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다례 통해 품격 있게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

성선해 2022. 1.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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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즐겼던 음료 중 하나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달이거나 우린 물인 차(茶)로, 역사를 문자로 기록하기 이전인 전설시대부터 즐겼다고 합니다. 처음에 차는 약으로 여겨졌지만, 점차 독특한 향기나 맛을 즐기는 기호식품(嗜好食品)이 됐는데요. 여기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리와 예법이 더해지며 다례(茶禮)가 만들어졌고,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다도(茶道)로까지 발전했죠.

현지용(왼쪽) 학생모델과 박시은 학생기자가 고양문화원을 찾아 다례에 대해 배웠다.


우리나라에 차가 언제 들어왔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삼국시대 때 이미 우리 민족이 차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조선시대에 걸쳐 관련 문화가 성행했어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행위는 다양한 계층이 즐겼기에 궁궐을 중심으로 규범에 따라 행한 궁정다례, 부처에게 차를 올리는 헌다(獻茶), 양갓집 규수들의 규방다례 등 관련 예법도 다양합니다.

차를 즐기며 마음도 수양할 수 있는 다례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유효한데요. 박시은 학생기자와 현지용 학생모델이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접빈다례와 관련 기본예절을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고양문화원에서 김영미 예인회(예를 전하는 사람들) 회장을 만났어요. 이날 소중 학생기자단은 한복을 차려입고 취재에 임했는데요. 김 회장은 먼저 "차를 우리고 대접하기 전 단정한 복장을 갖춰야 한다"며 옷매무새를 다시 만져줬죠. "우리 오늘 처음 만났으니까 한복 입고 바르게 서는 법과 절하여 예를 표하는 법부터 배워볼까요? 일단 방석 뒤에 서보세요."(김)

아랫사람이 웃어른을 처음 만났을 때 하는 큰절은 친척 어른을 뵐 일이 많은 명절에 알아두면 좋은 예법이다. 다례에서도 어른을 모실 땐 큰절로 인사한다.


절하는 예법, 배례(拜禮)에는 큰절·평절·반절 등이 있죠. 친척 어른을 뵐 일이 많은 설 명절을 앞둔 만큼 아랫사람이 웃어른을 처음 만나면 하는 큰절을 배워봤습니다. 큰절은 남자와 여자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요. 남자는 왼손이 오른손 위로 가도록 포개는 공수(拱手)를 한 뒤, 손을 눈높이까지 올렸다가 내리면서 허리를 굽힙니다. 공수한 채로 바닥을 짚고, 왼쪽과 오른쪽 무릎을 차례대로 굽히며 바닥에 앉죠. 그리고 몸을 숙여 이마를 공수한 손등 가까이 대고 바닥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오른쪽 무릎부터 순서대로 일어난 후, 공수한 손을 눈높이까지 올렸다가 내린 후 고개를 숙여 인사(묵례)해요.

여자의 공수자세는 손의 방향이 남자와 반대예요. 오른손이 위로, 왼손이 아래로 가도록 양손을 포개 눈썹 높이 정도로 올린 뒤, 왼쪽→오른쪽 순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요. 이후 몸을 45도 정도 앞으로 숙인 뒤 잠시 머무르다가 오른쪽→왼쪽 순으로 무릎을 세우고 몸을 일으켜 묵례해요. 앉을 때와 일어날 때 무릎 방향이 반대죠. "절을 마친 뒤 상대방이 '편히 앉으십시오' 말하면 처음에는 '괜찮습니다'라고 사양한 뒤, 두 번째로 '편히 앉으십시오' 권유했을 때 책상다리로 자리에 앉습니다."(김)

예의 있는 첫인상을 남기는 법을 알아봤으니 이제 다례를 배워봅시다. 찻자리에 사용되는 물건을 다기라고 하는데요. 끓인 물을 보관하는 탕관(湯罐), 물을 식힐 때 쓰는 큰 사발처럼 생긴 숙우(熟盂), 찻잎을 담는 차호(茶壺), 차호의 차를 다관에 넣을 때 사용하는 찻숟가락(차시), 찻잎을 우려내는 주전자인 다관(茶罐), 손님 수에 맞춘 찻잔(茶盞)과 찻잔을 받칠 때 사용하는 차탁(茶托), 다구에 흐르는 물기를 닦을 때 쓰는 차수건, 찻상을 덮는 용도로 쓰는 붉은색 천인 홍포(紅布), 물을 버리는 퇴수기 등이 필요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에 다례와 생활 예법을 지도한 김영미 예인회 회장.

"국어사전을 보니 다도는 차를 달이거나 마실 때의 방식이나 예의범절이고, 다례는 차를 대접하는 의식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례와 다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시은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다도(茶道)의 도는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나아가야 할 바른길을 뜻해요. 즉, 다도는 차를 마시면서 심신을 갈고 닦는 행위를 강조한 말이죠. 화경청적(和敬清寂)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데, 서로 화합하고 남을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맑은 정신으로 고요함을 즐긴다는 뜻이에요. 다례(茶禮)의 례(예)는 예절을 뜻하는 한자로, 상대방에게 예를 갖춰 차를 올리는 것을 뜻해요. 다도보다는 한 단계 아래의 경지인데, 초보자에게 다도는 좀 어려울 수 있으니 오늘은 질서와 순서를 지켜 상대방에게 차를 대접하는 다례를 배워보기로 해요."(김)

차는 촉감·후각·시각·미각·청각 등 오감으로 즐기는 음료다.


다례의 시작은 찻상 점검이에요. 찻자리에서 차를 우려 대접하는 사람을 팽주(烹主)라고 하는데요. 차를 우리는 다기가 있는 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탕관과 퇴수기가, 왼쪽에는 우린 차를 손님에게 내어가는 다반이 위치합니다. 숙우는 꼭지가 팽주와 제일 가까운 곳에 놓은 잔으로 가게 하고, 다관은 긴 손잡이 부분이 팽주의 중앙에 오게끔 놓아요. 탕관·퇴수기·숙우·다관 등 모든 다기는 팽주가 손을 뻗었을 때 닿는 위치에 있어야 해요. 차호를 열어 찻잎이 잘 들어있는지도 확인해야죠.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홍포를 다시 원래대로 덮어요.

차를 우리기 전 다기를 예열한다. 탕관에 담긴 따뜻한 물을 숙우▶다관▶찻잔 순으로 옮겨 담은 후 퇴수하면 된다.


이제 손님 앞에서 정성을 담아 차를 우려서 대접해보겠습니다. 순서는 크게 준비▶다기 예열▶차 우리기로 구분할 수 있어요. "찻상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앉아 손님이 '귀한 차를 드시고 건강하세요' 하는 마음으로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합니다."(김)

첫 단계는 다기를 따뜻하게 데우는 예열이에요. 잔잔히 흐르는 음악에 맞춰서 김 회장이 다례 시범에 돌입했어요. 찻상 위 홍포를 살짝 걷어 무릎 위에서 단정히 접은 후, 팽주의 오른쪽 옆에 내려놓습니다. 뒤집어둔 찻잔의 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바로 놓은 뒤, 탕관에 담긴 따뜻한 물을 숙우▶다관▶찻잔 순으로 옮겨 담습니다. 다관을 들 때는 오른손으로 손잡이, 왼손으로 뚜껑을 지그시 눌러요. 찻잔을 예열할 때는 물을 80% 정도만 채우고, 천천히 한 두바퀴 돌린 뒤 퇴수기에 물을 버립니다. 김 회장의 시범을 따라 하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찻자리에서 차를 우려 대접하는 사람을 팽주라고 하는데, 모든 다기는 팽주가 손이 뻗었을 때 닿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이제 차를 우려내서 대접할 차례예요. 다시 한 번 탕관에 끓인 물을 아까와 비슷한 양으로 숙우에 따릅니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찻잎이 푹 익어버리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로 내리는 과정이에요."(김) 그리고 오른손으로 차호를 가져와서, 왼손 위로 올린 뒤 오른손으로 뚜껑을 가져다 놓습니다. 이후 찻숟가락으로 찻잎을 덜어서 다관에 넣죠. "찻잎은 (3잔 기준) 무거운 듯 가볍게 두 번 정도 뜹니다."(김) 이후 숙우의 물을 다관에 넣고 뚜껑을 닫고 차가 우러날 때까지 기다려요. 찻잎이 우러나는 시간은 차의 종류마다 다르지만, 녹차의 경우 약 1~2분 정도 기다리면 됩니다.

다관에서 향과 맛이 우러난 차를 잔에 따를 때는 팽주의 기준에서 웃어른에게 올릴 잔부터 차례대로 1/3씩 채워줍니다. 그리고 다관에 남은 차를 같은 순서로 조금씩 찻잔에 더 채워요. 차는 동석자 중 가장 어른에게 먼저 드리는 게 예의인데요. 차탁 위에 손님께 대접하려는 찻잔을 올린 뒤 다반 위에 다과와 함께 놓습니다. "손님에게 다반을 전달하기 전 팽주가 먼저 자신의 잔에 있는 차를 한 모금 시음하고 '대접할 만하다' 싶으면 "차 드십시오"라고 말해요. 차 한 잔은 세 번 정도 천천히 나눠서 마시면 적당하고, 다 마신 잔은 각자 오른편에 내려놓습니다."(김)

차를 우려서 대접할 때는 내가 대접할 손님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차를 마실 때 자세도 중요한데요. 자리에서 공수 자세로 앉아있던 대로 두 손을 모아 찻잔에 손을 가져간 뒤 오른손으로 찻잔의 옆면을 살짝 감싸고 왼손으로 바닥을 지탱해요. 어깨에 힘을 뺀 상태에서 가슴과 배꼽 중간 높이로 찻잔을 들었다가 천천히 마십니다. "차는 오감으로 즐기는 음료예요. 촉감으로는 찻잔의 온기를, 시각으로는 차의 색깔을, 후각으로는 차의 향을, 미각으로는 차의 맛을, 청각으로는 자연의 소리나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죠."(김) 다례를 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손끝에 느껴지는 온기와 은은한 향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차는 정말 고귀한 음료인 것 같아요."(현)

"다례를 할 때 차와 함께 주전부리나 과일 같은 먹거리를 곁들이는 걸 봤어요. 차는 어떤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하나요?" 지용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차와 먹는 음식을 다식(茶食)이라고 하는데, 향이 너무 짙거나 짜거나 매운 음식은 찻상에 올리지 않아요. 차의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기기 힘드니까요. 또 크기가 너무 큰 음식도 베어 먹거나 상에 다시 내려놓는 과정에서 소란해지기 때문에 적당하지 않아요. 다식은 향이 적고 살짝 달콤하면서도 한입에 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 좋아요. 오늘 제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약과처럼요."(김)

각종 다기를 이용해 예를 갖춰 손님에게 차를 올리는 다례는 차를 즐기며 마음도 수양할 수 있는 예법이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요즘. 상대방을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아 정성 들여 차를 달여서 대접하는 다례의 매력에 한 번 빠져보는 건 어떤가요.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 건 물론,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줄 귀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

■ 학생기자 취재 후기

「 다례 취재 얘기를 듣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우리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했어요. 실수하거나 어려울까 봐 걱정했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 다례의 기본은 물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다례가 이제는 자랑스러운 생활 예절로 느껴져서 배우길 잘한 것 같아 정말 뿌듯해요. 더 많은 사람이 다례를 통해 예의를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박시은(서울 여의도초 5) 학생기자

평소에도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고양문화원으로 다례를 배우러 갈 때 정말 설레었어요. 김영미 회장님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여러 번 강조하셨어요. 처음 뵈었을 때는 공수를 한 뒤 작은 절을 하여 예를 표하는 법부터 배웠어요. 또 차를 우릴 때도 손님에게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예를 갖추며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덕분에 예를 갖추며 직접 차를 우려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가 우린 차를 마셔보니 갈증도 해소되었고 화합과 공경, 맑고 고요한 마음(화경청적)도 느낄 수 있었죠. 이번에 알게 된 다례를 활용해서 우리 가족에게도 예를 갖춰서 맛있고 건강한 차를 꼭 대접하고 싶어요.

현지용(서울 가곡초 6) 학생모델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박시은(서울 여의도초 5) 학생기자·현지용(서울 가곡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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