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 위기 동물원 '덜컥' 구입한 가장의 험난한 앞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잔잔한 감동 선사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양형석 기자]

아파트나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이 늘어나면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원주택에 대한 그리움과 로망을 키운다. 물론 자녀들의 교육이나 도심과의 거리 등을 고려하면 다세대 주택의 편의성을 포기하기 힘들지만 누구나 도심을 벗어난 곳에 나와 가족들을 위한 집을 짓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꿈은 한 번쯤 가져 봤을 것이다.

하지만 전원생활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시에서의 편리하고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고 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그 이상의 주택공사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가족 구성원 중에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있을 경우 등하교 및 교육에 상당히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게다가 도시생활에 익숙하던 사람들은 전원생활 속에서 뜻밖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한국보다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서양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에서도 도심을 벗어나 전원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각 가족 구성원들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영국의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실화를 바탕으로 2011년에 제작된 스칼렛 요한슨과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아이가 동물원 딸린 집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폐장 위기의 변두리 동물원을 사 명소로 가꿔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영화 규모에 비해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다.

8살 나이에 아역배우 활동 시작

덴마크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칼렛 요한슨은 8살의 나이에 브로드웨이 연극 <소피스트리>에 출연하며 아역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가 1,2편 만큼 흥행하지 못하면서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1997년 <나 홀로 집에3>에서는 주인공 알렉스(알렉스 디린츠 분)의 누나 몰리를 연기했고 2000년 <판타스틱 소녀백서>에서는 레베카 역을 맡으며 토론토 비평가 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한슨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2003년 소피아 포콜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였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온 샬롯을 연기한 요한슨은 특유의 성숙한 연기를 통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당시 요한슨의 나이는 만17세에 불과했다). 요한슨은 2004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2005년 <아일랜드>에 출연하며 착실히 연기영역을 넓혔다.

2006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프레스티지>와 2008년 <천일의 스캔들>에 출연한 요한슨은 2010년 <아이언맨2>에서 스파이이자 전사 블랙 위도우를 연기하며 MCU에 합류했다. 액션배우로 변신에 성공한 요한슨은 <어벤져스>가 개봉하기 1년 전, 휴먼드라마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 출연했다. 5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세계적으로 1억2000만 달러의 괜찮은 흥행수익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요한슨은 2012년부터 <어벤져스>와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 <루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출연하며 강력한 여전사 이미지를 굳혔다. 작년에는 뒤늦게 개봉한 <블랙 위도우> 솔로 영화로 3억7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블랙 위도우를 상징하는 배우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2008년 라이언 레이놀즈와 결혼했다가 2011년 이혼한 요한슨은 2014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 도중 약혼자인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로메인 도리악의 아이를 임신했다. 이 때문에 촬영 일정이 변경되면서 한국에서의 촬영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녀>와 <정글북>에서 삽입곡을 직접 부를 정도로 수준급의 노래실력을 자랑하는 요한슨은 지난 1월에 개봉한 <씽2게더>에서도 애쉬의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OST를 직접 불렀다.

도전정신으로 폐장 직전 동물원 살려낸 실화

▲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영국의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평생을 도전과 모험이 가득한 인생을 살아온 벤자민 미(맷 데이먼 분)는 7살의 귀여운 딸 로지(매기 엘리자베스 존스 분)가 동물원이 딸린 집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덜컥 동물원을 구입한다. 그리고 벤자민은 "미쳤다 생각하고 20초만 용기를 내봐. 상상도 못할 일이 펼쳐질 거야"라는 좌우명을 앞세워 폐장 위기에 놓여 있던 허름한 동물원을 극적으로 되살리는 데 성공한다.

벤자민이 현실에서 인수해 재개장한 다트무어 동물원은 영국 데번 지방에 위치해 있다. 영화에서는 LA 북쪽 지역의 목장 부지에 9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영화의 세트장이 된 '로즈무어 동물원'을 완성시켰다. 제작진은 인근의 크고 작은 동물원들을 조사하고 동물 코디네이터의 조언을 들어 로즈무어 동물원을 정성스럽게 제작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사자와 북아메리카 회색곰, 벵갈 호랑이가 어우러진 예쁜 동물원이 완성됐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많은 관객들을 찡하게 만든 부분은 벤자민이 정성을 들여 보호했던 17살 된 호랑이 스파의 안락사를 결정하는 장면이다. 벤자민은 어떤 식으로든 스파를 살려 보려 하지만 사육사 켈리(스칼렛 요한슨 분)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스파의 안락사를 권한다.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의견충돌을 일으키지만 벤자민은 아들 딜런(콜린 포드 분)과의 대화 후 스파를 아픔 없는 곳으로 보내주기로 결정한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연출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1996년 톰 크루즈와 르네 젤위거가 출연한 <제리 맥과이어>를 연출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등이 출연한 <바닐라 스카이>를 만들기도 했다. 2005년 <엘리자베스 타운>을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출품한 크로우 감독은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이후 2015년 브래들리 쿠퍼와 엠마 스톤이 출연한 <알로하>를 연출했다.

도도하고 시크한 엘 패닝의 순박한 연기

▲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 패닝은 언니와는 다른 매력의 배우로 할리우드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2000년대 다코타 패닝이 <아이 앰 샘>과 <우주전쟁>,<푸시>,<뉴문>,<이클립스>,<브레이킹던 1,2부> 등에 출연하며 명성을 떨칠 때 언니보다 4살 어린 동생 엘 패닝도 배우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 앰 샘>과 <샬롯의 거미줄>에서 언니의 아역을 연기하며 배우활동을 시작한 엘 패닝은 2011년 <슈퍼에이트>를 거쳐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통해 본격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엘 패닝은 도도하고 시크한 이미지와 달리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동물원 초입 식당에서 일하는 소녀 릴리를 연기했다. 딜런에게 호감이 있어 매일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지만 여자아이와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딜런은 릴리의 호감을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벤자민의 충고에 용기를 얻은 딜런은 '20초의 용기'를 내 릴리에게 고백했고 두 사람의 귀여운 사랑은 극적으로 이뤄진다.

벤자민의 첫째 아들 딜런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을 당한다. 동물들이 많은 새 집을 좋아하는 동생과 달리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은 딜런은 구석에서 그림만 그리는데 영화 후반 딜런이 그린 호랑이 그림은 로저무어 동물원의 포스터가 됐다.

모험심 강한 동생에게 언제나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면서도 언제나 동생을 응원해주는 벤자민의 형 던컨은 토마스 헤이든 처치라는 배우가 연기했다. 관객들에게는 2007년과 작년 큰 사랑을 받았던 <스파이더맨3>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샌드맨을 연기한 배우로 익숙하다. 헤이든 처치는 2007년 <브로큰 트레일>로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출중한 연기를 자랑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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