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교동에서의 시간 여행..훈기로 빚어낸 동네

2022. 1. 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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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사람들의 훈기로 빚어낸 동네는 거닐기만 해도 깊은 서정으로 가득하다. 겨울의 여행은 이런 동네 속을 유영하며 정서를 가다듬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 이름도 예쁜 강릉 교동의 겨울 이야기 속으로 길을 떠나보자.

교동의 골목 골목엔 다정한 소품 숍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교동의 책방 ‘한낮의 바다’에 들어서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교동의 작은 주택 한 채가 ‘얼라이브홈’이라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작고 오래된 집들은 어린 시절 할머니댁처럼 정이 넘친다.

강릉 교동은 무심히 지나치기 좋은 동네다. 강릉 시내와 주문진을 연결하는 도로 사이에 있는데다 오래된 구도시여서 강릉 사람들에게조차 ‘뭐 볼 거 있다고 오나?’ 하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교동으로 여행 왔다고 하면 으레 ‘짬뽕’을 먹으러 왔냐고 되물을 정도니까. 하지만, 교동은 무심하고 퍼석한 겉모습과는 달리 골목골목 따스한 사연이 가득해 오래 머물러야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곳이다. 좁디 좁은 골목과 얼기설기 엮인 전신주들이 더 깊이깊이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동네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성된 마을은 한눈에도 지나온 사람들의 삶의 궤적이 깊음을 알 수 있다. 크고 높은 건 없지만 낮고 좁고 깊이 배어 있은 건 참 많이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교동이다. 교동 여행의 시작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건 어떨까. 일단 교동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에어비앤비를 숙소로 택한 후 하루 이틀 머물며 어슬렁어슬렁 동네 구경을 다니는 거다. 강릉 역사 앞의 깔끔한 호텔도, 바닷가의 럭셔리한 오션뷰 호텔도 줄 수 없는 아늑함이 마음의 순수를 불러온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마루를 향해 길게 드리워진 햇살을 만끽하다 길을 나서면 된다.

예상했겠지만 이런 오랜 골목엔 개성 넘치는 로컬 상점들이 숨어 있다. ‘나 여기 있다’고 뻐기지 않아도 은근한 마성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곳들이다. 책방, 문구점, 소품점, 갤러리, 분식점, 레스토랑, 카페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곳의 주인장들은 모두 시인들 같다는 생각을 할 즈음, 한 가지 깨달음이 생길 것이다. 이 오래된 동네의 이름을 되뇌게 되는 것이다.

강원도 강릉시 교동. 교동은 전통 향교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강릉의 교동은 시골 구석구석까지 선비들의 엄숙하고 조용한 글읽기로 가득했던 동네다. 조금 눈을 돌려 인근 선교장, 오죽헌, 허난설헌 생가로 향해도 좋다. 이곳에서는 조용한 사색과 함께 조선시대로 타임 슬립이 가능하다. 교동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조금 여유를 두고 방문한다면 조금 먼 시간, 더욱더 먼 시간으로의 여행이 가능한 그런 곳이다.

▷그림이 있는 마을

교동의 정서를 그림으로 담아내면 그건 따스함과 온기일 것이다. 푸른 바다, 깊은 숲, 온화한 햇살로 가득한 이곳은 사임당과 허난설헌을 키워낸 땅이니 지금의 누군가에게도 하루하루 영감이 될 것이다. 마치 이곳들처럼 말이다.

‌교동에 자리한 작은 갤러리이자 쇼품 숍인 오어즈. 마음을 쉬게 하는 곳이다, 오어즈에선 ‌주인장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포근하고 서정적인 그림이 꼭 강릉의 교동 같다.
▶화가의 집, 오어즈

‘oars’. 이곳을 대체 뭐라고 규정하면 좋을까? 공간에 들어서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얼핏 에드워드 호퍼의 따스함이 오버랩되는 서정적인 그림들이 공간 이곳 저곳에 걸려 ‘난 갤러리야’ 하고 속삭이는 듯한. 그리고 어느새 감각적인 소품들에 지갑이 열리고 있다. 밤에 마실 와인도 사고, 여행의 감흥을 기록할 엽서와 카드도 사고, 그러다 문득 넓은 창을 가득 메운 교동의 거리와 철든 가로수에 맘을 빼앗겨 멍하니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서서 마음 속 시를 읊게 된다. 아무래도 이곳은 여행자의 마음을 홀리는 마법 상자 같은 갤러리형 편집 숍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 오래된 상가 건물에 간판은 잘 보이지도 않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오르면 작은 바다처럼 펼쳐지는 공간. 이곳은 화가인 남편과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내가 함께 일군 곳이다. 그러니 공간의 중심은 남편이 그린 따스한 톤의 회화 작품과 이를 바탕으로 한 아내의 작업물(엽서, 카드 같은)이다. 여기에 부부의 서정이 담긴 물건들이 마치 그림을 둘러싼 전시품처럼 진열돼 있다. 동해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블루 컬러의 화분, 라벨마저 회화 같은 내추럴 와인, 바다 색 소주잔 같은 것들이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동네지만, 이곳엔 왠지 바다 향기가 난다.

위치 강원 강릉시 임영로 193 2층

운영 시간 수~일요일 12:00~18:00 *월, 화요일 휴무

강릉시립미술관 전경. 교동의 정겨움과 닮아 있다.

▶강릉시립미술관 가는 길

교동 언덕길에 있는 강릉 유일의 시립미술관. 하지만 생각보다 아담하고 전시는 소박한 편이다. 타 대도시의 시립미술관을 상상하고 가면 규모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된 도시를 여행하는 여행자는 그런 모습을 오히려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도 한다. 사실 미술관 내부의 전시 콘텐츠보다는 미술관 가는 길이 진정한 여행의 백미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사람처럼 이리저리 기웃대며 천천히 이 푸근한 동네를 만끽하면 되니까. 작은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교동의 빈티지한 풍경. 근처에 한옥 카페 교동899도 있고, 귀여운 방배목장 아이스크림도 있어서 다리가 아프거나 달달한 게 당기면 쓱 들르면 그만이다. 여행자라면, 그리고 그림을 좋아한다면 꼭 찾아봐야 할 곳이 바로 강릉시립미술관 옆의 ‘포스트카드오피스’다. 가상의 우체국을 콘셉트로 한 이 작은 가게는 국내외 작가의 1000여 종 엽서와 카드를 판매하는 곳인데 이미 강릉의 명물이 되었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한 캐릭터 있는 우체국은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은 예쁜 마음이 샘솟는 곳이다.

동화 속 우체국을 연상케 하는 가게 ‘포스트카드 오피스’
-Info

강릉시립미술관 | 주소 강원도 강릉시 화부산로40번길 46 운영 시간 09:00~18:00 *월요일 휴무

포스트카드 오피스 | 주소 강원도 강릉시 화부산로 40번길29 운영 시간 10:05~18:00

▷책이 있는 골목

항교의 도시였던 교동. 선비들의 성실과 고요가 고장을 가득 채웠다던 기품 있는 도시 교동. 그래서일까, 이곳의 공기는 차분하고 진중하며 여전히 책의 흔적이 가득하다.

서점 ‘한낮의 바다’. 빛이 드는 바다의 반짝임, 그 여유를 느끼라는 의미다, ‌‘한낮의 바다’ 서점 내부에 마련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책방, 한낮의 바다

아기자기한 교동 골목의 중간에 작은 간판이 하나 보인다. ‘한낮의 바다’는 빈티지한 원목 책장과 테이블이 온기를 더하는 독립책방이다. 한 권 한 권 주인장의 일관된 큐레이션이 인상적인 이 서점의 가장 큰 특징은 카페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 또한 참 서정적이다. 서점 안쪽 카운터에서 책방지기가 천천히 드립 커피를 내려준다. 서울을 떠나 이곳에 둥지를 튼 부부의 평화로운 공간. 골목을 유영하다 한 권의 책과 한 잔의 커피가 간절할 때면 들러보자. 서점 한편의 의자에서 향긋한 드립커피와 함께한다면 바깥의 한기는 금세 녹아버릴 것이다. 책방지기가 ‘한낮의 바다’에 담은 높은 애정이 느껴진다. 한낮에 서핑할 때 바다에 떠 있으면 바다에 햇빛이 비치는데 반짝이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책방의 이름을 ‘한낮의 바다’라 했단다. 부부가 바다에서 마주한 그 여유와 경이로움와 아름다움을 이 작은 서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책속에 그 바다가 있으니까.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159번안길 12(교동)

운영 시간 12::00~18:00 9 *월~수요일 정기 휴무

온화가는 교동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꾸민 곳이다, 온화가 곳곳에 놓인 책, 온화가의 마당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오래된 주택에서 책 읽기, 온화가

교동의 구시가지. 낮은 지붕과 오래된 가옥들이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길게 이어진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주택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배낭을 메고 구글 맵을 켠 채 집을 찾는 여정까지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곳이다. 마치 80년대의 어느 지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기분이랄까. 특히 온화가가 위치한 골목은 꽃이 가득한 화부산 옆에 위치해 봄여름가을겨울 나무와 꽃이 그득한 곳이다. 게다가 이 집을 중심으로 도보 10분 이내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숍들과 맛집이 위치해 골목 전체를 숙소의 부대시설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 유명한 교동짬뽕, 교동 빵집, 얼라이브홈 등의 맛집이 바로 지척이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단층 주택은 이웃한 집들과 큰 차이 없이 소담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나지막한 계단을 너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련되게 개조된 공간이 나타난다. 오래된 서까래를 살리고 화이트와 우드로 꾸민 공간은 채광마저 풍부해 마음이 정화된다. 특히 영화와 책을 볼 수 있게 꾸며진 플레이룸은 다락방처럼 꾸며져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게 된다. 스피커에 좋아하는 음악을 걸고, 겨울 해가 길게 드리워진 거실에 누워 책을 읽는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길 권한다. 거실에도 침실에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 곳곳에 놓여 있다. 넉넉한 크기의 방 두 개, 거실과 부엌까지 갖춘 곳이라 가족끼리의 여행에도 좋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화부산로 18번길 5

▶오래된 주택에서 책 읽기, 온화가

교동의 구시가지. 낮은 지붕과 오래된 가옥들이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길게 이어진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주택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배낭을 메고 구글 맵을 켠 채 집을 찾는 여정까지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곳이다. 마치 80년대의 어느 지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기분이랄까. 특히 온화가가 위치한 골목은 꽃이 가득한 화부산 옆에 위치해 봄여름가을겨울 나무와 꽃이 그득한 곳이다. 게다가 이 집을 중심으로 도보 10분 이내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숍들과 맛집이 위치해 골목 전체를 숙소의 부대시설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 유명한 교동짬뽕, 교동 빵집, 얼라이브홈 등의 맛집이 바로 지척이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단층 주택은 이웃한 집들과 큰 차이 없이 소담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나지막한 계단을 너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련되게 개조된 공간이 나타난다. 오래된 서까래를 살리고 화이트와 우드로 꾸민 공간은 채광마저 풍부해 마음이 정화된다. 특히 영화와 책을 볼 수 있게 꾸며진 플레이룸은 다락방처럼 꾸며져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게 된다. 스피커에 좋아하는 음악을 걸고, 겨울 해가 길게 드리워진 거실에 누워 책을 읽는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길 권한다. 거실에도 침실에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 곳곳에 놓여 있다. 넉넉한 크기의 방 두 개, 거실과 부엌까지 갖춘 곳이라 가족끼리의 여행에도 좋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화부산로 18번길 5

▷어디서 뭐 먹지?

▶얼라이브 홈

일본 가정식 전문 레스토랑이다. 대나무 정원을 뒤로 하고 아담한 가정집을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내부로 들어가면 한 면이 유리창이라 그 너머로 푸른 대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곳이다. 대표 메뉴는 나고야풍 마제소바, 곱창덮밥, 차슈덮밥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203번길 4-1

운영 시간 11:30~19:00 *월요일 휴무

▶이만구 교동짬뽕

걸쭉하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교동짬뽕은 강릉의 대표 메뉴다. 가끔 어디가 원조인지에 대해 설이 난무하는데, 강릉 토박이들은 이구동성 ‘이만구 교동짬뽕’을 이야기 한다. 매장과 주차장이 넓고 쾌적하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 199

운영 시간 09:00~20:00

[글 우주엔(여행작가) 사진 우주엔, 포스트카드오피스, 오어즈, 강릉시립미술관, 이만구교동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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