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에 7년 날씨 꼼꼼히 기록한 충무공..430년 전 날씨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는 지금부터 424~430년 전에 쓰였다. 음력 1592년 1월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전인 1598년 11월까지 약 7년으로, 임진왜란(1592~1598년) 기간을 거의 대부분 포함한다.
난중일기 전체 1593일 치 중에서 1551일 치에는 매일의 하늘 상태, 강수 특성, 바람 특성, 체감기온 같은 날씨가 꼼꼼히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난중일기에 나타난 16세기 남해안 날씨는 어땠을까.
공주대 대기과학과 서명석 교수와 차소영 연구원은 한국기상학회 저널 '대기(Atmosphere)'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420여 년 전인 16세기 말 남해안 날씨 특성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남 여수 지역의 현재 날씨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에는 세종 23년(1441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측우기로 강수량을 측정했으나, 현재 남아 있는 자료는 대부분 1770년 6월 이후 서울에서 측정한 것이어서 16세기 이전 남해안의 기상 관측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1551일 치 일기에 날씨 꼼꼼히 기록
1591년 2월부터 이순신 장군이 주로 머물렀던 곳으로 판단되는 여수 진남관(전라좌수영의 본영)과 여수 기상대는 직선거리로 약 450m 떨어져 있고, 임진왜란 당시 전함이 입출항했던 여수항은 진남관에서 직선거리로 약 540m 떨어져 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난중일기에 나타난 연평균 강수일수가 약 90일로, 지금의 강수일수 95~100일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월별 강수일수도 지금의 계절 변동과 유사한 특성을 나타냈다. 다만, 1월과 2월의 경우는 지금보다 2배 정도로 많았고, 5월은 절반 수준으로 적었다.
특히, 1598년 1월의 경우 강수일수가 13일로 유달리 많았는데, 이는 이상 기상 현상이 발생한 탓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남해안 지역에서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데 1597년 12월부터 1598년 2월 초까지는 눈이 많이, 그리고 연속적으로 내렸다.
연구팀은 연속적인 강수 유무를 바탕으로 장마를 분석했는데, 난중일기 속의 장마는 6월 14~21일에 시작됐고 7월 6~17일에 끝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역시 현재와 매우 유사했다.
이에 따라 장마 기간은 18~33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장마 기간이 해마다 차이가 나타나는 현재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비가 내린 시간도 오전보다는 오후와 야간(새벽 포함)이 많아 현재 상황과 유사했다.
장마 6월 14~21일 시작해 지금과 비슷
바람 장미는 어떤 지점에서 일정한 기간의 방위별 풍향 출현 빈도를 방사 모양의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난중일기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한 이상저온 현상은 7년 동안 모두 6일, 이상고온 현상은 21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찌는 더위’, ‘쇠를 녹일 더위’로 표현된 여름철 폭염은 모두 16일, ‘살을 에는 듯이 추움’, ‘추위가 배나 혹독해짐’ 등으로 표현된 겨울철 한파는 모두 9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강풍으로 지붕이 벗겨져서 비가 새었다’, ‘배를 정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비바람이 불었다’, ‘바람막이가 산산조각이 나고 삼대 같은 폭우가 내렸다’와 같은 표현이 2~3일 지속한 것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태풍의 내습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 난중일기에는 가뭄과 우박·서리·번개·무지개·안개 같은 기상현상과 일식·월식·유성우 등 천문 현상들에 대한 기록도 들어있다.
"전쟁에서 날씨 중요성 깨달았다는 방증"
충무공이 1593일의 일기 중 날씨를 적지 않은 날 수는 불과 42일(2.6%)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일기는 연도별로 42~345일 치가 남아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130일)과 정유재란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598년(42일)에는 적었고, 1594~1596년에는 307~345일 치가 남아있다.
월별로는 5~8월에 기록이 많고, 10~12월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잦은 질환으로 고통 겪은 기록도
곽란(癨亂)은 음식이 체하여 토하고 설사하는 급성 위장병이다. 물을 잘 못 마시거나, 뱃멀미 등으로 위가 손상됐을 때도 일어난다.
공주대 연구팀은 장군의 건강 이상과 관련된 내용은 1593일의 일기 중 약 100여 회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사를 다투는 전쟁, 그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식사, 수면, 장거리 이동 등),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난중일기는 국보로 지정됐으며, 충무공이 직접 쓴 초고본 8권 중 7권이 남아 현재 아산 현충사에서 보존돼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효리, 한남동 빌딩 58억→85억 껑충…투자 비결은 이상순?
- 겨울 식중독 '그놈'은 좀비다, 식은 떡국 귀찮다고 그냥 먹으면··
- 대선 2022 나의 정치성향 테스트 | 대선2022 | 중앙일보
- 조영남 "대통령 잘못 뽑으면 나라 힘들다? 김정은 정도면 OK"
- 유창한 영어로 신차 발표…대표와 등장한 미모의 여성 정체
- 백신부작용 걱정하면 진짜 생긴다…"3분의 2는 심리적영향 탓"
- 식은땀, 술취한듯 구토···이런 엄마께 '민턴 라켓' 쥐어드리세요
- 그랜드 피아노까지 훔쳐갔다...황당한 호텔 '루팡'들
- [이철재의 밀담] 위기의 우크라이나 구할 서방제 무기 3종 세트
- 70억 재산 다 뜯기고 요양원 버려진 80대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