘는 돈을 내놓을 시공사가 없을 것”이라며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진짜 공사 중단할까?

▷소송전 비화 시 분양 무기한 연기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분양 일정은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공사가 중단되고 법적 공방이 벌어지면 판결이 나기 전까지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분양과 입주가 모두 밀리게 된다. 6000명 넘는 조합원은 그때까지 전셋집이나 월셋집을 전전해야 하고 4700가구가 넘는 일반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자들 역시 내집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올해 분양 가능성은 물론 분양 시기 자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시공사업단이 실제로 공사 중단까지 감행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공사 대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시공사업단이 일반분양에 나서려면 조합과의 협의가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시공사와 조합 측 모두 소송 추진과는 별도로 협상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조합 관계자는 “부득이하게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재건축 사업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시공사업단과 조합이 원만하게 합의하더라도 이번에는 분양가가 문제다.

지난 2월 초 한국부동산원은 둔촌주공아파트 택지비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 결과, 대부분의 항목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며 재검토해줄 것을 강동구청에 통보했다. 강동구청은 택지비로 1㎡당 2020만원, 전용 59㎡ 기준의 택지비로는 6억원 정도를 제시했다. 3.3㎡당 2300만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원은 산출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산출 근거로 둔촌주공과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를 비교한 것은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강동구청은 지적사항을 보완한 감정평가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서 택지조성비가 낮아지면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기대치(3.3㎡당 4000만원)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으면 일반분양가 역시 확정할 수 없는 데다, 공사비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택지조성비를 결정하는 데에 최소 2~3개월은 더 걸린다”며 “(시공사업단과 조합이) 아무리 원만하게 합의한다 하더라도 올 상반기 분양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1호 (2022.03.23~2022.03.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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