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땅속에서 "도르르르.." 소리의 주인공은 땅강아지.
요즘 땅강아지 보신 적 있습니까?
보셨다면 땅강아지 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박사가
뜬금없이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질문을 받고 보니
본 기억도 가물가물했습니다.
십수 년간 본적 없으니까요.
게다가 땅강아지 소리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이 박사가 난데없이 땅강아지를 찾으려
이틀간 연구소 땅을 파헤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NGO 한 분이 제게 메일을 보냈어요.
땅속에서 소리가 나는데
지렁이가 우는 소리 같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소리가 지렁이 소리가 맞는지
제게 물었어요.
사실 땅강아지 소리였어요.
땅강아지가 지렁이를 먹이로 하니
지렁이 주변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는 건 맞죠.
하지만 지렁이가 소리를 낼 리 만무하죠.
그 바람에 사람들에게
땅강아지 소리를 들려줘야겠다고 작정했어요.
땅강아지는 메뚜기 종류예요.
메뚜기 종류는 서로 소통 소리로 하거든요.
그 옛날 소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땅강아지 소리를 찾아다녔죠.
여하튼 이틀간 찾아다녔습니다.
그 많던 것들이 여기 연구소 안에서도
거의 없더라고요.
그렇게 찾아 헤매다
겨우 한 마리 찾았습니다.”
온갖 풀벌레 소리가 다 날 텐데
그 소리 안에서 구분이 가능한지
이 박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방울벌레, 귀뚜라미, 배짱이, 여치 등
모든 메뚜기 종류들이 다 소리를 내잖아요.
그런데 얘네들은 다른 소리와 확연하게 차이가 나요.
소리의 특징이 아주 단조롭게 도르르르 하는 소리가 납니다.
사실 얘들이 짝짓기를 위해 소리를 내는데요.
이 소리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호주의 쏙독새는 땅강아지 소리를 내서
땅강아지 수컷을 유인해 잡아먹습니다.
생태계 내에 소리로 인해 삶을 잇고,
소리로 인해 먹히는 세상이 있는 거죠.”
이 박사가 어렵게 찾아내서 녹음한
땅강아지 소리를 제게 들려줬습니다.
동영상에 그 소리를 담았으니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십시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급차에 실린 아내 손 붙잡은 이재명…민주당, CCTV 깠다
- "재수없다" 악플에 정용진이 단 한글자 댓글…모두 빵터졌다
- "오징어게임·박항서 덕 봤다" 베트남서 요소수 구한 상사맨
- 77억 번 '땅부자' LH직원 무죄…"이게 나라냐" 분노 부른 검·경
- "다신 가발쓰고 싶지 않다" 대머리 여성 6인의 찬란한 순간
- 1980년대 톱모델로 활동한 덕원 스님 열반…향년 63세
- "백신 맞으면 매춘 무료"…유럽선 하다하다 이런 방역 이벤트
- "40대 여교사, 15세 제자 아이 임신" 학교 뒤집은 소문의 진실
- PC방 레시피 통했다…'너구리'에 이것 섞자 230만개 대박
- 인사팀이 선호하는 신입사원 대학…2위 서울대, 1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