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한정·땜질 처방·세금의 정치화..딜레마에 빠진 보유세
부동산 민심 돌아설까 고육책 내놨지만 정책 일관성 뒤집는 격
표준단독주택 역대 두 번째…표준지,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
내년 보유세 올해분 공시가 적용으로 혼란…현실화 취지 무색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김민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이 딜레마에 빠졌다. 부동산 과세의 기준이 되는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대로라면 내년 보유세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택 정책이 실패한 상황에서 세 부담까지 급증할 경우 ‘부동산 민심’이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 단독주택 가격을 발표하며서 서민·중산층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 마련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내년 3월을 목표로 현재 내년 보유세 과세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비롯해 중저가 주택 재산세율 한시 인하, 세부담 상한선 인하,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조정 등 다양한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4년 내내 보유세 부담을 늘려온 정부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스스로 정책을 180도 선회하면서 ‘세금의 정치화’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어떤 방안을 선택하든 과세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 역대 2위= 내년 표준단독주택 가격은 올해보다 7.36% 올라 올해(6.80%)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2019년(9.1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10.56%로 가장 많이 올랐고, 부산(8.96%), 제주(8.15%), 대구(7.53%), 광주(7.24%)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 강원(3.44%)과 충북(3.98%), 충남(1.98%), 전북(3.69%), 경북(3.16%). 경남(3.17%)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5% 이상 상승했다. 내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역시 10.16% 오르면서 올해(10.35%)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11.21%로 가장 높았고, 세종(11.76%), 대구(10.56%), 부산(10.40%)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 나머지 지역도 모두 7~9%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내년 3월 발표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 상승폭은 전년 대비 20%를 훌쩍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공시가격 올해분 적용… "과세 체계 혼란"= 현재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는 내년 보유세를 올해 공시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년에 1년 전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게 되는 경우라 이후 과세 체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특히 매년 전년도 공시가로 보유세를 부과한다면 공시가 현실화 취지가 무색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대상이 1주택자에 한정된다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은 올해 증가한 공시가격만큼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된다. 이 경우 1주택자에게는 2021년 공시가격이, 다주택자에게는 2022년 공시가격을 반영할 수도 없다. 이중 과표는 과세 형평성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발표 내용은 공시가격과 세수 부과를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이라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는 게 훨씬 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재산세율 인하는 "정치적 갈라치기" 비판=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 인하도 당정이 들여다보는 방안이다. 다만 당정이 지난해 공시지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율을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한 데 이어 올해 6억~9억원 이하 주택에도 재산세율 특례를 적용한 바 있어 세율 인하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방향에는 부합하지만 매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세율을 뜯어고치는 셈이어서 정부 스스로 ‘조세안정 원칙’을 훼손하게 되는 셈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세율이나 공시가격 동결 대신 현행 60%인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재산세 부과 시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60%, 종부세는 올해 95%가 적용된다. 내년에는 이 비율이 100%로 오를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종부세수는 6조63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올해 2차 추경 예산 5조1138억원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늘어난 액수로, 올해 고지 세액 5조7000억원과 비교해도 16%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현재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현재는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다. 같은 1주택자라도 과도한 세 부담 격차를 조장해 ‘정치적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이후 깜깜이… 과세 폭탄 불가피= 문제는 내후년에는 세금이 급격히 튀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내년의 경우 공시가격 동결로 보유세 부담을 일시적으로 낮춘다고 해도 내후년에는 2년 치 공시가격 변동분이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보유세의 경우 내년에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계획에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재 69%에서 2030년 90%까지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콕 집은 1주택자의 경우 정부가 내놓는 완화 조치를 통해 세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다주택자는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 올해 못지 않은 세금을 내야할 형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공시가격 동결뿐 아니라 세부담 상한율 조정, 공정가액비율 조정 등이 동반돼야 내후년 세부담이 급격히 느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완충장치에 따라 1주택자, 다주택자 등 가구별 상황에 따라 세부담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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