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79)] 유환 "다신 없을 줄 알았던 무대, 일어설 수 있음에 감사하죠"

박정선 2022. 3. 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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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스윙 포지션으로 출연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디컴퍼니

“뮤지컬에 푹 빠져 9년째 즐겁게 공연하고 있는 배우 유환입니다!”


배우 유환이 뮤지컬을 대하는 마음은 9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니 오히려 더 깊어졌다. 뮤지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우연히 시작하게 된 뮤지컬은 이제 유환의 삶의 전부가 됐다. 현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스윙 포지션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9년간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시작으로 ‘맘마미아!’ ‘드림걸즈’ ‘알사탕’ 등 크고 작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차근차근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한결 같았던 유환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16년 ‘맘마미아!’ 출연 당시 큰 부상을 입게 되면서다. 워낙 심각했던 부상에 수술까지 해야 했고, 이어진 재수술까지. 다신 무대에 오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치는 날의 연속이었지만 끝내 그는 다시 일어섰다. 이 역시 유환이 꿈꿔왔던, 또 지금도 꿈꾸고 있는 무대에 대한 애정과 열정 덕분이었다.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된 것이 ‘지킬앤하이드’를 본 이후라고 들었어요.


고등학생 때 참가했던 한 음악대회에서 제 노래를 들은 어느 청소년뮤지컬단 관계자분이 뮤지컬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해주셨죠. 당시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흔치 않았던 터라 왠지 흥미롭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성웅 이순신’이라는 청소년 뮤지컬에 참여했는데 역사를 좋아하던 제가 임진왜란의 선조 역할을 맡아 역사 인물을 연기하는 게 무척 즐거웠죠. 당시 공연에 참여한 배우가 40여명에 찾아주신 관객분들도 2000명이나 되는 큰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많은 배우와 관객분들께 박수를 받았던 그 순간이 제겐 신선하고 특별했어요.


그 이후로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고 천안에 있는 뮤지컬 학원에 다니면서 학생들과 서울에서 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러 가게 되었어요. 그때 홍광호 배우의 공연을 봤는데 그야말로 엄청났어요. 커튼콜 때 객석에서 열렬히 기립박수 치며 꼭 뮤지컬 배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데뷔 무대는 ‘브로드웨이 42번가’였죠.


네, 데뷔하기 한 해 전에 모교인 단국대학교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한 차례 했었어요. 당시 저는 탭댄스를 잘해야 했던 배역을 맡게 되어 무척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네요. 학교 공연 후 외부 ‘브로드웨이 42번가’ 오디션이 떴길래 ‘내 끼와 탭 실력을 원 없이 보여주고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오디션을 봤어요.


마음을 내려놓고 즐겁게 본 덕일까요? 합격 연락을 받았죠(웃음). ‘내가 이 공연을 한다니’라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고 지금까지 받았던 합격 연락 중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4개월이라는 준비 시간을 거치고 첫공의 막이 오르기 전 무대 뒤에서 ‘빌리 로러’ 역할의 전재홍 배우가 데뷔하는 소감이 어떠냐고 묻더라고요. 처음 느껴보는 그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이해가 되질 않아 형한텐 대답을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나요. 하지만 이제는 말 할 수 있어요. 막이 오르고 사방팔방에서 들리는 탭댄스 소리에 마치 비행기를 처음 타본 사람이 창밖을 통해 구름 위 하늘을 바라본 기분이었다고요.


-데뷔 당시와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힘을 많이 뺀 부분이요. 데뷔 당시엔 매 공연, 매순간 나의 120%의 에너지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이 있었어요. 어떤 야구선수가 경기를 마쳤는데 자신의 유니폼이 깨끗한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죠. 저 역시 ‘공연 후 집으로 돌아갈 다리 힘이 남아있다면 그날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다’라면서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우렁찬 탭소리와 노랫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공연을 한 달정도 했을 무렵 피로가 누적되고 목이 쉬기 시작하고 다리도 조금씩 욱신거리더라고요. 앞으로 지방공연까지 하려면 6개월은 해야 하는데, 에너지 분배를 제대로 못 한 거죠.


그때부터 힘을 조금씩 빼기 시작했어요. 오늘 하루 열정적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의 기간을 생각해서 언제나 좋은 컨디션으로 관객분들께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게 된 때였어요. 학교에선 2~3일 공연이 보통이지만, 외부 공연은 2~3개월 공연이 보통인 점을 간과한 것이고요. 요즘엔 힘을 빼는 순간이 있어야 반대로 힘을 주는 순간이 상대적으로 더욱 빛날 수 있음을 느껴 연기든 노래든 춤이든 이 부분을 잘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인 것 같아요.


ⓒ오디컴퍼니

-‘맘마미아!’(2016) 출연 당시 큰 부상이 있었어요.


맞아요. 공연 개막 후 2개월 정도 지난 시점, 안무 클린업을 하던 순간이었어요. ‘맘마미아’ 무대가 당시엔 15도 가량 기울어진 경사 무대였고 제 안무 동작이 사람을 뛰어 넘어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착지하는 동작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무대가 기울어진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착지하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 아래 정강이뼈가 무릎에서 이탈해버렸죠. 순간 무척 놀랐지만 곧바로 일어나 춤을 췄어요. 그런데 서 있을 때마다 오른쪽 다리가 중심을 못 잡고 계속 휘청휘청하며 넘어질 것 같은 거예요. 그때 ‘이게 심각한 부상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곧바로 병원에 가서 MRI를 찍으니 허벅지뼈와 정강이뼈를 이어주는 십자인대가 끊어지고 연골이라고 부르는 반월상 연골이 크게 찢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갑작스러운 부상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의사선생님께 무조건 수술해야한다는 말씀을 들었지만 수술에 대한 충격보단 제 부주의로 배우를 새로 구하고 공연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든 것 같아 컴퍼니와 동료 스태프와 배우분들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어요. 이후 수술 전까진 부모님이 계신 천안에 잠시 내려가 있으려고 했어요. 아픈 것을 굉장히 잘 참는 편인데, 통증으로 침대에서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부모님께서 저를 데리러 천안에서 먼 길을 올라오셨죠. 문 앞에서 다친 제 다리를 안타깝게 바라보시던 부모님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재활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을 컨트롤 하는 것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십자인대를 수술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술 후 다리가 굽혀지질 않아요. 재활을 열심히 한다는 가정 하에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 하루에 1도 정도씩만 안쪽으로 구부릴 수 있고 예전처럼 전부 구부리려면 빠르면 3개월 늦으면 6개월 이상이 걸린답니다. 그래서 뛰는 것은커녕 몇 개월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터라 병상에 누워 스스로 걷는 순간이 온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죠. 수술 후 3개월 만에 처음 발을 딛고 한여름에 재활을 하다가 고열로 다리에 염증이 생겨 재수술을 하게 됐는데 그땐 정말 절망적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있었어요. 제가 다치기 한 달 반 전에 ‘페퍼’ 역할의 전호준 배우가 저와 똑같은 부위를 먼저 다쳤거든요. 당시 수술 후 병상에 누워있던 형에게 “또 올게요”라고 했었는데, 정말 또 오게 된 거죠. 다만 문병의 목적이 아닌 제 수술 목적으로요. 하하. 아무튼 형과 같은 병원에서 같은 의사선생님께 수술을 받고 같은 재활센터를 다니며 재활에 몰두했는데, 글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형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 자리를 빌려 형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때 형이 없었다면 무척 외로운 싸움을 했을 거라고요. 무엇보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주신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현재 ‘지킬앤하이드’에 출연 중인데요. 이 작품과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네요. 지난 2018-2019 시즌에도 참여하셨고요.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어 초연을 하고 ‘유령세대’가 생겨났다면 저는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자란 ‘지킬세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보니 저뿐만 아니라 주변 선후배. 동료들도 ‘지킬앤하이드’라면 꼭 한번 참여하고 싶은 영광스러운 공연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첫 시즌에 참여하기 10년 전, 처음 이 공연을 봤을 때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커튼콜 음악에 맞춰 관객분들께 인사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제가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어요. 그 순간 과거의 박수치던 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무척 감격스럽고 황홀했던 순간으로 자리매김했죠.


-다시 이 작품과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배우의 꿈을 갖게 해준 작품인데, 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어찌 고사할 수 있을까요? 가장 사랑하는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한가지만으로도 작품을 참여하는데 충분한 계기가 된 것 같고요. 두 번째 참여를 통해 사랑하는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과 설렘 또한 작용한 것 같아요.


-두 번째 출연인 만큼, 작품을 보는 시선도 바뀌었을 것 같아요.


첫 시즌에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번엔 더 넓은 시야로 발견해보고 싶었고, 실제 공연을 하면서 지난 시즌엔 몰랐던 디테일한 부분을 알게 될 때마다 기분 좋은 신선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처음 참여하고, 이번에 다시 참여하기 전까지 2년 반의 시간 동안 대학원을 다니면서 작품 분석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요. 지난 시즌엔 그저 가사와 대사를 외우는 수준으로 공연에 임했다면 이번 시즌엔 대사와 동작의 상징적인 부분부터 작품의 이념이 담긴 큰 뿌리와 줄기라는 방향성과 작지만 작품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러 다양한 가지들의 모습까지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은 이번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절대 느낄 수 없었겠죠?


ⓒ오디컴퍼니

-이번에도 ‘지킬앤하이드’에서 스윙 포지션을 맡고 있다고요.


스윙 포지션은 보통 앙상블 배우들의 커버 역할로 투입되는 포지션이에요. 스윙은 앙상블을 전부 커버해야 하기에 모든 앙상블의 등퇴장과 위치, 성부(테너 or 바리톤 or 베이스)와 대사 및 가사를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답니다. 그렇다보니 ‘멀티 플레이어’라고 불리기도 해요. 그 어떠한 배역보다 유연함과 순간의 대처 능력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윙은 순발력, 노련함을 요하는 포지션이잖아요. 작품 전체를 숙지하기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지난 시즌도 그렇고 이번 시즌에도 개인 스윙 바이블을 마련해 두었어요. 한 배역의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등·퇴장을 비롯해 세세한 부분을 A4용지 한 장에 그림과 함께 전부 정리해두었죠. 그렇게 앙상블 6인의 배역을 총 6장으로 정리해두어 언제든 급작스럽게 공연에 출연해야할 때 잠깐만 보고도 문제없이 출연할 수 있도록 정리된 개인 스윙 바이블을 늘 지니고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스윙으로 참여하면서 고충이라면?


분명 다른 배우들과 똑같이 출근 하고 있지만 매일 무대에 서진 않죠. 그래서 가끔씩 찾아오는 지인들을 무대를 통해 만날 수 없다는 부분이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스윙이라는 포지션이 적성에 맞고 많은 공부를 해야 하기에, 그만큼 작품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번 아홉 번째 시즌은 1차와 2차 라인업으로 나뉘어 장기공연으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1차 공연과 현재 2차 공연의 차이점이 있다면?


앙상블들이 연기하는 모든 스토리가 풍부해졌음을 느껴요. 공연이 짧으면 연출님과 여러 감독님들의 지시 사항만을 이행하기에 급급했을 텐데,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보니 작품에 대한 여러 데이터들이 쌓여 작은 씬을 하더라도 다양한 모습의 당위성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배우들끼리도 가까워지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다보니 ‘가면’(Façade) ‘살인, 살인’(Murder, Murder) 같은 단체씬의 경우 더욱 좋은 시너지가 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엄지 척!)


-실제로 무대에 섰던 회차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연습량만큼 좋은 무대를 보여주셨겠지만, 설레기도 하고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난 시즌엔 공연 6개월차에 첫공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속으로 ‘혼자 연습기간이 참 길었다’라고 생각했죠. 이번 시즌엔 공연 2개월차에 첫공을 하게 되었어요. 6개월을 기다려본 적이 있어서일까요. 굉장히 일찍 공연을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스윙이 공연을 서면 컴퍼니 직원분들과 동료 배우·스텝분들께서 정말 많은 격려와 관심을 주세요. 그렇기에 다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극작가가 대본을 쓸 때 배우의 긴장과 떨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도하지 않은 채 극작을 했기 때문에 배우는 절대 떨어선 안 된다. 배우가 긴장하는 것은 극작가의 의도가 아니다’라고요. 더불어 긴장을 하면 저도 다칠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기에, 겉으로는 무척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것 같아 보여도 실은 머리로는 엄청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죠.


-‘지킬앤하이드’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면(혹은 넘버)이 있다면?


커튼콜 때 흘러나오는 ‘BOWS’ 넘버를 가장 좋아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공연을 처음 봤을 때 모든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커튼콜 음악에 맞춰 관객분들께 인사드리는 모습이 정말 멋졌거든요. ‘지킬앤하이드’의 모든 넘버를 사랑하는 저로썬 ‘지킬앤하이드’의 모든 이야기가 아름답게 녹아있는 ‘BOWS’ 넘버를 가장 애정합니다.


-예비 관객들에게 ‘지킬앤하이드’의 매력 중 딱 한 가지만 어필하자면?


그 어떤 뮤지컬보다 명곡이 많은 명곡 맛집입니다. 전 국민이 아시는 ‘지금 이순간’부터 전체 배우가 출연해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부르짖는 ‘가면’과 지킬·엠마의 아름다운 사랑노래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Take Me As I Am),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해 부르는 ‘얼라이브’(Alive), 루시가 부르는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과 ‘시작해 새 인생’(A New Life), 하이드가 기습적으로 나타나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공포로 뒤덮인 세상을 배우들의 연기와 군무로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살인, 살인’(Murder, Murder), 변해버린 지킬을 향한 엠마의 ‘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엠마와 루시의 ‘그의 눈에서’(In His Eyes), 지킬과 하이드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대망의 ‘대결’(The Confrontation)까지. 이 외에도 이 작품엔 셀 수 없이 많은 명곡이 있어요. 마음을 뒤흔드는 노래만큼은 언제나 관객분들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리라 확신해요.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하신 분들도 공연을 보신다면 분명 명곡의 감동을 느끼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나요?


관객분들께 언제나 한결 같은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해요. 저는 ‘지킬앤하이드’ 같이 장기 공연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알사탕’이라는 공연은 만 2년을 채우기도 했는데, 그렇게 길게 하다보면 오랜 시간동안 매번 같은 대사, 같은 동작을 연기하다보니 배우도 사람인지라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관객분들께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체력관리를 잘 하려고 하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려고 해요. 그러한 면에서 ‘지킬앤하이드’의 김봉환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제가 공연을 450회 정도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 450회를 전부 한결같이 하시더라고요.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죠. 그렇기에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귀감이 되어주시는 선배님이세요.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들 중에서 유환 배우에게 가장 의미가 깊은 작품 1개를 꼽자면?


십자인대 부상 후 2년만의 복귀작이면서 제가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꿈꾸던 작품인 ‘지킬앤하이드’요. 하지만 지금까지 ‘지킬앤하이드’를 수없이 말씀드렸으니 이번엔 다른 작품을 말씀드려야겠죠? 하하. 제겐 ‘드림걸즈’란 작품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유일하게 막내로서 참여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 더 이상 막내를 할 기회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막내생활을 열심히 하던 ‘드림걸즈’ 공연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군대에 다녀오신 남자분들이 이등병 시절을 잊을 수 없고, 대학생활도 풋풋했던 1학년 때가 기억에 남고 사회생활에 바삐 치이는 어른들이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 처럼요. 당시 의욕만 앞서 실수를 남발하는 부족한 막내였지만 형, 누나들에게 언제나 예쁨 받고 많은 격려 받으며 공연했던 그때가 참 그립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되네요.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나,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사실 배역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다만 작품에 대한 욕심은 커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어느 포지션이든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어요. 여러 작품이 있지만 ‘엘리자벳’ ‘위키드’ ‘영웅’ ‘빌리엘리어트’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었을 무렵, ‘투잡’ ‘쓰리잡’을 뛰어도 좋으니 무대에 오르면 참 행복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하하. 그 생각을 한지 15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도 감사하게도 원하는 일만을 하고 있어요. 이 행복이 부디 오래가길 바라고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이 일을 계속하면서도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며 평범하게 사는 것, 그것이 제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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