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방문객 2배 넘게 는 대형마트, 어떤 승부수 띄웠길래

최현주 2022. 1. 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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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문을 연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롯데마트맥스 송천점. 창고형 매장으로 재단장한 후 6일간 방문객(24일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 늘었다. 연령층도 낮아졌다. 방문객 10명 중 6명이 30~40대다. 이들이 즐겨 찾는 상품은 수입 과자다. 화상 수업을 하는 자녀들이나 재택근무를 하며 먹을 간식거리다.

지난 일주일간 ‘풍미소 포르투갈 에그타르트(12입)는 1800개가 팔렸다. 본오본 수아브 초콜릿(1005g), 대만 누가비스켓(32입)도 같은 기간 각각 1216개, 976개가 팔렸다. 롯데마트맥스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해외여행서 먹었거나 일반 마트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수입 과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송천점의 매출(24일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늘었다. 이 기간 ASC전복은 9741개, 맥스 신선한 계란은 5821개, 맥스 신선한 우유(2.3L)는 3751개 팔렸다.

지난 19일 문을 연 롯데마트맥스 송천점. [사진 롯데마트]


온라인 쇼핑에 밀린 대형마트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창고형 매장이나 와인 전문점 같은 특화 매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롯데마트는 지난 19일 창고형 매장 브랜드인 ‘맥스’를 선보이고 이달에만 창고형 매장 3곳을 열었다. 롯데마트맥스 송천점을 비롯해 지난 21일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점, 27일 전남 목포시 상동 목포점 등이다. 3월까지 창원중앙점, 영등포점, 금천점 등을 추가로 열고 2023년까지 전국에 20곳을 개점할 계획이다.


“웰빙 문화 선도하는 특화 전략”


와인‧리빙을 주제로 한 전문점도 꾸몄다. 지난달 재단장 후 문을 연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엔 와인전문점인 ‘보틀벙커’와 리빙전문점인 ‘룸바이홈 랩’이 있다. 잠실점 1층 전체 면적의 70%인 1322㎡(약 400평) 규모의 이 매장에선 접하기 쉽지 않은 수천만 원짜리 와인뿐 아니라 와인에 곁들일 음식도 함께 판매한다. 80여 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룸바이홈 랩은 고급 침구나 식기, 조명까지 인테리어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이들 특화 공간 덕에 제타플렉스점의 지난 한달(22일 기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2% 늘었다. 특히 보틀벙커를 등에 업고 같은 기간 와인 매출은 545.2%, 양주는 1098.7% 증가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웰빙 문화를 선도하는 특화 전략'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지난해 경쟁사인 이마트 월계점, 스타필드 안성 등 방문하기도 했다.

이마트도 낡고 오래된 매장을 손보고 있다. 2020년 매장 9곳에 이어 지난해만 19개 매장을 리모델링했다. 올해도 10곳 이상을 손볼 계획이다. 각 매장은 신선제품 등 식료품 공간을 확대하고 스마트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가전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 리빙전문점인 ‘앳홈’ 등으로 바꿨다. ‘스토리텔링 체험형 매장’도 조성했다. 과일 같은 신선제품을 보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매장 재단장 후 매출 쑥


리모델링 효과도 좋다. 2020년 재단장한 9곳 매장의 평균 매출(지난해 1~8월)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상승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매장을 온‧오프라인 통합 거점으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매장 재단장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만 17개 매장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식품 비중을 키우고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특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창고형 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 19곳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잇달아 특화 매장을 선보이는 데는 코로나19 여파로 위기감이 커져서다. 쿠팡이나 네이버 등 e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의존도가 커지며 ‘온라인→오프라인’ 전환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도 크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상반기만 250억원의 적자를 봤고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933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줄었다.

지난달 문을 연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안에 있는 와인전문점인 보틀벙커. [사진 롯데마트]


대형마트들은 그간 온라인 쇼핑을 좇기 위해 자체 통합 온라인몰을 구축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신세계는 2019년, 롯데는 2020년 각각 SSS닷컴,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아직 적자다. 이런 상황에서 일찌감치 특화 매장에 집중한 이마트는 실적 선방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2020년 2950억원, 지난해 상반기 118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을 좇기보다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체험‧경험을 선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설도원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직접 만지고 겪어야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찾아내고 온‧오프라인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맥스의 경우 젊은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새로운 경험과 가치 소비를 선호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상품을 구성하고 꾸몄다”며 “마트가 누구나 방문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역 명소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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