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구애 쏘아붙였다..'빅2' 정체속 조용히 뜨는 안철수
“저는 제가 당선되러 나왔습니다.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한 말이다. 이날 경기 파주 월롱면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단일화 가능성은 닫혀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당선되는 것만이) 국민이 통합되고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중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렇듯 안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11월 1일부터 지금까지 거듭 '대선 완주'를 장담하고 있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대해선 이날 오전 "문재인 정권을 함께 심판하겠다는 건가"라며 일축한 터였다.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 통탄할 일이라는 이석기 씨 발언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고 국민에 대한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문 전선을 다시 한 번 명확히하고, 보수층에 어필할 만한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행보에 민심이 화답하는 걸까.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박스권에 갇혀 맴도는 사이 안 후보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27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 뛴 5.6%로 집계됐다. 전날 공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지난달보다 1%포인트 오른 8.5%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에게 떠난 마음을 잠시 안 후보에게 빌려주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후보는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40.4%를, 입소스 조사에선 4.8%포인트 빠진 37.5%를 기록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의 가족 의혹이 불거지고 ‘비호감 선거’ 국면이 되면서 흔들린 지지층의 마음이 ‘중도’ 이미지를 선점한 안 후보에게 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를 비롯한 제3지대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대선 후보 단일화 국면에 불을 당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처럼 ‘2강(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버리면 결국엔 ‘2약(안철수·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후보의 상대적 지분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보단 야당의 마음이 다급해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등을 볼 때)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은 40%에 육박하는데, '문재인 정권 심판'을 강조하고 있는 안 후보가 보수 표를 분할할 경우 윤 후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은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언급하는 이가 드물지만, 물 밑에선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조짐이 감지된다. 윤석열 후보가 친(親)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 그 중 하나로, 안 후보와 단일화 논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후보 직속인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역할을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바람'을 일으켜 국회 의석 38석을 끌어온 주역이었던 김 위원장이 단일화를 위시한 정치 지형의 변화를 꾀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측의 핵심 인사는 “윤 후보와의 관계가 긴밀한 김 위원장의 역할을 굳이 따지자면 '프리롤(free roll)'로, 중요한 국면에서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내부에선 단일화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 스스로 완주 의지를 다짐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원톱'으로 공인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악연 등이 근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안 후보는 정권 교체 위해 뭐든지 다 하겠단 사람이다. 스스로 정권 교체에 방해가 되는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단일화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며 “현재로선 안 후보가 자진 사퇴하는 방식보다는 (후보 등록) 막판까지 줄다리기하다가 합의하는 쪽이 득표에 미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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