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메리 올리버 『기러기』
당신은/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경이로운 걸/ 본 적이 있어?// 해가/ 모든 저녁에/ 느긋하고 편안하게/ 지평선을 향해 떠가서// 구름이나 산속으로,/ 주름진 바다로/ 사라지는 것-/ 그리고 아침이면// 다시금/ 세상 저편에서/ 어둠으로부터 미끄러져 나오는 것./ 한 송이 붉은 꽃처럼
메리 올리버 『기러기』
새해다. 새해라고 새 해가 뜨는 건 아니지만, 새해라고 믿고 싶은 이들은 해맞이하러 간다. 해를 보러 가지만, 사실은 희망을 보러 가는 거다.
자연에 대한 경외로 넘치는 메리 올리버의 시집 중 새해 아침에 읽을 만한 시를 찾았다. 인용한 시의 제목은 ‘해’다. 생각해보면 새해 아침에 새 해가 뜨듯, 매일 아침에도 새 해가 뜬다.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냐고, 그렇게 매일 무언가 죽고(일몰) 또다시 태어나면서(일출) 끊임없이 생명이 이어지는 자연이란 얼마나 신비로운가 말하는 시다.
올리버의 대표작은 역시 ‘기러기’다. 찬찬히 읽어본다.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초원들과 울창한 나무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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