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선 밟는 외제차주 "마티즈 딴 데 가라"? [사연뉴스]
주차 공간 문제로 인한 각종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민폐 주차’ 고발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는데요. 주차선을 물고 차를 대거나 심지어 주차 공간 두 개를 차지하는 ‘민폐 주차’를 하는 차주에게는 ‘빌런’(민폐를 끼쳐 악당과도 같은 존재라는 뜻)이라는 별명과 함께 누리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 차량이 늘고, 덩치를 키운 신차들이 나오면서 ‘문콕’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밖에 없다는 호소도 나옵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신박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꾸준히 주차선을 침범한 대형차주가 이를 지적받자 되레 경차 차주들에게 화살을 돌린 것인데요. 이로 인해 ‘대형차주의 갑질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며 누리꾼들의 분노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글을 올린 글쓴이는 “항상 선 밟고 주차하는 차가 있다”며 “외제차로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트에 부착된 것으로 추정된 종이 메모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습니다.
공개된 메모를 보면 “주차 똑바로 해주세요. 몇 달째 선 밟고 대시던데 배려 좀 합시다. 저녁 되면 주차할 곳도 부족한데 왜 이렇게 대시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어 “핸드폰 번호는 보이지도 않게 두시네요”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하지만 논란이 된 부분은 해당 메모에 다른 색깔의 펜으로 남긴 차주의 답변입니다. 대형차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차주는 “차가 커서요. 제가 하차가 안 됩니다”라며 “마티즈 같은 작은 차량들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은 “오히려 마티즈 같은 작은 차가 주차하는 걸 뭐라 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럼 경차는 어디에 주차하라는 거냐”라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이 대형 외제차 차주가 말한 ‘넓은 자리’란 기존 주차칸보다 넓은 ‘확장형 주차칸’으로 추정됩니다. 마티즈와 같은 경차는 ‘확장형 주차칸’이 아닌 일반 주차 공간이나 경차 자리에 주차하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2012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는 ‘확장형 주차칸’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동차 폭이 넓은 차를 더 선호하게 되면서 비좁은 주차장 규격 문제가 쟁점이 되자 신축 건축물 주차장의 30% 이상을 2.5mx5m 규격의 ‘확장형’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 주차 칸보다 넓은 공간으로 대형차를 세우기에 충분한 규격입니다. 지난 2019년 3월부터는 신축 건물의 일반형 주차구획 규격은 2.5mx5m, 확장형은 2.6mx5.2m로 개선돼 의무 적용된 바 있습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다수의 누리꾼은 “차가 커서 그런 거면 왜 주차장 확인도 안 하고 이사를 왔냐. 주차장 큰 곳으로 이사 가야지” “마티즈고 벤츠고 페라리고 간에 주차만 잘해 놓으면 뭐라 하는 사람 없다” 등 글쓴이의 분노에 공감했습니다.
또 한 누리꾼은 “큰 차를 살 때면 일단 민폐가 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사야 한다. 결국, 작은 차들 사이에 대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 주차선이 작은데 큰 차를 타는 것은 자유라고 생각하려면 같은 차종끼리 주차하고도 내릴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대형차주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대형차주가 확장형 자리를 당당하게 원할 권리는 없지만, 내가 마티즈 차주라면 다른 일반주차 자리나 경차 자리가 있을 때 확장형 자리에는 굳이 안 댔을 거 같다. 둘 다 배려가 부족하다” “경차는 경차 자리에 대라. 경차 자리 비어있는데 일반주차 자리에 대는 건 무슨 심보냐”라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차장에 등장한 각종 ‘빌런’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연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대형 차량이 주차선을 밟고 있거나 경차가 확장형 주차칸에 있는 걸 본다면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벌어지는 실수일 수도 있겠죠. 차종에 상관없이 같이 사는 이웃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주차 빌런’들로 인해 얼굴 붉히는 일이 더는 없어지길 바랍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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