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Recipe | 유해한 달콤함, 질병의 향 가향 담배

2021. 12. 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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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 담배는 매캐한 냄새를 감추기 위해 설탕과 같은 감미료 성분을 추가한 담배다. 담배야 백해무익이지만 달콤한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욱 악하다. 세계가 가향 담배 금지에 나서고 있다.

가향 담배가 맛과 향을 첨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향료에 담뱃잎을 담그거나 담뱃잎에 향료를 분사하는 것. 담뱃잎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매캐함을 설탕, 감초, 코코아 등을 사용해 덮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담배에 각종 향을 첨가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 워싱턴DC 의회가 가향 담배의 판매를 금지했다. 이미 메사추세츠 같은 도시에서 가향 담배 규제가 있어왔기에 이 금지령은 더욱 넓혀질 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FCTC(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르면 ‘가향 성분이 담배 사용을 촉진하기에 (협약)당사국은 담배 제품의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을 제한 또는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WHO는 담배 제품에 미세 캡슐을 도포하거나 필터에 향을 넣어 내장하는 이른바 ‘캡슐 담배’까지 가향 담배로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향 담배 소비가 점점 늘고 있다. 전체 담배 판매량은 2011년 44억 갑에서 2020년 35억9000만 갑으로 감소했지만, 가향 담배 판매량은 2011년 2억6000만 갑에서 2020년 13억8000만 갑으로 5.3배 증가했다. ‘캡슐 담배’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7000만 갑에서 10억9000만 갑으로 15.5배 늘었다. 담배 특유의 매캐한 냄새 말고 다양한 향을 즐기고 싶은 흡연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감미료의 종류도 초콜릿, 바나나, 레몬, 포도, 감귤, 요구르트 등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도 마우스 존에 캡슐을 터트려 향으로 냄새를 줄이는 담배 제품이 또 출시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경우 일반 담배에 비해 흡연자로 발전할 확률은 1.4배 높다. 담배 연기의 거칠고 불편한 특징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는데 가향 담배는 그렇지 않아 흡연을 유도한다는 것. 또한 연령대가 낮을수록 가향 담배에 진입하는 경향이 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청소년 중 62.7%가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달콤한 감미료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담배의 위험성을 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특히 가향 담배의 부작용은 더욱 크다. 우선 가향 담배는 일반 담배의 냄새를 줄이려고 여러 화학물질을 첨가했기에 연소할 때 유해 물질이 한 개비당 약 4배 더 나온다. 감미료가 연소되면 종류별로 나오는 유해 물질이 다른데, 거의 발암물질이다. 바닐라 향을 더하는 감미료는 식품첨가물로 쓰이는 유해 물질로 연소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발생한다. 이는 알코올 성분 중 숙취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또한 코코아 성분 등은 흡연 시 기관지를 확장해 니코틴이 더 잘 흡수되게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캡슐 담배 29종에서 총 128종의 유해 가향 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일반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멘톨은 대부분의 가향 담배에 들어있는 박하 향 감미료로 청량함을 준다. 그러나 연소 시 무엇보다 위험한 물질이다. 흡연자가 니코틴에 중독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뇌에 도달한 니코틴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활성화해 쾌락을 느끼게 한다. 이때 뇌의 보상회로가 작동하면서 계속 그런 기분 상태를 찾게 되고 그렇기에 또 담배를 피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멘톨 성분이 말단 신경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같은 양의 담배를 피워도 이전과 같은 쾌락을 얻을 수 없어 더욱 많이 필 수밖에 없다.

[글 김은미 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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