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땅 팔아 이베이 산 정용진, 그뒤엔 '1조 기동팀' 자신감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No Brand)’가 캐릭터와 유통을 접목한 시도에 나선다. 싼 가격에만 집중하던 기존 대형마트의 생존 공식을 탈피해, 유통에도 문화 코드를 바탕으로 ‘팬층’을 만들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구상이 깔렸다.
‘노랑 토끼’ 캐릭터 첫 선
이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파리 등 세계 곳곳의 상품 박람회 등에 참석해 제품을 발굴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노브랜드를 진두지휘했다. 또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제품과 가격을 소개해 화제를 일으켰다.
정 부회장은 “싸지만 싸구려가 돼선 안 된다. 싸지만 소비자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벤츠 안에, 에르메스 가방 안에 노브랜드 상품이 있을 때, 그 사람이 의식 있는 소비자로 인식되게 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5년 만에 1조원 달성
정 부회장은 노브랜드를 ‘애자일(Agile)팀’이라고 부른다. 규모는 작지만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치고 나가는 문화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 노브랜드 본사 소속 직원은 약 75명으로 이마트 본사 직원(약 1500명)의 20분의1 수준이지만, 연 평균 매출 증가율은 약 54%로 이마트를 압도하고 있다. 초기에 노브랜드를 반신반의하며 전체 상품 종류의 40% 정도만 취급했던 이마트 매장도, 노브랜드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자 최근엔 100% ‘모셔가기’에 나섰다.
유통기업에서 문화기업으로
최근 노브랜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제품 포장에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유쾌 발랄한 토끼 ‘피터’가 첫 주인공으로, 피터는 구강청정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노브랜드 주류 상품에 등장하고, 캐릭터 종류도 늘려갈 계획이다.
최근 이마트가 서울 성수동 본사 건물과 부지를 매각해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를 약 3조44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결단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노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기업의 수장이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상품을 소개하면 팬이 생긴다는 점, 대형매장이나 초저가 마케팅이 없어도 제품의 스토리나 철학을 통해 얼마든지 ‘싸지만 있어 보이는’ 콘텐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세계관’으로 시너지 노려
이번 노브랜드의 피터와 함께 이마트24 편의점 등 이마트 내 다른 계열사들도 자체 캐릭터를 개발해 이마트만의 ‘캐릭터 유니버스(세계관)’을 만들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이마트 고위 관계자는 “대중을 움직이는 문화 콘텐트를 통해 대형마트가 생산하는 일상 제품에 명품 못지않은 ‘팬덤’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SSG닷컴과 이베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마련된 가운데 게임·메타버스 등의 다양한 산업과의 시너지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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