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내린다지만.. "여전히 비싸다" 계속되는 논란
10월부터 중개수수료 상한요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상한요율을 낮추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6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실수요자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 양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체감을 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공인중개사들 측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만 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거래금액에 따라 중개 상한 요율에 변화를 준 것이 핵심이다. 9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기존 상한 요율은 0.9%였다. 이번 개편 이후에는 0.5~0.7%로 다소 낮아진다. 전·월세 계약을 할 때도 6억원 이상일 경우 0.8%였던 상한요율이 0.3~0.5%로 낮아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먼저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진작부터 공인중개 상한요율을 모두 채워 거래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마포구 창천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건 전세건 간에 통상 0.4~0.5% 수준을 받고 있었다”면서 “최고요율을 받아 본 적이 었다. 그렇게 받는다고 하면 거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중개수수료가 비싸다는 목소리가 많다. 오는 10월에 전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직장인 김모(40)씨도 “0.4% 수준의 수수료만 생각하고 있었다. 2년 전에도 수수료는 이 정도만 줬다”면서 “전셋값이 오르면서 내야할 수수료가 늘어난 셈인데 뭘 인하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개수수료 과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셈인데,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크게 네 가지를 이유로 꼽는다.
① 집값이 너무 올라서 생기는 불만
국토교통부가 개선안까지 내놨는데도 수수료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다 보니 중개수수료를 산정할 기준이 되는 거래 금액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7억5905만원이었다. 지난달 7억4110만원 대비 1795만원, 1년 전인 지난해 8월(5억9221만원)과 비교하면 1억6684만원 올랐다.
중위가격은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이다. 중위가격의 집을 산다고 했을 때 통상적인 수수료 0.4~0.5%를 적용하면 수수료로 280만원을 내야 한다. 1년 전에 냈을 수수료(236만원)와 비교하면 약 5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쓰는 대가로 2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내는 것이 아깝다고 느끼던 차에 집값이 크게 올라 수수료를 수십만~수백만원씩 추가로 내는 상황이 되다 보니 불만이 많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의 김현성(46)씨는 “사고 파는 것을 한 부동산에서만 하면 공인중개사는 한 번에 4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버는 것인데, 한 건만 처리하면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 수준으로 받는 것이니 비싼 편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져 수수료를 거의 못 받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홍제동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하도 귀해서 내놓는 쪽에서는 받질 못하고 구하는 쪽에서만 수수료를 받았는데, 그 마저도 공동중개여서 0.2%만 받았다”면서 “이런 경우가 허다해서 먹고 살기 힘든데 사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② 서비스는 그대로라 생기는 불만
수요자들이 불만을 갖는 또다른 이유는 중개수수료가 계속 올라도 서비스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엔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중개 업무를 맡아서 진행하는 데다가 각종 하자보수를 둘러싼 비용 처리 문제, 법적 분쟁까지 관리·책임을 져준다. 하지만 국내 공인중개업소의 경우 매매 이후 각종 분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매수한 오모(43)씨는 “사실 집도 보지 못하고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매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도자의 계좌번호 받느라 고생을 해준 것은 알겠지만, 1000만원이 넘는 수수료가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인테리어를 새로 하다 보니 하자 같은 문제에서도 공인중개사가 관여할 일이 없었다. 수수료가 비싸단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 이야기는 다르다. 거래를 하나 성사시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생각하면 수수료가 과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다 보니 거래를 성사시키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이들은 말한다. 용산구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 한 채를 18번 보여줘야 1건 정도 거래가 성사된다”면서 “전체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거래가 되지 않은 집을 소개하는 데 썼다”고 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무 말고 하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계약 이외 업무도 맨입으로 부탁하는 것이 사실 많다”면서 “집주인이나 세입자에게 아쉬운 말할 때는 물론이고 전세계약서를 갱신할 때도 그냥 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는 “집 구할 땐 제발 구해달라고 하다가 막상 수수료는 내기 싫어하는 고약한 심보들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③ 수요자보다 정보가 많지도 않다는 불만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에 대한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우선 계속된 집값 급등으로 ‘부동산’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다보니 지분율이나 용적률 등 각종 정보를 찾아볼 인터넷 사이트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검색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도 공시가격부터 최근 실거래액, 평당가액, 평면 등을 상세히 찾아볼 수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직접 집을 둘러 봐야 알 수 있다고 알려졌던 일조 정보까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해가 어느 각도로 들어오는지 이미지로도 구현했다. 동네 아이들이 배치받는 학교 정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지의 경우 정비사업 진행 여부가 중요한데 클린업 시스템에 들어가면 어느 단계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지 손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면서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정보를 실시간으로 묻고 답을 구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는 국토교통부에 신고되지 않은 엊그제 거래 내역까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허모(37)씨는 “부동산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토지용도, 용적률, 지분율, 준공일자 등 없는 정보가 없다”면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쓰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며 정리한 후 집을 매매했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 거래의 핵심으로 떠 오른 세금 문제 등에 대해 공인중개업소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은 여전하다. 세법이 자주 바뀌다 보니 양도소득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금 문제에 자신있게 조언하지 못하는 공인중개사도 상당수다. 결국 세금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다시 세무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과천시 중앙동의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워낙 공부를 하고 오니 우리가 손님들보다 정보가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대다수 공인중개사는 동네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다 집주인과 관계가 긴밀하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는 관계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④ 반값 수수료 들고 나온 프롭테크의 등장
프롭테크가 등장한 것도 논란이 거세지는 이유다. 프롭테크 기업 집토스는 정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정안보다 70~80% 낮은 수준으로 부동산 중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다윈중개는 국토부 개정안보다 최대 반값이 저렴한 자체 중개수수료 요율을 확정했다. 다윈중개는 이미 ‘집 내놓을때 중개수수료 0원, 집 구할때 중개수수료 반값’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갈등이 많지만 IT기술이 발전하면서 공인중개서비스는 다변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당장은 프롭테크 플랫폼에 중개물건이 많지 않아 서비스에 한계가 있지만, 소비자가 어느 순간부터는 반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터진 둑처럼 시장이 개방되는 건 한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환영하면서도 거래 성사율 문제로 여전히 동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프롭테크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율을 낮게 거래하려면 해당 프롭테크에만 매물을 내놔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성동구의 한모(39)씨는 “프롭테크 업체에 매물을 맡겨보니 동네 공인중개업소 인프라에 밀려서 상대적으로 세입자를 구하는 속도가 늦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급할 땐 여전히 공인중개업소를 찾을 수 밖에 없지만 수수료는 낮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크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개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수수료 상한요율을 낮추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총궐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투쟁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정부가 현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발표한 중개보수 개편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진정성 있는 협의를 다시 진행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실기하고는 중개 보수만 인하하겠다고 한다”면서 “매물이 없어 수개월간 월세도 못 맞춰 아르바이트를 뛰는 공인중개사도 많은 것이 현실인데 이런 점은 도외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개서비스의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논란이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보수에 대한 불만은 결국 보수 대비 낮은 서비스 품질에 기인한다”며 “현재 서비스 개선안은 사고 방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계약 관행 등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프롭테크 업체들의 등장으로 기존 중개업계도 과거와 같은 영업 방식, 서비스 품질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며 “다양한 중개서비스의 등장을 거부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스스로 발전할 방안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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