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부동산 '존버족'은 승리할 것인가

조강욱 2021. 11. 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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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끝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코인 가격이 끝까지 오를 것이라 믿고 기다리는 것과 달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는 물론, 강남권 고가주택을 가진 이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현 정부 들어 강화된 세금 규제들이 언젠가는 풀릴 것이라 기대하며 보유한 매물을 움켜쥐고 말 그대로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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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그동안 끝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집값 고점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변곡점에 접어들었는지 아닌지는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다. 현재의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일테지만 공급 부족이 만연해 있는 상황 또한 여전해서다.

‘존버(끝가지 버틴다는 뜻의 은어)’라는 말은 이제는 흔히 쓰이지만 그 기원은 4년 전인 2017년 말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다. 당시 2만 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2018년 말 3200달러 수준까지 폭락하며 충격을 줬고 그럼에도 오를 것이라며 주장하는 이른 바 ‘존버족’들이 등장했다. 결국 현재 비트코인은 6만 달러선까지 오르며 ‘존버는 승리한다’라는 구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도 이 구호를 외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코인 가격이 끝까지 오를 것이라 믿고 기다리는 것과 달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는 물론, 강남권 고가주택을 가진 이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현 정부 들어 강화된 세금 규제들이 언젠가는 풀릴 것이라 기대하며 보유한 매물을 움켜쥐고 말 그대로 ‘버티는’ 중이다. 현 정부가 각종 규제책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이로 인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 기대한 효과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막대한 세금에도 아랑곳 없이 버티기 모드를 시전 중인 것일까. 시장에서는 종부세 부담이 큰, 시가 20억원 안팎 고가 또는 초고가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 중인 다주택자는 이미 대부분 자산 포트폴리오 세팅을 끝냈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명의로 바꾸고(또는 공동명의로 된 다주택을 단독명의로 1인 1주택으로 바꾸고) 자녀에게 증여했다. 또 처분해야 할 물량은 대부분 처리했으며 임대사업자 등록 아파트는 자동말소까지 계속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5만8298건으로 전체 거래 중 6.8%에 달했는데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종부세 부담액보다 시세차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존버를 선택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막대한 세금 부담에도 어쩔 수 없이 버티는 것을 택하게 된 이들도 존재한다. 고가 1주택자들이다. 1년 만에 두 자릿수 차익이 발생할 정도로 급등한 집값에 늘어난 세금이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팔고 이사를 가자니 늘어난 양도세 부담이 퇴로마저 막아버린 꼴이다. "평생을 일해 집 하나를 마련한 건데 집값이 이렇게까지 급등한 것이 내 잘못이냐"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대선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 대선후보를 결정하고 부동산 정책을 제1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다주택 보유자 등이 버티기 모드 중인 까닭도 대선 때문이다. 대선 이후 규제 완화의 수순이 이어질 것이라 보는 시각에서다. 이들의 ‘존버’가 승리할 것인지 아닐 지 현재는 알 수 없다. 다만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투기로 규정하고 쏟아낸 각종 규제책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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