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1조 좌지우지하냐" 5년전 지적에도 끄떡없던 성남의뜰
“이사 3명이서 그렇게 1조 몇 천억 하는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5년 전, 성남시의회에서 나온 질의 내용이다.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이사진 3명의 전문성을 묻는 시의회 노환인 의원의 질문에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모 개발사업처장은 “예,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이어 3명의 구성원에 대해선 “변호사와 금융기관 총괄부장, 저이다”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 좌지우지, 이사회는 3명뿐?
이러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성남의뜰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의 구성원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시의회에서 ‘인원’에 관한 문제제기가 이뤄진 까닭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앞서 추진한 비슷한 사업과 대비돼서다.
지난 2013년에 사업비 약 5000억원이 투입된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개발사업에서 SPC인 ‘푸른위례프로젝트’의 이사회 인원은 5명이었다. 사업비가 두 배 이상 늘었음에도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두지휘할 SPC의 이사회 인원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푸른위례프로젝트의 이사회 인원을 물었던 노 의원은 “(성남의뜰 이사진) 세 분이 그렇게 큰 사업에 대해 엄청난 결정 권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3명 중 2명이 개발 특혜 의혹과 연관
대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비롯해 지분을 가진 업체와도 무관한 민간인이 이사회 대표이사를 맡은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대표이사 자리는 지분을 가장 많이 출자한 곳에서 가져간다”며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에 주도권을 잃지 않고자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셀프 심사 내부자도 이사회 구성원
당시 3명의 이사 중 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답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김모 처장은 ‘셀프 심사’ 논란을 불러온 당사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년에 진행된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1차 절대평가와 2차 상대평가에 모두 참여한 이른바 ‘내부자’ 2명 중 한 사람이다.
아울러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총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초기 대장동 개발사업을 담당한 개발사업2처에서 “민간 이익이 과도해질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유 전 본부장은 담당 부서를 김 처장이 지휘하는 개발사업1처로 변경하고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이 화천대유와 관련한 의사결정 주도한 셈”
이러한 성남의뜰 이사회의 인원과 구성원이 결국 대장동 개발 특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상법상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선 이사회에 최소 3명 이상의 이사가 필요하다. 이를 두고 김 회계사는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사회 3명 중 2명이 성남의뜰에서 화천대유와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진행되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 임직원들 사이의 역학 관계, 금전 거래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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