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절경과 오랜 시간의 흔적 '타임머신 여행'

남호철 2022. 2. 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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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 출렁다리 건너 포구까지
충남 논산시 탑정호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해넘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월 19일 무렵에는 날씨가 좋으면 지난해 11월 말 정식 개통한 출렁다리의 가운데 교각 위에 해가 올라 있는 이색 풍경을 볼 수 있다.


충남 논산 탑정호는 충남도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다. 1944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돼 수려한 대둔산의 물줄기를 담아낸다. 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탑정호출렁다리가 2개월여 전에 정식 개통했다. 다리 길이만 570m, 양쪽 진입구간까지 합쳐 총 600m로 동양 최대 규모다. U자 모양의 주탑 두 개가 교각 역할을 하고, 두 교각 사이에 전망대 ‘스카이 가든’으로 꾸며진 교각이 하나 더 있다.

탑정호는 일몰로도 유명하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해넘이로 발길을 이끌지만 2월에 가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스카이 가든 위에 해가 올라 있는 절경 때문이다. 2월 19일 무렵 수변생태공원 인근 부적면 신풍리에서 볼 수 있다.

어둠이 찾아오면 다리는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출렁다리 주탑과 주탑을 연결한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촘촘하게 늘어뜨린 LED 조명을 활용한 영상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별빛이 호수 위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빛의 향연이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호수를 지난 물은 논산천을 따라 흘러 강경에서 금강에 합류한다. 금강은 하굿둑 건설 이후 물길을 이용할 수 없지만 과거 내륙 수로로 활용됐다. 강경은 금강 하구인 군산에서 뱃길로 약 37㎞ 떨어져 있다. 이 뱃길 덕분에 과거 강경은 ‘물류의 집산지’로 번성하며 원산과 함께 ‘조선 2대 포구’이자 조선말 평양장, 대구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꼽혔다.

편리한 수로는 일제강점기에 내륙 수탈에 이용됐다. 일본 사람들과 자본이 대거 들어왔다. 읍내 중심부에 자리한 ‘강경노동조합’, 1905년 지은 구(舊) 한일은행 건물은 일제가 남겼다. 1923년 ‘남쪽에서 제일 크다’는 뜻으로 지은 구 남일당한약방은 전통적인 한식 구조에 상가의 기능을 더해 일본 건축의 분위기를 풍긴다. 오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하다. 이 일대에 ‘근대역사문화촌’이 조성 중이다.

특이한 내부 구조를 갖춘 강경성결교회 전통 한옥 예배당.


일본식 근대 건축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강 수로를 따라 기독교가 일찍 전해지면서 교회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침례교 예배지가 있고,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옛 강경성결교회 전통 한옥 예배당도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침례교 예배지에는 1890년대 옛 모습 그대로 초가 교회가 복원돼 있다. 한옥 예배당은 붉은 벽돌 외형에 기와지붕을 얹었다. 정방형의 내부는 예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까래를 방사형으로 배치한 특이한 구조로 돼 있다. 한때 북옥감리교회가 됐다가 다시 성결교회로 돌아왔다.

논산시 강경읍 옥녀봉 정상 느티나무 일몰.


한옥 예배당 바로 위에 옥녀봉이 있다. 해발 43m에 불과하지만 강경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강경산으로 불렸다. 이곳에 서면 굽이치는 금강과 강경읍의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정상 봉수대에서 느티나무 너머로 지는 해넘이가 일품이다.

발아래 지난해 말 개관한 ‘강경산 소금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연면적 958㎡(290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지하 1층은 강경의 역사·문화 전시공간, 지상 1층은 박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지상 2층은 논산 지역 작가의 전시와 체험 공방으로 활용된다.

이 일대는 논산 출신 박범신 작가가 2011년 집필한 장편소설 ‘소금’의 배경이 된 곳이다. 봉수대 바로 아래 소설 ‘소금’에서 주인공이 머물던 ‘소금집’이 조성돼 있다. 소금집은 우리시대 아버지의 초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의 주인공이 새로운 삶을 열어갔던 보금자리로 설정된 집이다.

죽림서원 뒤 금강을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잡은 임리정.


금강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조선시대 유적이 남아 있다. 조선 예학의 거두로 일컬어지는 사계 김장생이 후학을 양성했던 죽림서원이 있고, 죽림서원 뒤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는 자리에 정자 임리정이 있다. 돌산전망대 아래에는 김장생 제자 우암 송시열이 스승을 기리고자 세운 팔괘정도 있다.

강경 읍내는 커다란 젓갈 시장과 다름없다. 발길 닿는 곳마다 대형 젓갈 상점이 포진하고 있다. 젓갈 가게만도 150여 곳이다. 강경 젓갈시장은 예로부터 부안 곰소, 보령 광천과 더불어 국내 3대 젓갈시장으로 꼽혀 왔다. 젓갈의 집산지로 지금도 국내 젓갈의 40% 이상이 거래되는 최대시장이다.

여행메모
수요일 휴무… 북문 인근 주차장 편리
다양한 젓갈에 수육·찌개… 강경 별미

탑정호 출렁다리는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5시, 하절기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종료 20분까지 입장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은 휴무다. 현재 무료이며,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출입구는 북문과 남문 두 곳이다. 주차는 북문 인근 4-1주차장이 편하다.

논산은 50년의 재배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최대의 딸기 산지다. 수변생태공원 인근 딸기향농촌테마공원이 있다. 이곳에 지난달 7일 로컬푸드 통합지원센터가 임시 개장했다. 1층에는 로컬푸드 직매장·농산물 물류시설·사무실을, 2층에는 로컬카페·옥상 정원 등을 갖췄다. 딸기수확 체험농가에서 딸기수확 뿐 아니라 딸기잼, 딸기인절미, 딸기화분, 딸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강경에서는 젓갈백반정식을 맛봐야 한다. 젓갈가게는 많지만 젓갈백반정식을 파는 식당은 흔치 않다. 명란, 창난, 낙지, 황석어, 꼴뚜기, 토하 등 다양한 젓갈과 돼지고기 수육, 된장찌개 등이 상에 오른다.

논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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