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시키려면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공급대책보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 가장 필요
"매도자·매수자, 시장 떠난 게 아니라 관망"
"특수거래로 시장 판단하지는 말아야"
부동산 시장이 마비 상태입니다. 기존 거래가보다 낮은 실거래가 나오고 있지만,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은 부동산 거래 측면에서는 하락이 아닌 마비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마비 국면의 특징은 거래가 극도로 힘듭니다.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른 상태입니다.
주택 공급자(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하고 주택 수요자(매수자)는 임장 일정도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택시장을 떠난 것은 아니고 관망을 하면서 힘을 축적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계기(trigger)가 일어나면 거래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 또한 큽니다.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천편일률적입니다. 상대편을 너무 베끼다 보니 이제는 두 후보의 공약이 유사해지는 듯합니다. 다들 엄청난 주택공급을 이야기하는데 본인들 임기 중에는 불가능에 가깝기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공급을 한다고 바로 시장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급은 분양이 아니고 입주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공급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마비된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장 시급히 진행해야 하는 사항은 대출 규제의 완화입니다. 최근에 강해진 규제인데 실수요자들의 주거이전까지 막고 있어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핑계를 댑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총량적으로는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개별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2021년 11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체 대출 연체율은 0.25%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11월말 0.48%와 비교하면 0.23%포인트 낮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또한 같은 기간 0.38%에서 0.20%로 떨어졌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이 담보대출인데 이를 최대 LTV(주택담보인정 비율) 40% 수준에서 막고 있는데 어떻게 부실이 생길 수가 있겠습니까. 심지어 15억원 이상은 아예 대출이 안됩니다. 선진국들은 여전히 LTV 80% 수준에서 담보대출을 실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1%(downpayment)만 내더라도 담보대출이 가능한 99% 모기지 상품까지 판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영국에서는 현금 단 2500만원만 있으면 런던 근교의 5억원짜리 주택을 살수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제도(Help to Buy)이지만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대출 정책을 실행하는 중입니다.
두 번째는 거래를 막고 있는 주범인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합니다. 여당과 야당의 후보 모두의 공약에 포함되어 있지만 특정 조건이 걸려있는 완화대책은 미봉책일 따름입니다. 1~2년의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일반세율로 적용해 거래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거래가 있어야 가격도 하락합니다. 현재와 같은 부동산 마비시장은 오히려 주택수요의 힘을 축적 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2009년의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63만2258건)이 2008년 58만2926건 보다 많았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서울의 경우 평균 아파트 거래량의 20% 수준에 그치는 마비된 부동산시장을 만들어놓고 장기적 추세하락을 자신한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을 더는 듣을 수 없습니다. 최근(1월22~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57건 중 25건(43.9%)이 직거래로 이루어졌습니다. 개업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은 직거래의 경우 친족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일 가능성이 크며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거래절벽 속에 일시적 2주택자들이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해 교환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거래도 활기를 띤다고 합니다. 마비된 시장의 풍선효과가 어디까지 번져나갈지 걱정이 큽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최근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특정 사례들을 가지고 부동산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집권기간 동안 입주하는 아파트를 보기도 힘든 현재의 공급정책은 대통령 후보에게도 국민에게도 모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 전이라도 마비된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공약들이 많이 발표되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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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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