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서 30분, 내 안의 노다지를 캘 수 있는 곳
[황상호, 우세린 기자]
붉은 사막이 흔들리고 버섯구름이 솟구친다. 관광객들은 전망 좋은 호텔 루프탑에 앉아 거대한 폭발 현장을 감상한다. 한 손에는 호텔에서 개발한 특제, '원자력 칵테일(Atomic Cocktail)'을 꼬나쥐고서 말이다.
1950년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원자력 도시(Atomic City)라 불렸다. 네바다주가 연방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핵폭탄 실험을 유치한 것이다. 호텔 업계는 원폭 실험을 화려한 폭죽놀이처럼 광고했다.
이에 덩달아 상공인 협회는 원자력 미인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비키니 모델이 버섯구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달력으로 인쇄해 팔았다. 호텔과 핵실험장은 불과 100킬로미터. 핵실험은 1963년 핵실험 금지 조약이 생기기 전까지 900건 정도 이뤄졌다. 관광객들은 나중에야 자신이 피폭돼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미 동부에서 이어진 대륙 횡단 철도가 로스앤젤레스에 1905년 연결되면서 라스베이거스는 정거장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31년 후버댐 건설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이 몰려 들었고 마피아들은 카지노와 스트립쇼가 열리는 극장을 지었다.
▲ 후버댐이다. 이곳을 경계로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가 나눠진다. |
ⓒ 황상호 |
'열사병 주의' 금욕도시의 협곡 트레일
이번에 소개할 자연 온천은 라스베이거스 가까이에 있는 골드 스트라이크 온천(Gold Strike Hot Springs)이다. 한 해 수백 만명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지만 이 온천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온천은 라스베이거스 배후 도시인 볼더시티(boulder city)에 있다. 불야성 관광지에서 차로 30분 거리다.
볼더시티는 정부가 기획해 만든 금욕 도시다. 후버댐 건설(1931~1935)이 한창이던 시기, 미국은 볼스테드법(1920~1933) 때문에 술 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이런 와중에 정부 관료가 후버댐 건설 현장을 시찰하다 댐 건설 노동자에게서 술 냄새를 맡은 것이다.
이에 정부는 노동자들이 라스베이거스로 가지 못하도록 마을을 만들어 그들의 퇴근 후 일상까지 통제하려고 했다. 그 기획 도시가 볼더시티다. 그 때문인지 여전히 볼더시티는 소도시 풍경이다. 화려한 간판도 없고 주민들 옷차림도 소박하다. 느리게 걷는다. 물가도 체감적으로 라스베이거스보다 5% 이상 저렴하다. 카약이나 하이킹, 암벽 등반을 하려는 동호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 골드스트라이크 캐년. 온천으로 가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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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구간은 왕복 7.6킬로미터다. 4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하이킹 전문 웹사이트들은 이곳을 난이도 최고로 꼽는다. 경사 285미터를 오르내려야 하는데, 그 사이 밧줄 8개를 타야 한다. 밧줄은 약 4~6미터쯤 된다. 신체 건강한 성인남녀라면 누구나 도전할 만하다.
문제는 더위다. 여름철 낮 기온이 40도를 쉽게 넘는다. 이 때문에 5월부터 9월까지 하이킹이 금지돼 있다. 2003년 6월에는 하이커 두 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출발지에서 불과 1.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들을 발견한 하이커들이 물을 나눠주려고 했지만 희생자들은 고함을 지르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걸었다고 한다. 이는 전형적인 열사병 증상이라고 한다.
▲ 루트를 가리키는 화살표다. 이것만 잘 찾아가면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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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을 시작할 때 먹을 것과 마실 물을 충분히 챙겨야 한다. 출발하기 전 본인이 어디로 여행 가는지 주변에 알리고 국립공원관리청(NPS) 웹사이트에 들어가 유의사항도 살펴보자. 날씨에 따라 4월 중순부터 트레일이 차단될 수 있다. 트레일에 온천수 등 물이 있으니 마른 신발을 하나 더 챙기면 더욱 좋다. 오지이지만 트레일에서 인터넷이 연결된다는 점은 희소하다.
고대인의 땅, 붉은 협곡이 품은 온천
▲ 골드스트라이크 캐년이다. 붉은 암벽 사이 좁은 길이 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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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때 크레바스였을 이곳은 모든 존재를 삼키고 있는 공룡의 뱃속 같다. 좌우 협곡 사이 외길만 존재한다. 거대한 절벽 높은 곳에는 곰보처럼 작은 동굴이 다닥다닥 박혀 있다. 단층은 칼로 베어낸 듯 사선으로 깎여, 영겁의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바늘 같다.
▲ 하이커들이 밧줄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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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킬로미터쯤 걸었다 싶으면 첫 밧줄이 나온다. 하이킹의 시작이다. 구간마다 경사진 암벽 구간이 나오는데, 밧줄이 없다면 그건 길이 아니다. 무리해서 내려가면 사고가 날 수 있다. 협곡 외길이라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다. 돌 위에 트레일을 나타내는 화살표도 그려져 있다. 돌 틈에 캘리포니아 왕뱀(California kingsnake)이 똬리를 틀고 있을 수 있다.
▲ 골드스트라이크 온천에서 만난 온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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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플레잉 게임의 임무를 수행하듯 밧줄을 하나둘 타고 내려오다 보면 바닥을 타고 흐르는 온천수가 보인다. 첫 번째, 두 번째 만나는 온천탕은 대부분 말라 있다. 세 번째 탕부터 물이 제법 가득 차 있다.
나는 네 번째 탕에서 몸을 녹이며 에너지바로 허기를 채웠다. 실내 수영장 크기의 온천탕에 작은 온천 폭포가 콸콸 흘렀다. 수온은 30도에서 41도로 다양하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곳은 없다.
▲ 트레일에서 만난 네번째 온천. 작은 온천 폭포가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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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라도강에서 관광객들이 카약을 타고 있다. 멀리 후버댐 우회도로인 마이크 오캘라핸-팻 틸먼 기념다리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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