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백만 번 해도 슬픈 정조 이산과 의빈 성씨의 러브 스토리

라효진 2021. 11. 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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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짝사랑한 임금.. 15년 고백 거절한 생각시..

조선 왕조에서 사극을 통해 가장 많이 다뤄진 건 태조-태종-세종과 단종-세조, 영조-정조 시대입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유명한 역사적 사건들을 극적으로 각색하는 것이었던 터라 사랑 이야기는 항상 부차적으로 등장하곤 했죠. 그런데 이 중에 여러 편의 본격 로맨스 드라마를 탄생시킨 임금이 있습니다. 바로 정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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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인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할아버지 영조 이야기로 유명한 정조이지만 알고 보면 그는 엄청난 로맨티시스트였습니다. 왕비인 효의왕후와도 금슬이 나쁘지 않았으나, 정조의 진짜 사랑은 의빈 성씨입니다. 이는 복중 태아를 품고 세상을 떠난 의빈 성씨를 그리며 정조가 직접 쓴 글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요. "살아있는 나와 죽은 네가 끝없이 오랜 세월 동안 영원히 이별하니, 나는 못 견딜 정도로 근심과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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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의빈은 10살 정도의 어린 나이에 처음 만났습니다. 정조 외조부 홍봉한 가문 청지기의 딸이던 의빈은 당시 생각시였는데요. 나이로 미루어 보아 정조의 첫사랑은 의빈이었겠죠? 궁 안의 모든 여자는 임금의 것이었던 시절이지만, 정조는 무려 15년 동안 의빈에게 고백하고 차입니다. 의빈도 의빈이죠. 목숨까지 걸고 승은을 거절했지만, 정조가 의빈의 하인에게 벌을 내리자 결국 승은을 받습니다. 의빈은 정조의 유일한 승은 후궁이기도 합니다.

의빈은 정조와의 사이에서 왕세자 문효세자 외 여러 자식을 두었지만 모두 요절하거나 유산됐습니다. 임신 9개월이던 의빈이 숨을 거둔 건 단기간에 여러 차례의 임신 과정을 거친 것과 자식을 잃은 마음의 병 때문이었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의빈의 죽음 이후 자신에게 그리도 엄격했던 정조가 20일 동안 정사를 보지 못했다고 하니, 이건 '찐 사랑'이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겠네요.

정조 이산과 의빈 성씨 덕임의 러브 스토리를 집중 조명한 드라마는 MBC 〈이산〉입니다. 의빈 성씨는 희빈 장씨와 함께 유일하게 본명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왕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지만 현대 사극의 주인공이 된 건 〈이산〉이 처음이었어요. 희빈 장씨 이야기는 한글로 기술된 3대 궁중문학이지만, 의빈 성씨의 이야기가 담긴 정조의 어제문들은 전부 한문이었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테죠.

〈이산〉에서는 정조 이산 역을 이서진이, 의빈 성씨/성송연 역을 한지민이 맡았습니다. 당시 최고 시청률이 무려 35.5%였어요. 엄청난 인기 덕에 당초 60부작이었던 것이 17회나 연장되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임신 중 간경화 진단을 받고 치료를 거부하다 숨을 거두는 설정으로 의빈의 죽음을 그리는데요.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홍역으로 요절한 아들 문효세자를 잃고 더 아이를 잃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포기하라는 정조와 그럴 수 없다는 의빈의 절절한 사랑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죠.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채널A 〈천일야사〉에서도 조명할 만큼 매력적이고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 이어지던 정조와 의빈의 러브 스토리는 2021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MBC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표방하는 이 드라마에서는 동궁 이산과 동궁전 생각시 덕임의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을 따라갑니다. 우연한 만남, 헤어짐, 궁궐 안의 풍파를 겪으며 이산은 덕임에게 사랑을 느끼는데요. 이미 너무 슬픈 결말을 알고 있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 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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