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옛드' 열풍에.."배우들 억울하겠다" 말 나온 까닭

2021. 10.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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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옛날 드라마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목록. MBC는 '옛드', KBS는 '드라마 클래식', SBS는 '빽드'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한다. 유튜브 캡쳐

“케이블은 재방송하면 배우들 출연료를 주잖아요. 그럼 유튜브도 재방송 출연료를 주나요? 광고가 이렇게 많이 붙는데.”
자신을 ‘유튜브 폐인’이라 부르는 김태형(24)씨는 유튜브로 옛날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에 빠져 산다고 한다. 그는 15년 전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MBC)」

을 비롯해 2009년 방영된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이리스(KBS)」

와 같은 드라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김씨는 최근 평소처럼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나올 때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발하지는 않았잖아요. 유튜브에 영상 올릴 때 출연료 준다고 했을까요?” 김씨의 말이다.


옛날 프로그램은 인기 끄는데…배우들은?


지난 2007년 7월 13일 강남구 신사동 선샤인 호텔서 열린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종방연에서 김병욱 PD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튜브를 통해 옛날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다시 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옛날 콘텐트는 구독자에게 이른바 ‘추억 소환’을, 방송사에는 구독자와 광고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옛날 콘텐트를 찾는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과거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 환호한다. 그러나 이런 열풍 속에서 배우들에게도 유튜브 수익이 공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드라마를 즐겨 보는 김예원(25)씨도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예전 드라마를 볼 때마다 배우들의 권익 문제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등장인물 중에는 요새 안 나오는 배우들이 많다”면서 “만약 배우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자신의 연기는 계속 소비됨에도 돈은 안 들어오니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홍영기(22)씨도 “방송사가 이제 유튜브를 수익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출연자가 출연료를 더 받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방송사는 콘텐트 재활용…수익 배분은 글쎄


양승동 KBS 사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1년도 KBS(한국방송공사)-EBS(한국교육방송공사)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제로 방송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누적된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95년에 종영한 드라마
「장희빈(SBS)」

, 2002년에 종영한 드라마
「여인천하(SBS)」

등이 쌓인 먼지를 털고 최근 유튜브에 올라왔다.

유튜브 속 과거 콘텐트가 인기를 끌자 관련 채널의 구독자와 조회 수도 늘었다. 29일 기준 MBC ‘옛드’는 288만명, KBS ‘드라마 클래식’은 149만명, SBS ‘빽드’는 25만명이 각 채널을 구독 중이다. 조회 수도 마찬가지다. 종영한 지 17년 만에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SBS 드라마
「야인시대(2002~2003)」

는 29일 기준 595만 조회 수를 넘어섰고, 과거 콘텐트를 짧게 편집해 올리는 MBC ‘오분 순삭’은 채널 개설 2년 만에 누적 조회 수 12억을 돌파했다.

방송사들은 옛날 콘텐트를 활용해 얼마의 이익을 얻는지 공개를 꺼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튜브 수익을 추정하는 한 플랫폼에 따르면 MBC ‘옛드’ 채널의 경우 월 예상 수입만 2억~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진행된 KBS 국정감사에 따르면 KBS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17년 이후 총 478억원의 누적 수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익 배분은 아직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아이돌 직캠 등이 유튜브에서 수익을 낼 때 소속사 쪽에 이익 공유가 안 되는 이슈가 있었다”면서 “유튜브는 점점 커지지만, 소속사나 출연자에 이익 공유는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커지는 온라인 시장…출연자 권리 논의 시작해야


youtube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온라인 시장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출연자의 권리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예전부터 저작권자에 한참 못 미치는 실연자(출연자)의 권리문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면서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맞아 실연자 권리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카이브에 분명히 출연 배우들이 기여한 부분이 있다”며 “방송사들이 이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면 출연자 측에서 일정 부분 수익 배분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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