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시 '향수' 노래로 부른 가수 이동원 별세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를 노래로 부른 가수 이동원이 1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1951년 부산 출생으로, 1970년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정지용 시, 김희갑 곡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향수'는 1989년 발매한 음반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에 실렸다. 당시 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테너 박인수와 듀엣으로 부른 곡으로,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만남에 물꼬를 튼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인은 서정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를 즐겨 불렀다. '향수' 이외에도 정호승의 '이별노래', 백창우의 '내 사람이여' 등 시를 노랫말 삼은 곡도 여럿이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이름 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라고 노래하는 '내 사람이여'는 이후 김광석도 불렀고, 2011년 YB가 MBC '나는 가수다'에서 리메이크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로 시작하는 '가을편지'는 고은 시인이 지은 노랫말로 70년대 가수 최양숙이 처음 부른 곡인데, 이후 고인이 부른 버전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가요계에 따르면 고인은 식도암으로 투병하다, 최근 개그맨 전유성이 있는 전북 남원에서 지내왔다. 친분이 오랜 전유성은 14일 임종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투병 소식을 듣고 조영남·윤형주·임희숙·김도향 등 음악인들이 22일 서울에서 열려던 음악회는 추모 공연으로 바뀌게 됐다. 음악회를 준비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3 주 전 서울에 병원진료를 오셨을 때 웃으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가셨는데, 마지막이라니 황망하다"며 "응원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던 거였지만, 그냥 보내기엔 아쉬워 이동원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추모를 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족은 부인 이명희씨. 빈소는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 15호. 발인 16일 오전 11시 30분.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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