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번 안주고 배추 키워 보기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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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균 기자]
▲ 잎이 안으로 오므라드는 결구가 시작된 배추 |
ⓒ 오창균 |
올해는 여름장마보다 길었던 가을장마가 배추를 심어야 하는 때와 겹쳤습니다. 흙속의 과습으로 산소가 부족하여 어린 모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든 것이 많아서 여러 번 다시 심었습니다. 배추농사를 하면서 물 한번 안 주고 배추를 키운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생육기간의 절반이 지나가는 지금은 '비가 한 번 와야 할텐데' 하는 마음입니다. 배추의 생육이 가장 활발한 때 가뭄이 오면 배추에게 필요한 미량 원소 부족으로 생리장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배추는 물로 키운다고 할 정도로 적정한 수분 유지가 되어야 품질 좋은 배추를 키울 수 있습니다.
배추의 노랑속잎이 만들어지는 결구가 지금부터 시작되는데, 아직도 배추 잎이 작다면 속이 꽉 찬 통통한 배추가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모종을 심는 시기가 늦었거나 노화된 모종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생육초반 병해충에 의한 피해로 생육장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칼슘과 가뭄예방
▲ 칼슘결핍으로 인한 생육불량의 증상 |
ⓒ 오창균 |
며칠전에는 칼슘을 물과 희석해서 배추 잎에 충분하게 적시도록 뿌려주는 엽면시비를 했습니다. 배추 속이 만들어지는 지금쯤 칼슘이 부족하여 결구가 안 되는 것을 예방하는 조치였습니다. 배추 잎의 끝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을 보이면 칼슘 결핍으로 인한 생리장해입니다.
칼슘은 배추생육에 필요한 미량원소로 배추밭을 만들 때부터 밑거름으로 넣어주기도 하고, 생육 과정에서 웃거름으로 한두 번 엽면 시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슘결핍으로 인한 생육장애가 발생했다면 흙속에 수분이 부족한 가뭄이 원인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지면 뿌리밑까지 충분하게 수분이 유지되도록 물을 자주 줘야 합니다. 배추는 물을 좋아하는 작물로 가뭄이 들면 생육이 불량하고 칼슘이 흙속에 있더라도 흡수를 못하기 때문에 적정한 수분 유지가 중요합니다.
무름병 예방
▲ 가을장마와 고온으로 발생한 무름병 |
ⓒ 오창균 |
무름병이라고 부르지만, 원인은 수분 과다로 인한 생리장해로 뿌리와 배추밑둥이 물러지고 썩는 것입니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배추는 지금처럼 한낮의 높은 온도가 지속되면 여러가지 생리장해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 뿌리와 밑둥이 물러지고 썩는 무름병 |
ⓒ 오창균 |
결구가 잘 되게 하려고 배추의 겉잎을 모아서 묶어주기도 하는데, 그것은 광합성을 방해하여 생육불량을 불러옵니다. 과거에는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에 얼지 않도록 묶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기후 변화로 김장철이 춥지도 않을 뿐더러, 찬서리 맞은 배추는 단맛과 고소한 맛이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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