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코로나 시대 성육신의 의미

2021. 12. 3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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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육신'은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기독교의 중심 교리로, 요한복음 1장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라는 구절에 근거한다.

여기서 말씀은 그리스어로 '로고스(Logos)'인데, 이 말씀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하나님이셨고, 모든 것이 이 말씀으로 말미암아 창조됐다고 요한복음은 말한다.

2세기의 교부 이레네우스는 창조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영이 물질적 존재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가르치며, 성육신에서 그 사실이 재차 결정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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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성육신’은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기독교의 중심 교리로, 요한복음 1장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라는 구절에 근거한다. 여기서 말씀은 그리스어로 ‘로고스(Logos)’인데, 이 말씀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하나님이셨고, 모든 것이 이 말씀으로 말미암아 창조됐다고 요한복음은 말한다.

그동안 성육신의 의미는 주로 속죄론적 관점에서 파악됐다. 즉 인간은 하나님의 무한한 주권에 도전하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무한한 속죄가 요구된다. 그러나 피조물 중에선 이런 속죄를 아무도 드릴 수 없기 때문에 성자 하나님께서 친히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인간을 대신해 희생제물이 되셨다는 것이다. 이렇게 속죄론적으로 성육신을 이해할 때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단절과 대립이 강조되고, 인간을 위해 모든 영광을 버리고 큰 희생을 치르신 성자의 사랑이 부각된다. 반면 인간은 아무 가치가 없고 타락한 존재이며, 인간이 이룩한 지식·기술·역사·문화 그리고 더 나아가 물질세계도 다 아무 가치 없는 쓰레기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성육신의 의미를 새기는 것도 가능하다. 일단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사실에서 몸과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2세기의 교부 이레네우스는 창조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영이 물질적 존재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가르치며, 성육신에서 그 사실이 재차 결정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성자 하나님은 당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고, 친히 창조하신 세상에 오신 것이며, 아무 몸을 입으신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형상, 즉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넣은 육체를 입으신 것이다. 그리고 성육하신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가장 완전하게 계시하는 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피조 세계가 비록 인간의 타락으로 손상됐지만, 구원은 이 피조 세계를 무시하거나 파괴함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완전한 모습을 회복함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하나님이 독생자를 버릴 정도로 사랑한 세상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다. 예수는 승천한 모습 그대로 이 땅으로 다시 오신다고 성경은 말한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릴 때 새 예루살렘이 하늘에서 이 땅으로 ‘내려온다’고 돼 있다. 우리가 육체를 갖고 사는 이 세상은, 물론 지금은 죄악으로 문제가 많지만, 하나님께서 원래 완전하게 지으신 세상이고, 하나님이 구원하고자 하는 세상이다.

디모데전서 4장 4∼5절에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은 모두 다 좋은 것이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해집니다”라고 쓰여 있다. 물질적 세계나 인간 존재, 인간이 이룩한 성과가 다 유익하다는 것이다. 앞의 속죄론적 관점과 상반되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답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라는 단서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단서는 하나님의 엄청난 희생과 사랑을 깨닫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하나님을 창조주로 인정하고 성육하신 그리스도가 타락한 세상을 원래 모습대로 회복하신다는 믿음을 가리킬 수도 있다.

성육신 교리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무관하지 않고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예수가 성육한 하나님이라는 믿음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의 육체적 존재와 분리된 분이 아니고 친밀하고 깊게 관계 맺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예수가 정말 하나님이라면 하나님은 인간의 경험, 고통, 고뇌 그리고 가장 무시무시한 죽음까지도 공감하신 분이다. 우리가 견디기 힘든 아픔을 겪을 때, 온 인류가 감염병으로 곤경 속에 빠져 있을 때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신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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