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감당 못해".. 월세 거래 '역대 최대'

박상길 2022. 2. 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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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에도 전셋값 급등
작년 서울 거래량 7만건 돌파
"월세화 빨라질지는 지켜봐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2011년부터 작년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낀 임대차 거래 추이 그래프. <연합뉴스>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정보 게시판에 월세 정보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작년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7만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2020년 7월 말 전셋값 안정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뒤에도 전셋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전세자금 마련이 어렵자 세입자들은 결국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임대차 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이날까지 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7만1080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것이다. 같은 기간 매매 거래량 량(4만2223건)의 1.7배에 달한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뜻한다.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포함한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량은 종전 최다였던 전년도의 월세 거래량 6만783건을 넘어서며 최대치를 경신했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정해진 법정 기한 없이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된다. 월세 거래량은 2011∼2012년 2만7000∼2만8000건대, 2013년 3만6000건대, 2014년 4만2000건대, 2015년 5만4000건대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6년부터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2018년 4만8000건대로 줄었다.

그러나 2019년 다시 5만건대로 올라선 뒤 2020년 6만건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를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치솟았다. 작년 월세가 낀 거래의 임대차 계약 비중은 37.4%로 2019년 28.1%, 2020년 31.1%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2020년 7월 말 시행된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전세자금 대출까지 막히면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전세가 더욱 요원한 상황이 된 것도 월세 전환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는 신규 취급되는 대출에서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되는 등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여기에 기준금리 상승 압박도 계속되면서 계약갱신청구 기간 2년이 도래하는 올해 8월부터는 전세 세입자들 가운데 상당히 많은 가구가 월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로 돌리고 싶어하는데, 세입자는 전셋값이 워낙 오른 데다 전세대출이 비싸니 차라리 오른 전세금 만큼 월세로 내자는 생각이 서로 일치해 월세 가속화 현상이 빨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2020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의 전세가 만기되는데 이들이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오른 전세금만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부담과 비교해 월세이율이 크지않다면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기 보다 증액한 보금금을 월세화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임차인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기 정부의 부동산세제 정책 변화 가능성이나 기준금리 인상 폭 등의 이슈로 월세화의 속도 차이는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규제 완화나 기준금리 인상 등의 방향성이 열려있으니 월세화의 속도가 빨라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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