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폭탄'되나 했더니 내년 존폐 위기 종부세[스토리텔링경제]

이종선 2021. 11. 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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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7년째 맞는 종부세의 아이러니한 운명

2005년 도입때부터 이중과세 등 논란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유명무실화
문정부 들어 다시 강화 기조
서울 마포 등 3주택자 보유세 9000만원 돌파
이제야 목표 달성하려는데 대체·폐지 거론

오는 22일 국세청의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을 앞두고 종부세 납부 대상인 고가주택 보유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한 지 17년째 접어들었지만, 그동안 종부세는 논란만 많을 뿐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수십억원대 자산가들에게도 수십만원 수준만 부과되다 보니 공갈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두 배 가까이 올린 데다 집값 폭등에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거나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사람 중에서도 가만히 앉아 수천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할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종부세는 내년 대선 이후에는 존폐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종부세 운명이 불투명해진 것은 여야 대선 후보들이 잇달아 종부세 대체 세금 도입이나 폐지 검토를 공약하면서다. 말도, 탈도 많은 데 비해 실제 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했다는 불만과 1주택자에도 ‘폭탄’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정반대 방향의 불만이 깔려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캐치프레이즈인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으로 국세로서의 ‘국토보유세’ 신설을 이미 공언해왔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사람이 토지가격의 일정비율을 세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국토보유세 도입에 앞서 현재 토지나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 종부세와의 이중과세 논란이 불가피하다. 아직 국토보유세의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우선은 지방세인 재산세보다는 국세인 종부세가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 측은 “부동산을 많이 가질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투기는 억제하면서 기본소득 목적세로 하면 수혜자가 많아 조세저항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종부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종부세 단점을 보완하면서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집권하면 종부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종부세는 재산세와 동일한 세원에 대한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재산권 보장원칙 위반, 과잉금지 문제 등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종부세 제도 자체의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후보가 집권하면 종부세 폐지나 과거 이명박정부 때와 같이 최고세율 인하 등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로서는 올해 기준 약 5조1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종부세 세수가 줄기 때문에 그에 따른 지출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하다.

윤 후보의 ‘존폐 재검토’는 종부세에 깔린 해묵은 논란을 반영하고 있다. 종부세는 2005년 시행 전부터도 이중과세, 재산권 침해 등 논란이 많았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각종 논란에도 종부세를 전격 도입했고, 도입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개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종부세를 더 강화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종부세는 유명무실해졌다. 당시 정부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1가구 1주택에 한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최고세율도 3%에서 2%로 낮췄다. 같은 해 헌법재판소가 세대별 합산을 위헌으로 판정하면서 부과 방식도 다시 개인별 부과로 바뀌었다. 주택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종부세 폐지 논의까지 거론됐다.

그러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종부세는 다시 강화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2018년 9·13 대책에서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3.2%로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종부세 과표를 결정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80%로 고정됐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매년 5%씩 인상하기로 했다.

이런 강수에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3주택자 이상 최고 세율을 무려 6.0%로 두 배 가까이 올리는 ‘극약 처방’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시행했다.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 등에 따른 매물 품귀 등으로 집값이 급등한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 여파까지 겹치면서 올해 종부세 고지서는 그야말로 ‘폭탄’이 될 전망이다.

15일 국민일보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통해 서울 등 주요 아파트 단지 보유자의 지난해와 올해 보유세 부담 규모를 모의 계산한 결과,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대전 유성구 죽동푸르지오(전용면적 84㎡) 등 아파트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올해 내야 할 종부세만 6752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종부세 납부액보다 무려 172.64%나 뛴 기록적인 상승률이다. 종부세에 재산세, 농어촌특별세 등 이 3주택자가 낼 보유세를 모두 합치면 총 9131만원에 이른다.

다주택자만의 얘기는 아니다. 비록 여당이 올해 1주택자에 한해 과세 기준선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지만, 고가 1주택자들 역시 종부세로 인해 폭탄 수준의 보유세를 피할 수 없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112㎡)에 사는 1주택자는 올해 종부세로 1734만원, 보유세로는 총 3268만원을 내야 한다. 이 1주택자가 부담할 종부세 역시 지난해보다 77.50%나 올랐다.

주택 보유 부담을 높여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게 한다는 도입 취지는 이제야 일정 부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종부세는 대체되거나 폐지될 운명에 처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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