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나 먹는것? 웬만한 식당보다 낫다, 1만원 넘는 도시락
직장인 이효섭(34) 씨는 재택근무가 잦아지면서 점심 혼밥이 부쩍 늘었다. 그가 최근 즐겨 먹는 메뉴는 모바일 앱으로 미리 주문해 둔 편의점 도시락. 식당까지 나가기도 귀찮고, 혼자 점심을 먹기도 번거로워서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1만1900원짜리 메로구이 도시락이다. 그는 “생각보다 맛과 품질이 괜찮아서 최근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먹는 편”이라며 “매번 식당을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편의점 도시락의 소비 패턴 변화가 뚜렷하다. 9일 GS25가 올 상반기 도시락 매출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반찬을 제대로 갖춘 정찬 도시락류의 소비가 늘었다. 실제 2018년 상반기 전체 도시락 판매 중 49.2% 선이었던 정찬 도시락류 판매는 올해 85%로 늘었다. 실제 이 기간에 GS25 도시락 중 판매 1~3위 제품은 ▶11가지 찬많은 도시락 ▶ 고진많 도시락 ▶ 엄마의 6찬 도시락이었다. 세 가지 모두 6개~11개의 반찬과 밥으로 구성돼 있다.
모바일 앱으로 원하는 도시락을 미리 주문해 혼밥을 즐기는 이도 늘었다. 원하는 메뉴를 미리 골라놓고, 편한 시간에 편의점에 들러 주문해 둔 도시락을 챙기는 식이다. GS25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도시락 판매 중 5.9%가 예약 주문을 통해 팔렸다. 2018년에는 이 비중이 1.3%에 그쳤었다. 상대적으로 고품질의 도시락을 고르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가격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4900원 선’도 가볍게 넘어섰다.
GS25 측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된 도시락 중 5개 중 한 개(21.4%)는 가격이 5000원이 넘는 프리미엄급 도시락 상품이었다.
참고로 GS25는 현재 27종의 도시락을 판매 중이고, 이 중 7가지의 가격이 5000원 이상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상반기에는 판매된 도시락 중 4% 만이 프리미엄급이었다. 다소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도시락 라인업도 강화 중이다. 한 예로 GS25는 지난 5월부터 ‘갈비살구이도시락(9900원)’, ‘민물장어도시락(1만 900원)’, ‘메로구이도시락 (1만 1900원)’ 등을 판매 중이다. 모두 웬만한 오프라인 식당에서의 한 끼 가격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유영준 GS리테일 도시락 담당 MD는 “혼밥, 언택트 소비, 재택 근무 등으로 편의점에서라도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기려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지다 보니 프리미엄급, 정찬류 도시락의 판매가 늘고 있다"며 "편의점이 웬만한 식당 못지않은 '한 끼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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