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완화는커녕..광주 사고에 고개숙인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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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두고 11일 발생한 광주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에 건설업계가 고개를 떨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리감독과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건설업계는 자칫 중대재해의 주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C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중대재해법 입법을 앞두고 팽팽하던 찬반 여론이 완전히 돌아선 계기가 학동 참사였는데, 이번에 또다시 사고가 터지면서 중대재해법 완화는커녕 중대재해법에 대한 명분을 더 준 셈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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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보름 앞둔 중대재해법 명분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두고 11일 발생한 광주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에 건설업계가 고개를 떨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리감독과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건설업계는 자칫 중대재해의 주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12일 광주시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39층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붕괴했다.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작업자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번 사고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거센 것은 시공사가 HDC현대산업개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9일 재개발 지역인 광주 학동4구역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이 사상한 사건이 있었다. 재개발 시행사이자 철거 원청은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건설 안전 강화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7개월여만에 또다시 광주에서 건설 참사로 도마에 오른 셈이다.
당국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Gangform)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월타이·Wall Tie)가 손상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에 타설해놓은 콘크리트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열풍 작업 등으로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하는데, 공사 기간 단축 등을 위해 충분히 굳히지 않으면 강도가 떨어진다. 안전보건공단은 ‘동절기 건설현장 안전보건 길잡이’에서 "동절기에는 콘크리트 타설 시 경화 지연 및 동결에 의한 강도가 현저히 저하되어 붕괴 위험이 높다"며 특별히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매년 발간되는 매뉴얼에 오를만큼 안전의 기초적인 부분이다.
건설 안전의 기초조차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사고가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의 재연이라는 비난마저 나온다. 1970년 4월 8일 마포구 창전동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공기단축과 부실시공, 관리감독 소홀 등이 빚은 총체적인 참사였다. 건축설계가 잘못된 것은 물론 공사비가 낮게 책정돼 재하청 업체들은 이윤을 위해 철근·시멘트 등 건설자재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공사기간은 착공부터 준공까지 6개월에 불과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이번 사고에 건설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A건설사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면 동절기에 양생 과정을 소홀히 한 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번주는 현장 날씨가 영하로 내려간 상황인데 왜 그렇게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이런 식의 붕괴사고는 (현장 관계자들조차) 다들 처음 봤다고 한다"며 "중국에서나 볼법한 일이 2022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한 경영 환경의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달 27일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건설업계는 그간 정부가 마련한 중대재해법에 대해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과도한 처벌로 기업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잇단 건설현장 사고로 인해 반대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분위기다. C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중대재해법 입법을 앞두고 팽팽하던 찬반 여론이 완전히 돌아선 계기가 학동 참사였는데, 이번에 또다시 사고가 터지면서 중대재해법 완화는커녕 중대재해법에 대한 명분을 더 준 셈이 됐다"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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