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농사직썰㉙] '신의 음식' 로열젤리..가격 낮추고 대량생산 길 열렸다

배군득 2022. 3. 24.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열젤리 대량생산으로 대중화 성큼
양봉농가 새 수익원으로 발돋움 기대
울릉도 등 스토리텔링으로 수출도 가능
로열젤리가 비싸고 희소성 있는 제품에서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로열젤리의 기능성 효능을 구명하면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벌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는 매우 다양하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달콤한 벌꿀, 최근 기능성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폴리스도 벌이 꽃에서 가져온 꿀을 이용해 만든 것들이야. 벌의 기능성 소재에서 단연 높은 가치로 인식되는 로열젤리. 로열젤리는 그동안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비싼 제품으로 생각했어. 로열젤리가 뭐냐고? 곰돌이 푸우가 벌통에서 꺼내먹는 그것이 바로 로열젤리야. 그런데 이 로열젤리가 지금까지 좋다고는 하는데 확실하게 구명된 것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 하지만 걱정마. 농촌진흥청 연구진들이 로열젤리의 피부건강 개선에 대한 효능을 구명하고 한 발 더 나아가 표준화로 산업화를 실현했어. 이제 양봉농가들도 이 표준화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로열젤리 생산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거야.”

로열젤리는 로마시대부터 노화 예방, 면역강화 등 효능으로 식품과 의약품으로 활용돼 오고 있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건강한 삶에 대한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시장 잠재력이 높은 로열젤리는 기상여건에 영향을 덜 받는 양봉산물로 농가 소득원으로 가치가 커졌다.


그러나 산업화에 필요한 성분 표준화와 기능성 및 기전 구명이 미흡해 농가 부가소득원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로열젤리 성분 표준화와 기능성을 구명하는데 성공했다.


한상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농업연구관은 “벌꿀을 비롯해 양봉산물은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질병 예방과 치료로 활용되고 있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과학적인 효능 및 기전에 대한 연구는 미흡했다. 임상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로열젤리는 캡슐형 알약으로도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피부개선에 효과적인 로열젤리의 다양한 시장 진입이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민간요법에서 시작한 로열젤리…과학적 입증으로 날개를 달다

농진청은 민간요법의 과학적 효능 및 기전구명으로 원천기술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우선 연구를 통해 양봉산물 중 하나인 로열젤리 효능과 기전을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구명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건강기능식품등록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시험을 수행해 로열젤리 피부 개선 효능에 대해 밝혔다.


이와 함께 산업화에 필요한 로열젤리 성분 기준 및 규격 등을 설정해 표준화 작업을 마쳤다. 향후 식품, 화장품 및 의약품 등 소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로열젤리는 꿀 이외 산물 기능성(의약품 및 화장품 등) 및 치유양봉 등 헬스케어, 바이오 산업 확대로 이용 활성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함유한 양봉산물 장점을 활용할 경우 건강 기능성 식품 소재로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웰빙, 로하스 열풍에 이어 코로나19로 면역・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로열젤리는 기존 ‘값비싼 제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화 작업이 한창이다.


한 연구관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1인 식단, 고품질 기능 식품 요구 등 급격한 사회변화로 로열젤리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로열젤리는 중국과 우리나라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 개발이 이뤄진다면 수출 잠재력이 큰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개화기 이상기온과 밀원 감소에 따른 벌꿀 생산량이 매년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양봉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양봉산업 활성화를 위해 밀원에 영향을 덜 받은 로열젤리 생산이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농촌진흥청 연구진들이 로열젤리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양봉농가의 새 기대주 ‘로열젤리’…대중화가 관건

최근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꿀벌 서식지와 개체 수 감소, 밀원수종 감소로 생물 다양성 및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아까시나무(아카시아) 개화시기와 꿀벌 활동시기 불일치 등으로 꿀벌을 사육하는 양봉농가 주 소득원인 아카시아꿀 작황 흉작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농가 소득 역시 크게 감소했다. 양봉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양봉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득원 개발이 시급하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진 배경인 셈이다.


양봉 사육 가구수 및 사육 군수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양봉산업법 제정 이후 조사한 양봉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양봉사육가구수는 2만7464호, 사육군수 267만9842군이다. 2011년 대비 각각 40.6%, 75.0% 증가했다.


2020년 사육가구 중 고정양봉이 전체 73.8%, 이동양봉은 26.2%를 차지한 반면 사육군수는 고정양봉 59.3%, 이동양봉 40.7%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양봉산물 총 생산액은 625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벌꿀 비중이 53.7% 양봉산물은 벌꿀, 프로폴리스, 화분, 봉독, 로열젤리 등이다. 기타 산물로 밀랍, 수분용 법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양봉산물별 생산액은 벌꿀이 6257억원으로 전체 86.8%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 프로폴리스 359억원(5.0%), 화분 56억원(0.8%) 순이다. 로열젤리는 0.3% 수준이다.


로열젤리가 다른 양봉산물에 비해 비중이 크게 낮은 것은 성분 표준화와 대량생산 시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식품, 기능성식품 및 의약품 등 소재로 사용을 위한 로열젤리 성분을 표준화하는데 집중했다. 피부노화 및 보습에 대한 기능성과 기전은 세포 및 동물실험으로 구명했다.


그동안 양봉농가에서 생산한 생(生)로열젤리는 수분 함량이 60% 이상이다. 주 성분인 단백질 함량이 11% 이상으로 냉장 및 상온에서 쉽게 변질될 우려가 있어 산업화에 걸림돌이 됐다.


연구진은 다양한 산업화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동결건조 로열젤리를 사용해 자외선에 의한 피부 노화 억제, 피부 상처에 의한 피부세포 재생 및 이주 효능을 평가하고 로열젤리 생리활성이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10-HDA에서 기인하는 것을 증명했다.


또 실험용 쥐 ‘헤어리스 마우스(Hairless Mouse)’를 이용해 국산 로열젤리를 투여한 후 피부주름이 억제됐을 뿐만 아니라 피부 보습 유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4명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피부 주름, 탄력, 보습 등 24주간 로열젤리를 복용하는 인체적용시험에서도 피부 평균 거칠기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 연구관은 “전반적인 눈가 주름이 평활되고 피부상태가 고르게 평평하게 되는 것이 확인됐다”며 “로열젤리 섭취는 전반적인 평균 주름 깊이와 평균 주름 거칠기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을 입증 한 결과”라고 말했다.


로열젤리는 침체된 양봉농가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아직까지 비중이 미약하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점에서 양봉농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배군득 기자

◆“꿀 하나로 양봉농가 발전 어려워…소비자 눈 높이 맞춰야”

양봉은 단순히 벌꿀 생산 등 양봉산물 생산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농작물 수분 매개자인 꿀벌 공익적 가치로 연간 165조6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상이변 등으로 꿀벌 감소하고 상황에서 우리나라 양봉농가 주 소득원이 아카시아꿀 작황이 몇 년간 흉작으로 양봉산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따라서 벌꿀 이외 고부가치 소득원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다. 양봉농가 소득원으로 창출해 꿀벌 사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로열젤리는 양봉산물 중에서 밀원과 기상이변 영향을 적게 받는 산물로 농가의 소득원으로 가치가 크다.


다만 대량 소비처 발굴이 미흡해 그동안 소득원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양봉농가에서는 여전히 로열젤리를 희소성 있는 제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예년보다 희소성이 개선됐더라도 아직까지 귀한 제품임에는 사실이다.


한 연구관은 “지금도 희소성 있지만 20년 전에는 더 귀했다”며 “국내 양봉농가의 70~80%가 넘게 자가판매를 해왔다. (로열젤리를) 수거해서 제품화하는 곳은 양봉농협 이외에는 구입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동안 잘 나가던 꿀값이 거의 폭락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봉농가는 인건비 대비 수익이 낮아지는 역전 현상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꿀만으로 소득을 낼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국내 양봉농가가 꿀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산 로열젤리가 국내에 들어오며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양상이 됐다. 세계 국가들이 로열젤리 생산하는 것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 로열젤리는 경쟁력을 보였다. 국내 양봉농가에서 가격을 낮추고 제품화 한다면 양봉농가에서 역수출을 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한 연구관의 생각이다.


한 연구관은 “양봉산물이 몸에 좋다는 것을 임상적으로는 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과학적인 입증이 안됐다”며 “이번 연구는 문서화로 구명한 것이다. 표준화 시키는 일들, 제조공정 현대화, 먹었을 때 피부개선 되는 방향, 피부노화, 피부탄력. 세포실험, 동물실험, 임상실험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관은 이어 “우리나라도 로열젤리를 지역 특산물화로 지정해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울릉도 너도밤나무 생산단지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서 붐업할 수 있다. 브랜드화 추진도 고려해야 한다”며 “로열젤리는 약이다라는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꿀은 꼭 먹어야 하는 것 아니다. 농가 인식개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꿀 사용처는 이미 한계를 노출했다. 로열젤리 생산과정에 대한 엄격한 기준 등 초기 진입장벽은 높이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 가격을 낮추고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농촌진흥청 연구를 더 많이해서 이런 선순환 구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3월 31일 [新농사직썰㉚]이 이어집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