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취미는 영혼과 영성의 문학적 야심이다"

윤중식 2021. 12. 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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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 40여 년 전 "크리스천 리더가 건강해야 기독교가 산다".. 1인 1취미 역설
199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존 스토트 목사(왼쪽)

#구순 문턱에서도 새 관찰하며 청지기 삶 실천
“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가 삽니다. 젊을 때 취미는 스포츠인데, 나이가 들어 운동하기가 어려울 때도 크리스천 리더들은 취미활동을 해야 합니다.
기독교 복음주의 거장 존 스토트(1921~2011)가 나이와 무관하게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권면한 메시지다. 그는 1970년대 중반 국제복음주의기독학생회(IFES) 남미 지도자 수련회에서 ‘리더가 리더에게’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존 스토트는 이 강연회에서 그리스도인 리더가 영적 생기를 유지하기 위한 ‘쉼과 휴식의 훈련’으로 그리스도인에게 취미는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각별히 ‘새 관찰’을 소개한 그는 항상 망원경을 휴대하고 다녔다. 이를 통해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실린 ‘새, 우리들의 선생님’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책까지 펴냈다. 수준급 사진작가였던 존 스토트는 세계 9000여 종의 새 가운데 2500종을 관찰했다. 스스로 ‘조류신학’ 혹은 ‘새의 신학’이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구순 문턱에서도 자신의 맡은 바가 ‘말씀을 지키고 연구하며 적용하고 순종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성경에 대한 믿음은 보수적으로, 그 진리를 실천할 때는 예수의 급진적 제자 모습으로 살았고, 또 그렇게 가르쳤다. 생각과 행동, 복음과 사회적 책임, 교회를 섬기는 마음과 세상을 품는 마음 등 모든 부분에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나 논쟁적인 교리에 대해서도 성경적인 확신을 갖고 자신의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사랑과 겸손과 온화함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맡은 청지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대표적인 목회자였다. 그는 소천하기 전까지도 기도와 연구, 글쓰기와 강연, 그리고 노동으로 꽉 찬 하루를 살았다.
목회자의 삶은 유리알 같아서 개인적인 취미와 여가활동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자기 자신보다도 교인들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고통을 받는 사람들과 동병상련의 삶을 함께하다 보면 감정적·육체적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도 한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누적된 스트레스로 탈진하게 된다. 이런 상황의 현대 목회 속에서 건강한 영성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목회자들의 취미생활을 정리해봤다.

#천파체는 졸필이 아니라 ‘달필’

천파(天波) 박종순(82) 충신교회 원로목사의 취미는 서예다.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몇몇 유명한 서예가를 만나봤지만 바로 그만뒀다고 했다. 아무리 잘 써도 그이의 필체를 뛰어넘을 수 없고 흉내밖에 못 낼 바에야 ‘혼필’이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박 목사는 자신의 글씨가 ‘졸필’이라고 했지만, 교인들은 ‘달필’이라고 생각한다. 담임목사의 글씨를 받고 싶어하는 교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박 목사는 매년 송구영신 예배 때 20장을 써서 추첨을 통해 나눠주기 시작했다. 글씨는 딱 한자 ‘길’이다. 기도하면 길이 열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다른 길은 없다. 오직 예수만 길이라는 뜻이다. 다른 길은 없다. 한자로는 ‘도(道)’를 상징한다. 박 목사는 주로 교인들에게 액자까지 만들어 전달한다. 결혼한 교인에게 주례사를 하며 ‘둘이 하나다’는 다섯 글자 액자를 전달한다. 창조 원리를 설명한 후 평생 사랑하며 살아가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후배 목사나 제자들이 위임하면 ‘정도목양’을 써준다. 개업하는 이에게는 ‘정도’라는 두 글씨를 선물한다. 이제까지 선물한 액자는 1000점이 넘는다.
‘신앙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박종화(76)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고전음악 감상이 취미다.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고 감상할 때면, 곡조 있는 설교를 듣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훌륭한 독창도 좋지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성곡찬양을 더 자주 듣는다. 박 목사는 또 틈틈이 깊은 독서에 빠져든다. 담론이나 속 깊은 시에 끌리는가 하면, 테마가 있는 문화사상사도 좋고, 전공이든 비전공이든 시대적 담론을 즐겨 읽는다. 매일 접하는 성경 말씀도 통독이나 다독보다는 묻고 답을 찾는 정독의 방식을 택한다.

#야구의 ‘희생’과 ‘구원’은 기독교 핵심

이성희(73) 연동교회 원로목사는 야구 마니아다. 미국 유학시절에는 ‘LA 다저스’의 팬클럽이었다. 이 목사가 야구를 좋아하는 까닭은 야구의 경기 룰이 그리스도인의 순례의 길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야구와 영성에 관한 이 목사의 설명이다. 거의 모든 구기경기는 공이 골에 들어가는 것으로 점수를 계산하지만, 야구는 공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야 점수가 난다. 구기경기는 쌍방이 같은 수의 선수가 경기하지만 야구는 공격은 한 사람이 하며 수비는 아홉 사람이 한다. 야구는 단체경기이면서 동시에 개인경기이다. 그리스도인의 순례의 삶은 교회 생활이라는 단체경기이며, 동시에 구원은 철저하게 하나님과 나의 개인경기이다. 야구는 홈에서 출발하여 홈으로 들어가는 경기이다.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이 땅에 와서 다시 본향인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순례의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3루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홈에 들어가지 못하면 점수는 얻지 못한다. 야구는 정사각형을 한 바퀴 돌아 홈에 들어가는 경기이다. 신학적으로 ‘4’는 세상의 상징이다. 우리는 이 땅의 홈에 와서 이 세상의 온갖 고난을 겪은 다음에 다시 하늘나라 홈으로 돌아가는 순례자이다. 야구는 ‘도루’라는 훔치기가 묘미이다. 천국은 침노하고 훔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야구는 ‘희생’이라는 용어와 ‘구원’이라는 용어가 있다. ‘희생타’는 내가 죽고 동료를 살리는 것이며, 선발투수를 대신하는 선수를 ‘구원투수’라고 한다. 희생과 구원은 기독교를 이해하는 중요한 용어들이다. 그리고 야구의 감독은 끊임없이 ‘사인’을 보낸다. “그리스도인의 순례 길에서 감독은 하나님이십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사인’으로 가득 차 있어요. 이래서 야구는 나의 취미를 넘어서 나의 거룩한 순례이며 경건한 묵상이지요.”

정성진(67) 거룩한빛광성교회 원로목사는 조화와 균형을 모른 채 목회에 전념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 일 중독자였다. 그런 정 목사의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취미활동을 재개하면서부터다. 전도사 시절 가끔 야생화를 촬영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교회를 개척한 이후 목회에 전념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휴대전화에 줌 카메라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국내외 어디를 가든지 식물원을 찾아서 꽃을 찍었다. 그동안 휴대전화에 7만 장 정도 사진이 저장됐으며, 사진전도 3회 열었다. 매년 달력을 제작해 선물하는 정 목사는 꽃 사진을 찍을 때 창조의 신비를 깨닫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고 했다.
젊은 시절 발레리나였던 요나3일영성원 원장 이에스더(75) 목사의 건강관리 비결은 수영이다. 발레와 수영은 동작이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발레로 다져진 기본기가 큰 도움이 됐다. 10년 이상 주일을 제외하고 매일 1시간은 반드시 수영하고 있다. 25m 코스를 돌며 왕복 스무 바퀴(1000m)는 기본이고, 좀 더 욕심이 날 때는 오십 바퀴(2500m)까지 기록할 정도로 강한 인내심을 기르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사도 바울처럼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주를 위해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는 그의 영혼이 잘 됨 같이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함으로 맡은 자의 사명을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애완견과 산책주님 닮은 머그컵 모으기

이영훈(67)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취미는 반려견과 산책하기와 예쁘고 특이한 머그잔 수집하기다. 바쁜 일정 가운데 따로 운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뉴스나 기독교 TV를 보며 실내 자전거를 틈틈이 타기도 하고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매일 나가고 있다. 산책을 하며 단풍이 지거나 요즘처럼 해가 빨리 지는 것을 볼 때마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 것을 느끼며 주어진 시간에 더욱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또한 설교문을 작성하거나 글을 쓰면서 머릿속에 정리가 필요할 때는 커피를 마시며 주로 첼로나 악기로 연주된 찬양과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서점에 가서 그 달의 신간을 살펴보기도 하고 관심이 가는 서적을 구입한다. 신학 도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신간을 읽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 가운데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미국 유학 갔을 때 대학교 머그컵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컵의 존재가 무엇을 담는 것이어서, 주님의 컵이 되어 주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담길 원하는 마음으로 컵을 모으기 시작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많은 대학교의 머그컵을 모을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 돌아와 목회 사역을 시작한 후에는 해외 성회에 다녀올 때 그 지역의 특색이 있는 머그컵을 모았다. 수집한 머그컵을 보며 내가 주님이 기뻐하시는 그릇인가를 생각하며 유학시절을 떠올리고 성회를 인도했던 그곳에서 성도님들과 함께 뜨겁게 예배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곤 한다. 이 목사는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성회에 참석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하루 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어 해외에 계신 성도님들과도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도서관’…열대어 키우는 재미 ‘쏠쏠’


김봉준(67) 아홉길사랑교회 목사는 둘 사이의 균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목사는 영성과 취미 생활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를 소개했다. 각 항목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는데 영성 관리에 치중한 경우 영적인 면 8점, 혼적(지적)인 면 8점, 육체적 건강은 5점. 30점 만점에 21점이었다.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병행한 경우에는 영적인 면 2점 내외, 혼적(지적)인 면 5점 내외, 육체적 건강은 6점 내외로써 30점 만점에 13점이었다. 두 부류의 수치는 21점대 13점이었다. 그래서 김 목사는 시간과 열정이 많이 필요한 골프, 낚시보다는 헬스클럽의 2시간 운동을 선호하는 편이다.

김경문(66) 순복음중동교회 목사는 특별히 취미라기보단 목회 일상이 취미나 마찬가지다. 30여 년째 설교 준비를 위해 여러 신문, 잡지를 보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기독교, 사회, 교육, 의학 등 관련 기사 중 자료 가치가 있는 것들을 골라 분류해 모아둔다. 이런 자료나 정보를 참고해 설교하거나 강의해서인지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학생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통한다. 집안의 화분이나 열대어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낱 작은 물고기에 불과하지만, 벌써 먹이를 줄 때가 되면 알아차리고 한꺼번에 한데 모여든다. 그리고 ‘빨리 먹여달라’고 조르는 듯하다. 신경을 써서 시간을 맞춰준다. 부하가 된 새끼열대어들이 어찌 그리 귀여운지 모른다. 새끼들만 따로 보관하는 망이 있어 그 안에 넣어 관찰하며 키운다. 때론 무료 분양하기도 한다. 간혹 죽어 물에 가라앉은 물고기도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것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나도 건강관리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자연 담는 ‘사진촬영’

목사 안수를 받은 황성주(64) 이룸 회장은 사진 촬영과 여행을 즐긴다.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하나님이 창조한 대자연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기쁨은 말과 글로 표현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5차례 개인 작품전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황 회장이 내적치유 세미나에서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가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황 회장은 ‘바른 식생활을 통한 양질의 영양공급’ ‘운동을 통한 신체 활성화’ ‘스트레스 관리를 통한 정서적 건강’ ‘맹목적인 사랑의 실천’ 그리고 ‘기도를 통한 영적인 생활’ 등 다섯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회장은 5가지 중 단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선택해서 실천할 경우 연쇄반응으로 최상의 건강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취미 생활 하나만 제대로 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이의 감정은 다른 세계를 만날 때 생겨납니다. 보통의 일상을 떠나,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경이로움을 경험해보세요. 강한 영성에 도전해보세요. 하나님과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창출해 나가는 좋은 통로가 될 겁니다.”

#“인자요산(仁者樂山)” 목회 아이템은 대부분 산행에서

김의식(63) 치유하는 교회 목사는 여행을 좋아한다. 항상 가정과 교회, 학교에 매어 살아가는 목회의 일상 가운데 가장 소중한 치유의 시간은 새벽에 주님과 대화하는 시간이지만 목사실에서 밖의 화단을 바라볼 때나 심방하러 야외로 나갈 때도 기도는 빠뜨릴 수가 없다.
더욱이 지방에 부흥성회를 인도하러 갈 때 KTX를 타고 차창 밖의 아름다운 자연 동산을 감사할 때나 더 나아가 해외 성회를 할 때 새로운 광활한 자연을 접할 때마다 그동안 쌓였던 내면의 모든 스트레스와 상처까지도 다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자연의 치유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 목사는 “반복된 일상의 피곤과 스트레스와 상처가 있다면 방문을 열고 자연으로 뛰쳐나가 보면 깨닫게 된다”면서 “우리는 놀라우신 주님의 새로운 치유의 세계를 분명히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강석(59) 목사는 다재다능한 ‘만능 목회자’로 정평이 나 있다. 소 목사의 유일한 취미는 등산. 다른 이는 흉내 낼 수 없는 소 목사만의 메시지 원천은 바로 등산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부교역자들과 뒷산(일명 한성산)을 오른다. 턱걸이도 한 번에 20여 개를 너끈히 해내는 역사다. 야간산행도 즐긴다. 그의 끊임없는 목회 열정과 문학적 감수성은 모두 산행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땀을 흘리고 자유롭게 산을 오르면서 자연 친화적이고 시각이 고정되지 않으면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독특한 설교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산행하면서 턱걸이도 하고 포기하지 않는 지구력과 도전 정신을 날마다 정진해나가는 것이다. 목표를 정하면 포기하지 않는 근성도 산에서 배운 것이라고 해다. 인문학 시리즈 ‘홀리 홈커밍’ ‘보랏빛 소가 몰려오게 하다’ 등등 각종 기획도 등산 중에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가요와 복음성가를 개사해 즉흥적인 노래로 만들고, 자기만의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광야에서 홀로 서듯이 기도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산행을 하면서 외롭고 고독한 목회자의 길을 걸어간다.

#유튜브 부케 ‘모세의 지팡’와 ‘다윗의 바지’

이형노(52) 중앙감리교회 목사는 ‘찬양 토라’라는 유튜브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요즘 트랜드에 맞게 부케도 만들었다. ‘모세의 지팡이’를 줄여서 ‘모팡’으로 활동하고, 함께 진행하는 부목사님은 ‘다윗의 바지’를 줄여 ‘다바’로 활동하고 있다. 이 목사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가 좋고 찬양이 좋아서 불렀던 것이 지금은 교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옛 추억을 함께 나누고 떠올리며 찬양하는 소통의 채널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가수처럼 노래하고 연주하지는 못하지만 매주 누가 어떤 사연으로 어떤 노래를 신청할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청한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연습하며 저 자신에게도 가사가 주는 은혜와 찬양을 하는 기쁨이 배가 되었습니다.”

#고기 잡는 어부에서 사람 낚는 어부로

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과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을 지낸 고세진(68) 목사의 취미는 낚시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강에서 낚시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는 차의 트렁크에 낚시 장비를 넣고 다녔다고 했다. “갈릴리 호수에 가면 낚시를 하려고요. 그렇지만, 십여 년을 거기에 살았지만 낚시를 한 것은 세 번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고 목사는 목회자 중에서 낚시를 제일 좋아하는 분은 고 김홍도 목사를 꼽았다. 2003년쯤 태국에서 함께 낚시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김 목사는 한 마리를 잡았는데, 참 씁쓸 해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때 고 전 총장은 ‘사람이 계획할지라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더니 참 그렇구나’라는 교훈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본전 생각하던 김홍도 목사가 그리워진다고 했다. “천국에 가면, 다른 건 몰라도 낚시 클럽은 있을 겁니다. 그전에 부흥사들이 천국에는 수정같이 맑은 아름다운 강이 흐른다고 했으니,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거기엔 물고기들이 있을 것이고, 어부 출신 제자들이 제 버릇 개 못 주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지 않을까요? 거기서 아버지와 김홍도 목사님을 만나서 낚시질을 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더 어머니의 잔소리가 없는 평화로운 낚시터! 천국은 진정 그런 곳일 겁니다.”

#박물관에서 벼락같은 통찰력 얻을 때도


사람이 고난과 어려움을 겪으면 치유가 필요한데, 하나님이 주시는 치유, 자연이 주는 치유, 그리고 예술이 주는 치유가 있다. 오정현(65) 사랑의교회 목사는 ‘주님 주신 기쁨’을 한결같이 간직하고 유지하는 비결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찬양 기도이다. 말씀이 담긴 찬양을 곡조 있는 기도로 올려드린다. 특별히 말씀이 들어있는 찬양에는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는 신령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 우리 영혼이 벗어났도다’ ‘우리들의 무기는 육체가 아니요’처럼 성경 말씀을 기초로 쓰인 찬양이다. 이런 찬양을 부르면 심신이 곤고하고 마음이 상할 때는 심령이 치유됨으로 새로워지고, 감사와 기쁨이 있을 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충만함으로 영혼의 활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오 목사의 설명이다. 둘째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바라보기다. 가까운 산에 오르는 시간은 자연 속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느끼며 영혼의 대화를 하는 시간이라는 것. 이때 누리는 마음의 평안과 설렘이 있다고 했다. 하나님과 대화하면서 갖는 은혜는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라는 찬양 가사처럼 신비한 은혜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셋째는 생명력 있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취미이다. 오 목사는 좋은 음악과 좋은 그림, 좋은 조각품에는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다는 하나님의 그림자가 스며있다고 말했다. “생각이 복잡해질 때 박물관, 갤러리, 음악회를 가는데, 마음의 위로가 있고 때로는 벼락같은 통찰력을 얻을 때도 적지 않습니다.”

#여가를 문화사역으로 보내는 사람들

이 시대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개인의 취미를 찾아 여가활동을 하는 시대에 목회자들이 영혼 구원의 사명을 감당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취미를 찾아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취미 가운데 ‘축구’는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세계 공통어로 통하는 스포츠 문화이다. 이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축구의 특성을 가지고 취미와 선교를 접목하여 축구 선교라는 문화선교의 한 분야를 개척해 온 헤브론축구선교회가 있다. 그곳에 뜻을 둔 축구를 사랑하는 목회자들의 단체인 한국기독교축구선교연합회(이사장:유병석목사)는 창립 19년째 한국과 아시아에서 축구 선교 문화사역을 여가를 통해 사역으로 감당해 오고 있다. 여가와 취미를 즐기는 라인을 넘어 운동장에 하나님의 질서와 통치를 구현하는 작은 사역을 통해 이 어려운 시기에 건강과 용기와 소망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사역을 하고 있다. 유영수 목사는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마련된 기독교 헤브론 축구 마을 축구문화체험학교를 세웠다. 코로나 19임에도 불구하고 5개월간 7,000명이 다녀가며 모두가 건강한 취미를 즐기며, 함께 기도하며 때로는 감사헌금으로 섬기고 돌아가는 아름다운 사역이 진행되었다 조상 대대로 운동장 이방 신앙의 문화로 살아온 이들에게 기독교 축구문화를 소개하는 귀한 목회자들의 여가 "축구 선교" 는 헤브론을 통해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몸 건강하지 않으면 하나님 섬기기 힘들어

장덕봉(60) 요나3일영성원 목사는 건강만큼은 조금도 염려하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다. 건강했기에 10년 동안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침례신학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와 목회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번은 교수 몇 명과 함께 대둔산에 올라갔다가 출렁다리 앞에서 아찔한 순간을 맞은 적이 있었다. 머리가 핑 도는 듯한 현기증으로 출렁이는 다리만 보아도 앞이 캄캄한 것이었다. 도저히 출렁다리를 건널 수가 없음을 직감한 장 목사는 돌산에 몸을 기댄 채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고 한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만큼 과거에 건강했다고 해서 현재의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고 그때부터 매일 수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장모 이에스더 목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했던 그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때부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현대의 바쁜 생활의 양태는 적절한 수준의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만들어 주지 않아요. 더구나 목회자는 일반인과 달리 운동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으면 운동할 시간은 거의 없지요. 게다가 매일같이 운동하려면 큰 노력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장 목사는 분명한 것은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목회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잘 섬기기도 어렵기 때문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사명감에 불타는 열정만 갖고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다면 성도들의 근심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자전거에서 걷기… 최근에 홈트레이닝

임우성(59) 압구정예수교회 임우성 목사는 25년 전 교회를 개척하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몰아치던 산더미 같던 문제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들이 지금 보니 어느덧 다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여전히 파도 더미 같은 사건들이 오는 순간들이 있지만 언제 지나갔나 싶게 지나간 일이 되어 있곤 한단다. 하지만 목회에 어찌 근심·걱정이 앞서지 않았을까? 10년은 철야기도와 금식을 밥 먹듯이 했고 TV는 아예 볼 틈이 없었다. 새벽예배를 지키기 위해 아버님 소천 하셨을 때도 밤중까지는 전주에서 빈소를 지키다가 새벽에 서울로 올라와 새벽예배 인도하고 다시 전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고 했다. 설교준비와 전도 철야기도가 전부였지 따로 취미라는 걸 꿈도 꾸지 않고 지냈다.
헌신하는 집사님이 건강에 좋다고 자전거를 선물해 주셨다 중학교 시절 왕복 30㎞를 자전거로 통학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확 트인 한강을 나가기 시작하자 가족과 성도님들도 자전거 타기가 같은 취미가 돼 교회 전체의 취미가 됐다고 간증했다. 임 목사는 비앙키색 라이딩복과 헬멧을 쓰고 클릿슈즈까지 갖추어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힘이 없던 다리에 힘이 붙기 시작했으며 교인들과 동일한 취미로 더 단단한 영적 육적결속이 됐고 두 바퀴가 구르며 내는 윙 하는 소리와 속도감과 시원함은 유쾌함으로 다가와 건강한 목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임 목사의 그다음 취미는 걷기였다. 이유는 임대교회에서 자체성전을 위해 여리고성을 돌 듯 동네 전체를 전교인이 시간차를 두고 크게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 1시간 30분이 걸렸고 자연스레 만 보를 걷게 되었다 여리고성 돌 듯 동네를 크게 돌며 기도하는 신나는 취미가 생기고 이때 당뇨약이 끊어지게 되고 자체성전도 허락받는 축복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걷기와 더불어 새로운 취미가 추가된 게 있다. 홈트레이닝이다. 체력과 연령에 맞게 틈틈이 하루에 팔굽혀펴기 100개 3세트를 기본으로 근력운동들을 하면서 몸은 힘든데 오히려 만성피로가 적어지고 기도와 사역에 활력을 띄게 됐다고 간증한다. 임 목사는 “결과물로 양복이 커져 수선해서 입게 됐고, 자전거에서 걷기와 근력운동으로 취미가 바뀌면서 건강한 육체에 따르는 사역에 대한 집중력 이 증가했다”면서 “강건한 영적 생활에 유익이 되는 것도 모든 취미가 주님의 나라 확장에 목적을 둔 취미생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매직’

국문학 박사인 정학진(59) 경기도 포천 일동교회 목사는 특이한 취미를 지니고 있다. ‘복음과 매직’(Gospel and Magic)이다. 2001년 경기도 화성에 그림 같은 ‘원천교회’를 세운 뒤 나는 심하게 탈진되어 있었다. 노인들이 주를 이루고, 가난하기 짝이 없는 시골에서의 교회건축은 사활을 걸어야 하는 고투(苦鬪)였다. 심한 탈진 끝에 택한 게 영국여행이었다. 3개월을 목표로 어학원에 등록하고 훌쩍 떠나왔는데 그다음 날부터 후회했다. 아무 준비 없이 온 것도 그랬지만 견디기 힘든 건 외로움이었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땅에 나 자신을 처벌하듯 던져 넣은 것이다. 그렇게 짧은 영국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학원에서의 생활은 그럭저럭 만족했으나 전술했듯 견디기 힘든 게 고독이었다.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 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안치환 씨가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가사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았다. 힘들고 외로울 때면 브라이턴 시내를 걸었다.
어느 날 우연히 런던 시내를 걷다가 길에서 매직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거다!” 하고 소리쳤다.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재미있고,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이날 이후로 주말만 되면 런던에 올라가 거리 마술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술 도구를 몇 개 샀다. 지금 생각하면 허접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땐 그게 그렇게도 좋아 보였다. 가끔 하숙집이나 한국 유학생교회, 어학원에서 매직할라치면 박수가 쏟아지곤 했다. 보는 사람마다 그렇게 좋아해 주었고 가는 곳마다 박장대소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혼자 매직을 연습했다. 어떤 날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내가 하는 매직은 손놀림이나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도구만 있으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것들이다. 엄청 보수적이던 일동교회와 원로목사님, 그리고 모든 교우가 손뼉을 치고 응원해줄 만큼 보편적으로 됐다.
이 마술(magic)은 성경에서 말하는 마술(sorcerer)과 다르다. 성경에서 금하는 마술은 요술, 혹은 주술이다.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와 사람을 속이고 파멸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내가 하는 매직은 일종의 게임이다. 재미난 트릭(trick)이다. 이 매직은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분위기를 행복하게 바꾸는 게 목적이다. 이를테면 서프라이즈(surprise)이다. 어떤 바보가 결혼기념일에 부인을 위한 꽃을 사 가면서 부인이 뻔히 보는 앞에서 들고 가겠는가? 허리춤에 숨기고 다가서서 “짠!”하고 보여주지 않겠는가. 그때 부인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감동이 일듯, 이 매직은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수많은 연합집회나 개교회 집회에서 매직을 사용해오고 있다. 전통이 오래되었거나 보수라고 일컫는 교회, 지식인들이 주로 다닌다는 교회에서 특히 엄청난 인기를 끈 것을 보면 우리들의 일반상식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정 목사는 ‘우리가 발 담그고 있는 교회와 세상이 매직같이 신나고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나는 재미와 흥미, 의미의 삼미(三味)세상, 삼미 집회를 꿈꾼다. 정 목사는 “노년에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외롭지 않은 자산을 갖고 싶다면 꼭 매직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면서 “하나님께서 내게 생명의 복음을 주신 것에 감사하고, 그 복음을 잘 전하기 위한 도구로 매직을 만나게 하신 것에 감사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주중엔 전형적인 카페, 주일엔 교회

인천 남동구에 있는 그리심교회는 전형적인 카페교회이다. 목회자이자 그리심카페의 바리스타인 황해남(63) 목사는 그윽한 커피 향이 풍기는 카페를 모든 이의 쉼터이자 예배처소로 삼고 있다. 황 목사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개척한 교회를 넘겨주고 인천 남동구 산자락에 전원카페를 냈다. ‘축복의 동산 그리심카페’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방’을 출입해서 그런지 그의 가슴 속엔 커피, 카페, 그리고 자유로움의 DNA가 살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만의 카페’를 만들고 싶어서 팀원들과 함께 모든 것을 손수 꾸몄다. 오픈을 하고 나니 걱정이 덜컥 났다. ‘목사가 장사하네’라는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래서 처음엔 무료 카페로 운영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찾게 되면서 간판도 달고, 사업자 등록도 내고 정상적인 영업을 하게 됐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많은 목회자와 일반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지금은 명소가 됐다. 이젠 커피뿐이 아니라 갖가지 메뉴들을 만들어냈다. 요리사인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목회를 내려놨지만, 사명은 포기할 수 없었다. 전도를 위해서 바리스타교실을 열었고, 주부 리더십학교를 열었으며 노래교실도 열었다. 대학교수모임, 정치인모임, 목회자 세미나, 그리고 토요일 밤에는 재즈공연이, 주일 저녁엔 가스펠 시간이 이어진다. “주중엔 카페(세상을 향한 사역), 주일엔 교회(예배와 성경공부)”가 됐다. 취미였던 커피가 직업이 되었고 사역의 도구가 된 것이었다. “지금은 ‘카페교회’ 들이 많이 생겼으나 그때만 도 ‘내가 곧 길’이었던것 같아요. ‘고 따라갈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죠.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성경 속에서 그 신학적 타당성도 찾아냈다. 아브라함은 지친 자에게 우유와 치즈를 내놓았고, 예수님은 수가성에서 목을 축였던 것처럼 황 목사의 카페엔 이런 이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됐다. 소문이 나자 황 목사는 서울 한복판으로 진출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대형빌딩 1층을 임대하여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를 열게 된 것이다. ‘세상 속의 하나님의 카페’ 였다. 특히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중국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중국에 카페, 카페처치를 열게 된 것이다. 현재, 그리심 카페는 인천 남동구의 전원마을인 덕골로에 있다. ‘주일엔 예배, 주중엔 카페’로 애용되고 있다.
주일엔 그리심 교회로 운영되고 있으며 오후에는 지역교회들에 오픈된다. 주중엔 바리스타교실, 목회자 세미나, 공연 등이 펼쳐진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로 인하여 아쉽게도 공연이 쉬고 있다.
커피는 신자, 불신자를 가리지 않는다. 담을 허물게 한다. 때론 하나님 말씀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황 목사는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면 최고의 커피로 화답한다. “커피는 행복이다.” 황 목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커피는 마음을 따뜻하게 전할 수 있는 ‘참 고마운 존재’이지요. 또한, 사람들을 불러모으게 하는 ‘매개체’이고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토리가 되게 하는 ‘묘약’이기도 합합니다.”
특히 바리스타 교실은 몇 주일간의 시간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기가 너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황 목사는 이 시간에 마침내 하나님을 증거한다. “내게 커피는 행복 이상입니다. 그것은 행복인 동시에 하나의 사역의 장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신비(?)의 향기입니다. 또한, 나의 내 일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나는 머리가 희어지고 나서도 커피와 함께 남은 인생을 동고동락할 것 같습니다. 커피야 고마워~~~♡^^”

#성찬기도 수집… 1800여점 십자가 천국

전북 익산 삼일교회 진영훈(52) 목사는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십자가를 수집하고 훗날 작은 십자가 전시관 하나를 운영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했다. 그렇게 7년 전부터 시작한 십자가 수집은 이제 1800여 점의 십자가를 소장하게 됐고, 수집한 십자가들로 자연스레 정기 전시회나 교회들의 요청이 있을 때의 순회 전시회로 단순한 수집을 넘어 사역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십자가의 수집은 목사에게 적절한 취미생활을 넘어 영성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십자가 하나하나에 새겨진 의미들을 되새기고, 작가들의 십자가에 얽힌 스토리들을 정리하면서 십자가를 통한 더 깊은 묵상은 물론 십자가를 찾는 이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나누게 됐다.
십자가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수집의 욕심이 생겼다. 오는 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성서유물’을 추가로 수집하게 됐고, 계속된 수집을 한다면 ‘목사로서 반드시 해야 할 수집은 무엇일까’하는 고민 끝에 ‘성찬기’를 수집하게 되었다. 현재 성서유물 150여 점과, 길게는 300여 년이 넘은 다양한 세계 각국의 성찬기 80여 점을 소장하고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고민 중의 하나는 ‘은퇴 이후’가 아닐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은퇴 후의 경제력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듯하다.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지만, 은퇴 후 정말 행복하려면 최우선 순위는 경제력이 아니라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 목회자들 가운데 특정한 물건에 수집하는 재미에 빠진 목회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서양의 도자기 골무를 수집하는 목사, 성경책을 수집하는 목사, 종(bell)을 수집하는 목사, 십자가를 수집하고 전시하는 목사, 나무로 만든 목공예품을 수집하는 목사, 그림을 수집하는 목사 등 꽤 다양한 분야의 수집가들이 목회자들 가운데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목회자들은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많은 관계가 주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서로의 필요를 채워 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목회자에게 ‘수집’은 참 좋은 취미이자 좋은 영성의 장이며, 사역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진영훈 목사는 “이젠 다양한 목회적인 콘텐츠를 요구받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면서 “작은 것도 모이면 힘이 된다. 볼펜, 머그컵, 주보 등 ‘수집’은 참 좋은 취미가 된다”고 말했다.
취미와 여가활동 자체가 중·소형교회 목회자, 시골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사치’나 ‘허영’이 될 수 있다. 또 교인들의 ‘성직자가 불경하다’는 ‘정죄’어린 시선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목회를 하려면 긴 안목에서 건전한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회자들이 교인들과 축구와 족구를 하고, 취미로 사진을 찍고 영화를 보는 것, 이 모든 것이 목회자들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다. 목회자의 취미는 영성 강화의 보약 같은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건전한 취미활동은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이영훈 목사는 “목회자가 건강을 잃으면 목회다운 목회, 설교다운 메시지를 전할 수 없게 된다”면서 “목회자들이 이 점을 명심하고 균형 있는 건강 유지를 위해 적당한 취미는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종순 원로목사는 ‘과유불급’이라는 교훈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예수에 미치고 목회에 미쳐야 해요. 다른 데 미치면 절대 안 돼요. 바울 사도가 자신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었던 것처럼 목회자는 누구든지 자기와의 싸움에 이겨야 합니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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