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 놓치면 10년 이상 발묶이는데"..공공정비사업 법안 1년째 감감

유준호 2022. 2.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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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후속 입법 절차
대선 앞두고 여야 대치속
2월 국회 처리도 어려울듯
마곡·의왕 후보지역만 '발동동'

"안전진단 E등급에 언제 무너져도 모를 아파트 걱정만 쌓여갑니다. 올 겨울 추위에 또 하수관이 동파돼 역류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참고만 살아야 하나요." (마곡 신안빌라 A주민)

"3월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정부가 약속했던 정비사업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10년 이상 발이 묶인다는데, 속만 타들어 갑니다." (의왕 내손가구역 B주민)

정부의 도심 내 주택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공직접정비사업' 후보지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 대책이 발표된 지 1년, 후보지로 지정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국회에서 아직 정책 시행의 근거법 조차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발표 한달 안에 후속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속도전'에 나섰지만 정작 근거법은 1년째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강서 마곡나루역 북측(1만 451㎡)과 경기 의왕 내손체육공원남측(4만 839㎡)을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 후보지로 발표하며, 각각 410가구, 782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은 국토부가 지난해 2·4 대책을 통해 제시한 사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관이 조합을 대신해 사업 시행자 역할을 맡는다. 민간이 사업을 맡았을 경우 평균 13년 이상 걸리는 개발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도 면제된다.

문제는 사업 진행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통과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다른 2·4대책 관련 법안은 모두 국회 법안 통과를 마쳤으나 이 법안은 지난해 2월 발의 이후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근거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 역시 정비 사업 진행을 두고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후보지로 발표된 후보지 주민들은 속이 탄다. 서울 마곡나루역 북측후보지는 신안빌라(234가구) 재건축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최근 10년간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과정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우려한다. 안전진단 E등급을 받은 이 단지는 2007년 재건축 추진위 승인을 받고, 2012년 정비구역 지정, 2014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2019년에는 시공사 선정까지 하고 조합원 분양신청까지 마무리했으나 재건축 대상에서 제외된 상가 측과의 소송전에 휘말려 추진위 상태로 회귀했다.

마곡빌라 주민 A씨는 "국회에서 여야의 당리당략의 재물이 돼 해당법이 통과되지 못해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사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 힘없는 주민들의 한숨만 깊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각종 선심성 선거공약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정부가 약속한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함께 후보지로 발표된 의왕 내손체육공원 남측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지역은 의왕내손가구역 재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오는 3월 정비구역 일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비구역이 지정되고 10년이 지나도록 사업 진척이 없으면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지역은 2010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20년 한차례 연장 끝에 오는 3월로 연장 기한이 끝난다.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정부가 발표한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 역시 진행할 수 없다. 국토부는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의왕시 등에 '정비구역 해제'를 늦춰줄 것을 조건부로 요청한 상태다. 의왕내손가구역 주민 B씨는 "정부 추진 사업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데,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정비구역이 일몰되면 향후 10년 이상 재개발은 쳐다도 볼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한탄했다. 다만 국회에서 숙의 과정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도정법 개정안에는 '현금청산' 등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 역시 2월 임시국회에서 원만한 법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여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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